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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각자의 고군분투,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을 위한 ‘더 드레서’

입력 2020-10-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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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레서_제작발표회_1008 (24)
8일 정동극장에서 열린 연극 ‘더 드레서’ 제작발표회 현장. 왼쪽부터 옥슨비 역의 임영우, 노먼 오만석·안재욱, 사모님 배해선, 선생님 송승환, 사모님 정재은, 맷지 이주원, 제프리 송영재(사진제공=정동극장)

 

“(극 중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이고 공습경보가 울리는 가운데서도 공연을 해요. 사실 우리도 코로나19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잖아요. 그 상황이 흡사하죠. 비참한 상황에서도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각자 온힘을 다하고 있거든요.”

8일 정동극장에서 열린 연극 ‘더 드레서’(The Dresser, 11월 18~2021년 1월 3일 정동극장) 제작발표회에서 ‘선생님’(Sir) 역의 송승환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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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 선생님 역의 송승환(사진제공=정동극장)

‘더 드레서’는 할리우드 거장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감독, 휴 잭맨(Hugh Jackman)·니콜 키드먼(Nicole Kidman) 주연의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2008) 등의 작가 로날드 하우드(Ronald Harwood) 작품이다.

1980년 영국 맨체스터 로열 익스체인지 시어터에서 초연된 후 같은 해 웨스트엔드, 다음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1983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으며 2015년에는 안소니 홉킨스(Anthony Hopkins)와 이안 맥켈런(Ian McKellen) 주연의 BBC TV드라마필름으로 리메이크돼 방송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을 이끈 송승환·장유정 연출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정동극장이 ‘은세계’(2008) 이후 12년만에 선보이는 연극이기도 하다. 

 

‘난타’ 등의 제작자에 무게중심을 뒀던 송승환이 오랜만에 배우로 무대에 서는 작품인 동시에 2015년 ‘멜로드라마’ 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장유정 연출의 연극이기도 하다.


‘더 드레서’에 대해 장유정 연출은 “1942년 영국 2차 세계대전으로 공습이 한창일 때 셰익스피어 극을 전문으로 하는 극단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노배우와 수족 같은 드레서가 고군분투한 하루 동안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올리고 나서 놀라운 일이 있다. 작가가 젊은 시절 실제로 영국의 극단에서 드레서로 일한 경험치가 녹아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장 연출의 말처럼 연극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을 배경으로 ‘리어왕’ 공연을 앞둔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꾸준히 해온 노배우 선생님(송승환)과 그의 의상담당 노먼(안재욱·오만석, 이하 가나다 순)을 중심으로 선생님의 아내이자 오랜 상대역 배우 사모님(배해선·정재은), 또 다른 배우들 제프리(송영재)와 옥슨비(임영우), 무대감독 맷지(이주원) 등이 풀어가는 무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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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 노먼 역의 안재욱(왼쪽)과 오만석(사진제공=정동극장)

 

송승환은 “배우를 다룬 작품은 많지 않다. 이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우리들 이야기, 연극계 이야기, 무대와 분장실 이야기라는 데 친근감을 느꼈다”며 ‘더 드레서’에 애착을 갖게 된 이유도 털어놓았다.

“작품에서 제가 맡은 역할이 극단 대표 겸 배우여서 제 생각을 안할 수 없었습니다. 제 얘기 같은 동질감이 많았죠.”

송승환의 무대 출격에 장유정 연출은 물론 노먼 역에 안재욱·오만석, 사모님 정재은·배해선 등의 배우들이 “당연히 해야죠”를 외치며 기꺼이 합류했다. 장유정 연출은 “이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모으고  함께 하는 것이 행복했다”면서 “어제(7일) 세 번째 연습, 3일차 리허설을 했다. 이미 대사를 다 외우셔서 1막 1, 2, 3장을 연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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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 장유정 연출(사진제공=정동극장)

“이런 속도면 2주차에 런(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연습)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프로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정말 많이 배우고 있죠. 연습 중 잠깐 쉬는 시간에도 저를 가만 두질 않아요. 발코니에서, 물 마시는 데까지 따라와서 물어보고 얘기하고…살아 있는 걸 느끼고 있어요.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열정적으로, 더 좋은 연출이 되도록 성실하게 임할 수 있게 해주신 배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배우 송승환, 장유정 연출은 물론 안재욱과 오만석 등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의 종식으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장유정 연출은 “영화 ‘정직한 후보’ 시사회하는 날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그날은 뉴스도 못본 상태였고 다들 관심도 없었다. 다들 ‘금방 지나가겠지’ 했다”며 “코로나19 한중간인 2월 개봉하던 때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루 이틀은 당황했고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준비도 못했죠. 그렇다고 사과나무를 안심을 수는 없었어요. 우리의 직업, 살아가는 일, 희망(을 가지는 것) 등을 다 멈출 수는 없었죠. 살면서 코로나19도 있지만 이것이 (고통의) 끝이 아닐 수도 있어요. 결국 저희 극 중 ‘선생님’처럼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것이 굳건히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유정 연출의 말에 안재욱은 “지금은 힘들지만 겨울에는 거리두기 없이 가득 채워진 객석 앞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고, 오만석은 “(거리두기를 표시하는) 스티커에 뺏긴 자리를 관객분들이 차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송승환도 극 중 선생님이 연극 ‘리어왕’ 커튼콜에서 전쟁으로 인한 두려움에 지치고 혼란스러운 관객들에게 하는 대사를 인용하며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이 ‘더 드레서’로 위안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지친 여러분이 심신을 충전하기 위해 극장으로 많이 와주시길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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