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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에 올바른 가치관 심어줄 때

입력 2020-09-24 14:07 | 신문게재 2020-09-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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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ㄷ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막강한 컴퓨팅 자원과 초고속 통신 인프라의 확산으로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단순히 전자기기의 빠른 연산속도에 의존해 쉽게 답을 유추하는 데 그쳤던 초기 버전을 뛰어넘어, 이제 AI는 사람 대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혁신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AI도 엄연히 인간에 의해 탄생한 기술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일일이 대입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던 과거의 한계를 벗어나 사람처럼 ‘경험에 의한 추론’의 개념을 도입했다. 설계자는 가중치에 변화를 주며 AI가 우리가 원하는 답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겉으로 보기에 AI는 스스로 진화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손길 없이는 무의미한 함수와 변수가 난무하는 뜻 모를 소스 코드에 불과하다.

이달 중순 정치권에서는 국내 포털 뉴스 편집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정 세력의 기사가 자주 메인에 노출된다는 것. 이와 관련해 포털은 AI가 모든 뉴스 편집 업무를 처리한다고 밝히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를 보고 다음 창립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AI는 우리가 설계한 대로 혹은 우리의 현상을 반영해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라며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는 철저하게 알고리즘에 의해 계산기처럼 움직인다. ‘1+1’처럼 답이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 ‘소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에게 비 오는 날 막걸리를 추천해도 되는가’처럼 애매한 문제를 접했을 때 가이드를 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최근 한 여배우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포털의 인기 예능 콘텐츠 상위 랭킹에는 해당 배우가 수년 전에 출연했던 영상 여러 개가 줄줄이 올라왔다. AI의 시대, 이제 데이터가 아닌 가치관을 심어줄 때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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