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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아프리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난> 윤영준

60년간 그 많은 원조에도 왜 아프리카는 아직도 가난할까

입력 2020-10-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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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경제조사국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아프리카는 왜 아직도 가난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60년 동안 그렇게 중국 등에서 대규모 원조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적 종속에 빠져있는 아프리카. 저자는 그 원인을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결론 짓는다. 정부와 위정자들의 정책 실패로 장애물에 걸려 넘어져 있는데, 국제사회는 여전히 물과 빵만을 건네는 형국이라고 비판한다. 아프리카가 우리의 미래 파트너라는 점에서 이 책은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부족한 이해를 넓혀줄 책이다. 

 

 

 

* 아프리카라고 모두 빈곤하지는 않다 - 이집트와 북아프리카 정치경제동맹체인 아랍마그레브(Arab Maghreb Union)의 회원국,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모리타니 등 아프리카 북쪽 국가들은 가난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남쪽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최근 부채 문제로 시름을 앓고는 있지만 역내 다른 빈곤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쪽에는 아프리카 최대 유전을 확보한 나이지리아가 있다. 나이지리아 남아공화국 이집트 이 세 나라가  GDP 기준 아프리카 전체 경제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모리셔스와 셰이셸 등 인구 100만 내외로 1인당 국민소득이 압도적으로 높은 초소형 관광부국들,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레소토 등 인구 200만~300만 내외 남아프리카 부국들도 아프리카 빈곤과는 거리가 있다. 결국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나라는 전체 54개국 가운데 20개 안팎인 셈이다.  

 

* 경제적 통합과는 거리가 먼 아프리카연합(AU) -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는 아프리카 55개국(유엔에서 국가자격 부여받지 못한 서사하라까지 포함)을 회원으로 하는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본부가 있다. 유럽의 유럽연합처럼 아프리카 최고의사결정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개발의 효율성에 기초한 경제적 통합 보다는 아프리카의 독립과 정체성 수호를 위한 정치외교적 통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빈곤문제 보다는 기후변화, 여성인권, 경제통합, 포용적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등 다소 추상적이고 듣기 좋은 글로벌 어젠다를 주로 다룬다. 

 

* 아프리카의 도약 ‘어젠다 2063’ - 아프리카를 2063년까지 세계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AU의 마스터플랜이다. 온갖 화려한 개발목표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 아프리카에 또다시 50년의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50년 후에 강대국이 된다는 책임 없는 비전은 내려놓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가며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 아프리카 54개국과 역내 27개국을 포함해 총 81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역내회원국이 총 지분의 60%를 갖고 있다. 태생 자체가 자기주도적이다. 돕는 주체와 도움을 받는 주체가 일치한다는 점이 다른 지역개발은행들과 차별화된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약 9%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면서 금융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수혜국 중 하나다. 이 가구는 ‘하나의 아프리카’라는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준수한다.  

 

* 자원은 많고 혁신은 없는 아프리카 - 2018년 디즈니 마블시리즈 영화 <블랙팬서>라는 영화에 ‘와칸다’라는 아프리카 소왕국이 나온다. 엄청난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로 묘사된다. 바브레늄이라는 슈퍼 리소스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덕분이다. 저자는 이 영화처럼 결국 아프리카는 하늘에서 뭐가 뚝 떨어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종속론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원유를 수출하지만 휘발유같은 석유제품을 수입해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산유국들,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콩 최다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면서 정작 초콜릿은 비싼 값에 수입해 사다 먹는 코트디부아르의 국민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아프리카 성장률 - 국제유가 추이와 아프리카 성장률 추이를 보면 시차를 두고 거의 일치한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이집트 알제리 등 4개 산유국의 아프리카 전체 GDP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광물자원이 압도적인 남아공을 포함하면 1차 자원의 수출 가격이 아프리카 성장률을 결정짓는 셈이다. 저자가 근무하는 AfDB에서 매년 1월에 아프리카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는데 늘 결론은 똑같다. ‘아프리카 성장률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반등에 의존적이다.’ 

 

