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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BTS와 Blackpink의 성공 구조 - 신분취득 사회의 예외 영역

입력 2020-09-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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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BTS는 빌보드차트 2주 연속 1위에 있고 Blackpink도 13위에 있다. K-Pop의 새로운 역사는 역시 공정 경쟁구조가 살아있는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잘 살펴보면 한국 음악계는 백댄서(back dancer)들의 천국이다. 23년간 인기를 누리는 코요테 멤버로 1박2일 TV프로그램으로 예능 대상까지 받은 김종민은 김완선과 엄정화의 백댄서(back dancer)였다. 물론 유명했던 김완선도 <거위의 꿈>을 부른 성공한 혼혈가수 인순이의 백댄서였다. 그 인순이조차도 가수 한백희의 백댄서 출신이다.

모두가 비록 백댄서로 미약하게 출발했지만 창대하다할 만큼 성공했다. 초라한 출발과 상관없이 노력과 능력발휘에 따라 성공 기회가 공정하게 열린 사회임을 보여준다. 빌보드 2위까지 갔던 싸이나, BTS와 Blackpink을 포함한 한국 대중음악의 성공도 공정한 경쟁구조의 산물이다.

그런데 이와는 전혀 달리 한국의 취업과 고용시장은 확연히 구별된 4대 계급구조로 되어 있다. 최상위에 대기업 및 공공기업 정규직(A)이 있고, 연이어 대기업 및 공공기업 비정규직(B), 중소기업 정규직(C) 순서로 계층화되어 최하층엔 중소상공업 비정규직(D)이 있다. 각 계층별(A:B:C:D) 평균급여 편차는 각각 100:65:49:39이다.

최상층(A)의 대기업 정규직 평균 월급이 약 600만 원이라면, 비정규직(B) 월급은 360만원, 중소기업 정규직은 294만원,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월 234만원이다. 이런 계층구조에 때문에 어디서 시작했느냐에 따라 자신의 계층은 거의 평생 유지되는 엄연한 현실에 있다.

능력에 따라 600만원 받는 직원도 있고, 200만원 받는 직원이 있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이고 잘못도 없다. 그러나 입사 때 한번 결정된 신분이 굳어져 평생을 가야하는 구조이기에 커다란 문제가 된다. 한번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면 경험과 기술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더라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는 매우 어렵다.

비정규직이 능력을 인정받아 다시 대기업과 공기업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약하게 출발해 창대하게 진전시킬 계층구조의 사다리가 단절되 있기 때문이다. 입사 당시의 평가로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으로 출발하면 60세 정년까지 능력과 업적 여부와 상관없이 연공서열(年功序列)제와 얼마나 오래있었냐에 따른 호봉제(號俸制)로 급여가 결정되며 60세까지 가는 구조이다.

출발할 때 신분이 끝까지를 가는 구조라면 그건 봉건사회의 신분제도와 다름없다. 능력과 노력에 따라 오르내리는 사다리가 없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의 신분으로 정년을 마치게 되고, 능력에 따른 재평가 기회를 잃은 사람들은 결국 다른 대안없이 자영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 그러다보니 취업시장에는 몇 년을 늦추더라도 온갖 스펙(자격요건)을 갖춰 대기업이나 공무원 혹은 공기업에서 평생을 보장받는 출발을 하겠다는 입사경쟁만 치열하다.

봉건적 조선시대의 과거(科擧)시험 치루듯, 한번 취득하면 성과와 상관없이 퇴출당하지 않는 구조이기에 누구나 신분취득에 목숨 걸게 된다. 조국 전법무장관이나 추미애 법무장관이 모두 아들과 딸에게 스펙을 만들어 60세까지 보장되는 신분을 만들려했던 것도 업적과 상관없는 신분취득 사회의 전형적 병폐다.

성과에 따라 오르내리는 사다리가 없는 계층사회에서는 생산성과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희생을 동반한 각종 굳은 일과 새로운 창의력은 대부분 외부업체로부터 나오는 구조에 있다. 기여한 수준과 노력한 댓가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지 않기에 기회균등의 공정성은 무너지고 사회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공사의 예에서 보듯 신분구조이자 계급이 되어버린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부분적으로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강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은 로또와 같은 행운일 뿐이지 지속가능한 것도 아니고, 결코 공정한 방법도 아니다. 노력하고 땀 흘린 사람에게 댓가가 주어지는 구조가 정착되어야지, 몇몇 사람에게 운좋게 시혜가 돌아가는 방식은 문제의 본질만 흐릴 뿐이다.

방향은 결정되어 있다. 김종민-김완선-인순이의 예처럼 정규직이니 비정규직이나 하는 신분을 없애고 더 기여한 사람에게 더 큰 몫이 돌아가는 구조가 확립되어야 한다. 월 70만원 받는 A리그, 월 7백만원 받는 AAA리그, 그리고 월 7억원 받는 메이저리그 선수들로 함께 구성된 미 프로야구가 공정한 이유는 성적에 따라 언제든 올라가고 내려가는 원칙이 엄격히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규직이란 철밥통을 없애고 성과급과 연봉제로 바꾸어야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자리에 더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할 사람이 들어가 일할수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 신분이 만들어지지 않고, 기회균등과 공정성이 유지되는 사회에만 창의성과 번영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틀린 적은 없다. 청년에게 성과와 업적에 따라 오르내리는 사다리를 만들어 미약하게 시작한 백댄서들이 언제든 김종민과 BTS처럼 창대하게 성공하는 사회가 정착되어야 한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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