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음악

[비바100] 봄은 잃어버렸어도 피워 울릴 '음악 꽃'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강동석 예술감독

[人더컬처]

입력 2020-10-05 17:30 | 신문게재 2020-10-06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SSF 강동석 예술감독
SSF 강동석 예술감독 Photograph by CHOI CHOONG SIK(사진제공=축제사무국)

 

“실내악 연주는 음악가 육성에 매우 중요한 연주 형태예요. 음악의 본질을 배울 수 있거든요. 실내악은 솔로 연주시에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레퍼토리와 악기 조합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더불어 청중들은 실내악으로만 즐길 수 있는 멋진 레퍼토리를, 여러 아티스트들의 연주로 들을 수 있죠.”

지난 5월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팬데믹에 10월로 미뤄진 제15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이하 SSF)의 강동석 예술감독은 ‘실내악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강동석 음악감독은 SSF를 위해 지난달 말 입국해 자가격리 과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서울행에 대해 “1월 이후 첫 프랑스 밖 외유”라며 “자가격리 동안은 개인연습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SSF 강동석 예술감독
SSF 강동석 예술감독 Photograph by CHOI CHOONG SIK(사진제공=축제사무국)

“올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저에게도 악몽같은 한해예요. 거의 1년 동안의 활동이 취소됐고 2 개월간은 파리에서 감금(Rock Down) 상태로 있었어요. 제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활동은 프랑스 티뉴(Tignes)에서 열린 제 여름 축제 ‘뮤직알프’(MusicAlp)였어요. 방역 조치 준수는 스트레스였지만 다시 콘서트를 열고 직접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황홀해 했죠.”


SSF는 10월로 미뤄지면서 주제도, 장소도 변경됐고 규모도 축소됐다.

 

애초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환희의 송가’(Ode to Joy)였던 SSF의 주제는 ‘축제’ 그 자체에 방점을 찍은 ‘15th Anniversary Retrospective’다.

“공연 수를 줄이고 축제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애초 프로그램들은 해외에서 온 아티스트에 맞춤화돼 있기도 했죠. 그래서 올해 전체 프로그램을 내년을 위해 아껴 두고 현재 상황에 더 잘 맞는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어요. 마침 올해는 SSF 15주년이니 기념일을 축하하고 회고하는 것 또한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든 예술활동이 어려워진 시기에 축제 개막 자체가 소중하다는 절실함을 담은 주제기도 하다. SSF는 15년 간 꾸준히 지속되며 불모지에 가까웠던 대한민국에 실내악의 가치를 전파해 왔다. 그 ‘지속성’ 또한 기념하고 회고할 만한 행보다.

“SSF는 여러 면에서 특별해요. (실내악의 가치를 알리는) 대의에 대한 모두의 헌신은 지난 15년 동안 폭풍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어요. 공연자와 청중 모두의 열정도 그 이유 중 하나죠.”  

 

SSF 190428
지난해 열렸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현장ⓒHaJiYoung(사진제공=축제 사무국)

 

15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이렇게 전한 강동석 감독은 “축제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뮤지션들 덕분에 고품질의 공연을 유지할 수 있었고 잘 알려진 작품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레퍼토리들까지 약 800여곡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초연 작품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15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해로는 10주년을 맞았던 2015년을 꼽았다. 그는 “모든 해가 특별하지만 10주년은 SSF의 이정표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사실 SSF가 10주년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성취였어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아주 소중한 시간도 가졌죠. SSF의 많은 해를 회고했어요. 올해는 그때 다루지 않았던 2014년, 2016년, 2017년을 다루고자 합니다.” 

 

SSF 강동석 예술감독
SSF 강동석 예술감독 Photograph by CHOI CHOONG SIK(사진제공=축제사무국)

더불어 두명 이상의 독주자들이 함께 하는 특별 프로그램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비발디에서 멘델스존까지 협주 교향곡’(Sinfonia Concertante from Vivaldi to Mendelssohn), 하이든 플루트 4중주 등이 연주될 개막공연, 내년으로 미뤄진 베토벤의 대규모 생일잔치에 앞선 전야제 격의 ‘Happy Birthday Ludwig’, 시대를 반영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잃어버린 봄’(Forgotten Spring)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렸다.

 

“올해의 축제는 매우 감성적일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올해 초부터 잃어버린 멋진 음악과 콘서트를 다시 찾고자 하는 열망으로 충만하거든요. 관객들에게는 지난 14년간의 프로그램 중 꾸준히 사랑받아왔던 작품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위해 꾸렸던 프로그램들은 내년에 선보인다. 강 감독은 “물론 내년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동일한 프로그램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과 순간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의 역설은 늘 존재해왔습니다. (코로나19로) 콘서트는 어려운 일이 돼버렸지만 사람들은 이 공황과 격변의 시기에 위로를 받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음악에 의지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있죠. 고통받는 인간을 위해 음악이 할 수 있는 필수적인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제2차 세계대전이에요.”

그리곤 “당시 모든 음악가들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콘서트 무대에 올라야 할 정도로 많은 음악적 수요 안에 있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Blue)을 넘어 ‘분노’(Red)로까지 치닫는 이들에 음악을 포함한 예술 그리고 예술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팝, 재즈, 클래식 등 어떤 음악이든 영혼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어요. 실내악 레퍼토리는 좀더 개인적이고 친밀한 것을 찾는 이들에게 훌륭한 선택이 될 겁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