* 통화마저 종속된 아프리카 - 세파프랑(FCFA)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14개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화폐다. 1945년 프랑스 식민지 화폐로 도입되어 1960년 독립이 이뤄졌음에도 계속 프랑스 프랑과 유로화에 고정된 채 이어지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9년 12월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해 세파프랑의 폐지 및 새로운 화폐 에코(ECO)로의 변경을 합의했으나 기본 골격은 여전히 크게 다르지 않다. 유로와 동일한 신뢰도를 갖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실제로는 프랑스가 가져가는 경제적 이득이 더 어마어마하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GDP의 절반 이상이 프랑스와의 교역과 투자 소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수도 통신 등 기반시설은 모두 프랑스 자본이 독점하고 있다. 심지어는 금리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통화안정증권도 찍어낼 수 없다. 프랑스 중앙은행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과 맞서다 르완다 외에는 모두 꼬리내려 - 2016년 3월 동아프리카경제공동체(EAC) 회원국들은 미국산 중고의류에 대한 관세 인상과 수입금지조치를 결의했다. 미국산 중고 의류가 아프리카 섬유의류산업 발전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발끈해 당장 아프리카성장기회법에 기반해 기존에 제공하던 관세혜택을 철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케냐를 시작으로 모두 굴복했고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르완다 뿐이었다. 미국은 르완다에서 수입하는 의류품목에 대한 관세혜택을 60일간 유예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016년 한해 미국의 대 르완다 중고의류 수출액이 15만 달러에 불과했었는데도. 저자는 결국 ‘메이드 인 아프리카(Made in Africa)’ 없이는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 ‘메이드 인 아프리카’가 요원한 이유 - 아프리카 나라들의 산업화 전략에는 자국 기업 육성 정책이 아예 빠져 있다. 오히려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외국기업이 들어와 정부 개입 없이 국민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알아서 척척 생산해 주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수익이 계속 아프리카에 재투자되지 않고 해외로 빠져 나가니 아프리카의 가난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적어도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만큼은 외국자본에 의존하기 보다 적극적으로 자국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대학살 후 거듭나고 있는 르완다 - 르완다는 80만 시신 위에 세워진 나라다. 1994년 4월에 르완다 내부 부족 간 다툼으로 8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른바 ‘르완다 제노사이드(genocide)’다. 당시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이후 집권한 폴 카가메 대통령은 르완다를 완전히 새로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 미국 중고의류 금수조치 실행을 앞두고 그는 국민들에게 “헌옷을 계속해서 받아 입을지, 섬유산업을 키울 지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독려했다. 2020년 세계은행 기업환경지수 평가에서 르완다는 세계 38위로 아프리카에서 모리셔스 다음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세워 경제기반을 재건했고, 2017년부터는 구조전환을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해 본격적인 경제부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겁박에 겁먹고 물러난 다른 나라들에게 르완다의 성공 스토리가 자극과 도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 IMF 처방에 고통받는 아프리카 - 대부분 국가들이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우리와 달리 아프리카 나라들은 위기의식이 거의 없다. 국민들은 구제금융 받은 사실조차 모르고, 각국 정부는 모범생처럼 조치를 잘 따른다. 아프리카에서 IMF는 재정 건전성 획보, 정부보조금 철폐, 변동환율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모두 정부 부담을 줄이고 시장의 역할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조치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각국 정부가 IMF의 개혁과제를 꼼꼼히 따져 가능한 자극 경제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수문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안타까와 한다.

 

* 저축을 모르는 아프리카 - 아프리카 나라들은 대부분 은행 예금이자가 높다. 현금자산이 많은 부유층은 묵직한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치안이 불안한 만큼, 은행금고가 더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대다수 서민들에게 은행계좌 보유는 사치다. 더욱이 계좌관리수수료라는 것이 있어 은행 이용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은행들은 예대마진 보다는 각종 수수료 수입과 외환 채권 매매 등 비본질적인 영업에 의존한다.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금융발전에 관한 논의는 늘 탁상공론에 그친다며, 저축을 장려하고 은행 등 금융서비스업의 몸집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 아프리카의 거센 모바일 열풍 - 아프리카에서 모바일 열풍은 가이 선풍적이다. 세계 모바일 머니 사용인구의 절반 가량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산다. 핸드폰 번호만 있으면 모바일 머니 계좌가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모바일 머니는 신속하고 정확한 결제와 송금으로 경제활동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문제는 가치 저장수단으로서 모바일머니가 외형적으로 저축과 유사함에도 이것이 은행이 아니라 통신회사 계정에 예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은행예치금 같이 신용창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치금에 대한 이자도 없다. 저자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저축하지 않아 가난한 것이라며 거듭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인구는 많지만 숙련된 노동력이 없다 - 아프리카는 기술원조도 상당히 많이 받는다. 하지만 기술직업훈련이 미흡하다. 기술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에 어떤 산업에 무슨 기술이 어느 정도의 숙련도로 얼마만큼 투입되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는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중점적으로 육성할 우선순위 산업분야를 정하고 관련 기술 도입 및 육성 계획을 짜야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런 절차를 무시한다. 많은 나라들이 산업화를 위한 기술훈련정책 거버넌스 구축에 미온적이다. 인도가 ‘메이크 인 인디아’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별도의 부처(기술개발창업부)를 설립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 생산기반 부족이 가져오는 문제들 - 아프리카에 부족한 것은 생산기반이지 소비욕구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초적인 인프라가 있어야 4차 산업혁명 기술에 힘입어 제조업 생산능력이 향상될텐데, 그런 기초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중국이 제조업 강국이 된 것도 조립가공과 같은 단순화된 제조업을 통해 오랜 기간 충분히 연습한 결과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12억 인구와 급성장하는 소비시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는 기술과 공장이 없다. 자신들이 쓸 것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라인이 절실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 자유무역협정은 있으나 자유무역이 없는 아프리카 - 2019년 5월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협정(AfCFTA)가 발효됐다. 기존 8개의 권역별 경제공동체를 아우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55개 나라가 참여한 이 협정이 아프리카의 경제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가 관심이다. 처음에는 아프리카 총 교역액에서 10%에 불과한 역내 교역비중이 2022년까지 60%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해 8월에 나이지리아는 인접국 베냉과의 국경을 봉쇄했다. 쌀 밀수를 근절하기 위한 극단의 조치였다. 저자는 “FTA가 없어서 교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국가 간 지역간을 연결하는 교통 물류 인프라가 미흡해 역내 교역이 부진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역내 인프라 구축이 FTA같은 선언적 조치보다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 ‘인구 대륙’의 딜레마 -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다. 아프리카 최대 석유수출국이며 천연가스 매장량도 1위다. 그러나 이 나라 절대빈곤 인구는 거의 1억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UN이 2019년에 발표한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현재 12억명 규모의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까지 약 2배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구는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핵심자원이다.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 인구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평균 연령 19세, 전체 인구 중 35세 이하가 77%인 젊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자리가 그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게 큰 문제다.

