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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두개의 서울, 두개의 공간 그리고 영혼들…제니퍼 스타인캠프의 ‘Souls’

입력 2020-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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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스타인캠프
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Souls’(사진=허미선 기자)

 

계절의 시작은 모두에게 ‘봄’일까. 설치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가 과학적 탐구와 기술의 활용으로 구현한 시간성의 핵심은 시작과 끝, 기승전결이 아닌 ‘지속’이다. 무한반복되는 영상재생으로 봄여름가을겨울, 기승전결이 아닌, 사람마다 그 시작점이 다른 계절과 시간, 이야기를 ‘지속’시키는 데 집중한다.

‘스틸라이프’(Still-Life), ‘블라인드 아이’(Blind Eye), ‘마담 퀴리’(Madame Curie) 등의 시리즈로 유명한 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소울즈’(Souls, 10월 31일까지)가 리안서울과 리만머핀에서 한창이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Souls’ 중 ‘블라인드 아이 4’(사진=허미선 기자)

전세계 최초로 공개된 ‘프리모딜, 1’(Primordial, 1 / 태고의, 1)과 2020년 신작 ‘스틸라이프 4’를 비롯해 ‘블라인드 아이 4’(2019), ‘레터널 1, 2’(Retinal 1, 2, 2018, 2019) 그리고 ‘데이지 체인 트위스트, 톨’(Daisy Chain Twist, tall, 2004), ‘주디 크룩 12, 14’(Judy Crook), ‘갈랜즈’(화환, Garlands, 2013) 시리즈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제목 ‘소울즈’는 영어 발음이 비슷한 ‘서울’, 리만머핀과 리안서울 두 공간에서 전시된다는 복수형 그리고 예술작품에 깃든 많은 이들의 영혼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건축적 사고, 기술 활용, 수학적 계산, 과학적 탐구, 세심한 랜더링 등을 동원해 자신의 작품이 설치되는 전시장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공간과 인식을 재창조하는 작가다.

현실에 있는 장면 혹은 있을 법한 장면을 직접 그려 랜더링으로 표현해 내는가 하면 스크린이 아닌 전시장 벽의 특성, 질감 등을 그대로 살려 설치하곤 한다.

 

리만머핀 관계자는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부수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품 설치만으로 우리의 인지를 새롭게 해 공간을 재창조하는 작가”라며 “관람객 위치, 프로젝터 위치, 빛의 방향까지 치밀하게 연구하고 계산해 정확도에 만전을 기하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 단적인 예가 프로젝터의 위치다. 정중앙에서 일직선으로 투사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관람을 방해하거나 공간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곤 한다. 이에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프로젝터를 측면(리만머핀), 상단(리안서울)에 설치했다. 일직선이 아닌 방향의 변주, 거리 측정, 비율의 재조정 등 세밀한 작업을 거쳐 정면에서 일직선으로 투사하는 평면적 풍경을 구현해 내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시킨다.


◇리만머핀의 ‘블라인드 아이 4’ ‘태고의, 1’ ‘데이지 체인 트위스트, 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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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Souls’. 전세계 최초로 공개된 ‘Primordial, 1’(사진=허미선 기자)

 

‘블라인드 아이’ 시리즈의 시작 역시 그랬다. 2018년 대규모 개인전 준비를 위해 방문한 미국 메사추세츠주 윌리엄타운 소재의 클라크 아트 인스티튜트를 둘러싼 자작나무 숲과 건물 내 거대한 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전시장 내부의 긴 벽을 자작나무나무로 덮어 창 밖으로 보이는 자작나무 풍경과 이어지게 한 것이 ‘블라인드 아이’의 시작이었다.

작업 당시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등의 자작나무 그림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자신만의 작품을 기획했다. ‘움직임’에 집중한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바람에 흔들리는 자작나무 가지부터 잎, 낙엽 그리고 ‘옹이’까지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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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Souls’ 중 ‘데이지 체인 트위스트, 톨’(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소울즈’ 중 리만머핀에서 만날 수 있는 4.2미터짜리 ‘블라인드 아이 4’는 반지하인 전시장 벽에 꼭 들어맞는 크기로 “2층 건물의 통창에서 내다보는 자작나무 숲”을 구현해 공간을 재창조한다.

‘옹이’는 제목처럼 미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숨겨진 눈(블라인드 아이)의 모양을 하고 있는가 하면 ‘보고도 모른 채 하다’라는 뜻을 내포하기도 한다.

 

리만머핀 관계자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실험하고 싶은 건 시각이다. 사운드 없이 시각으로만 승부하고 있다”며 “단안시선, 원근감이 떨어지는 한쪽 눈으로만 본 풍경을 구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숲이 길게 이어지는 풍경이 아닌, 근거리에 집중하게 하는 풍경”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모딜, 1’은 ‘태고의’라는 제목답게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이전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미완의 작은 존재들, 산소방울 등이 부유하는 바다 속은 충돌과 섬광 등 ‘탄생’을 위한 움직임들이 지속된다.

2층에 설치된 ‘데이지 체인 트위스트, 톨’은 데이지 꽃가지들을 엮은 화환의 모양을 하고 있다. 병원의 제안으로 약재들을 엮어 설치한 꽃 커튼과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전작이 환자들의 쾌유를 비는 마음을 담았다면 ‘데이지 체인 트위스트, 톨’은 관상용이다.


◇리안서울 ‘스틸라이프 4’ ‘레터널 1, 2’ 그리고 히든작 ‘주디 크룩 12, 14’ ‘갈랜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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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Souls’ 중 ‘스틸라이프 4’(사진=허미선 기자)

 

세 번째로 제니퍼 스타인캠프 작품을 선보이는 리안서울에서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수평의 축’에도 출품됐던 ‘스틸라이프’의 네 번째 작품이자 2020년 신작과 ‘레터널 1, 2’가 설치돼 있다.

‘스틸라이프’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성행했던 바니스타(Vanitas) 정물화를 디지털적으로 재해석한 시리즈다. 바니스타 정물화의 인생무상, 허무감, 어두운 단면 등을 마야, 포토샵, 에프터이펙트, 랜더링 등 디지털 요소를 활용해 세밀하게 묘사한 시리즈로 각 작품마다 과일, 꽃이 부유하는 속도, 밀도 등이 다르게 표현된다.

리안서울 관계자는 “네 번째 ‘스틸라이프’는 좀 더 느리게 천천히 움직인다”며 “강렬한 색감, 둥둥 떠다니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생명력 등으로 코로나19로 지친 분들께 에너지를 선사한다”고 소개했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Souls’ 중 ‘Retinal 1, 2,’(사진=허미선 기자)

 

‘레터널’은 2018년 세계적인 건축가 스티븐 제이 홀(Steven J. Holl)이 설계한 캔자스시티 넬슨 앳킨스 미술관의 ‘브로시’(Bloch) 빌딩 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당시 스티븐 제이 홀이 “창문이 렌즈 같다”고 표현한 데 착안해 망막과 그에 연결된 정맥을 소재로 구현한 작품이다.

반투명하게 표현된 화려한 색감, 빈 젤리 모양의 형태, 부유와 빛의 반사, 굴절에 의한 다양한 변형 등이 중세 유럽의 스테인글라스 혹은 탯줄, 팝아트 등을 연상시킨다. 첫눈에는 ‘예쁘다’고 느껴지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전혀 다른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한다. 더불어 리안서울 관계자의 귀띔처럼 “전시장에 들어서는 동시에 관람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Souls’ 중 ‘주디 크룩 12’(사진=허미선 기자)

 

리안서울에서는 요청하면 ‘주디 크룩 12, 14’와 다양한 빛깔의 꽃과 줄기를 엮은 커튼형식의 ‘갈랜즈’ 시리즈도 감상할 수 있다. ‘주디 크룩’은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 칼리지(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 재학당시 제인 스타인캠프에게 많은 영감을 주던 색 이론 교수의 이름을 차용한 시리즈다.

총 14개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다양한 모양의 나무 한 그루가 초록 잎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피우며 잎을 오색 빛깔로 물들이고 떨구는 과정을 반복적하며 삶의 순환성과 무한성을 구현한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Souls’ 중 ‘갈랜즈’ 시리즈(사진=허미선 기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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