 

* 대량생산 위한 기계화 절실한 농업 - 코트디부아르는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카카오 최대 수출국이다. 아웃 가나를 포함하면 두 나라가 전체 카카오의 63%를 생산한다. 그러나 수출만 할 뿐, 초콜릿 생산은 유럽이나 아시아 등 소비지 근처에서 이뤄져 비싼 값으로 역수입된다. 초콜릿이라는 상품의 가치사슬에서 코트디부아르가 가져가는 부가가치 비율은 5%에도 못미친다. 정부와 수출업자의 유통마진을 제하면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1% 수준에 불과하다.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화나 농업기술 개발과 보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오로지 토지와 노동의 양적 투입에 의존한 생산구조가 이런 불평등을 야기한다. 

 

* 여전히 질 낮은 농업에 연연하는 아프리카  - 아프리카 농업 원조는 전체 국제개발원조의 약 15~20%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계속된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농업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고 식량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나 세네갈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에서는 경상수지 적자의 주원인이 쌀 수입이다. 가장 많은 원조를 받으면서 농업 때문에 경제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문제는 2000년 이후 아프리카가 여전히 농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 농촌 인구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저자는 아프리카가 이제 더 이상 농업을 토지집약적 산업으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농촌으로 다시 내려가 영세농이 되는 체제로는 안된다고 비판한다. 모든 AU가 모든 나라의 정부재정 1%를 농업으로 지출키로 한 결의는 자칫 자원 낭비가 될 것이라며, 이제 기술 농업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대외채무 과다 우려 - 2018년 기준 아프리카의 대외채무는 7000억 달러에 이른다. 매년 지불하는 이자만 440억 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채무액의 절대 크기보다, 상환능력에 비해 과다한 대외부채를 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환율변동에 취약해 특정 국가에 대한 채무가 증가하면 경제가 채권국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프리카의 대 중국 채무는 2017년말 약 1400억 달러로 전체 대외채무의 20% 정도 수준이다. 저자는 국가신용도 저하와 경제 종속 협상을 피하기 위해 대외채무를 가능한 줄이는 대신 세금이나 저축 등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조 등으로 이뤄진 풍부한 유동성이 모두 지하경제에 묶여 있는 현실을 하루빨리 시정토록 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 아프리카에 만연한 ‘비공식경제’ - 공식 국민소득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제활동을 비공식경제라고 한다. 지하경제라고도 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노동인구의 약 60%가 비공식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경제주체인 개인이나 법인의 정보와 이들의 경제활동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 어디에서 어떤 경제활동을 하는지 알 수 없으니 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고 결국 세금 누수가 불가피하다. 금융시스템도 불비하여 신용불량자조차 가려낼 수 없다. 부실채권을 우려해 은행은 보수적인 운용을 할 수 밖에 없다. 아프리카에는 현금결제 비중이 95%가 넘고 시장에 현금이 남아돌지만 그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계좌수수료가 높은 탓도 있지만 계좌 개설에 필요한 서류가 워낙 복잡하다. 비공식경제가 만든 비효율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 젊은 대륙의 늙은 지도자들 -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나이가 많다. 2018년 말 기준 가장 나이 많은 지도자 순으로 10명을 추리면 평균 연령이 만 80세를 넘는다. 선진국은 52세 수준이다. 아프리카 평균 연령 19.4세에 비해 평균 4배나 많은 할아버지급이다. 젊은 아프리카를 젊은 세대 정치인들이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정치지도자의 늘어난 통치 수명만큼이나 아프리카의 경제발전 속도와 크기는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끝없이 장기집권에 목을 매면서 정치시스템은 균열되고 경제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에리트리아와의 20년 국경분쟁을 취임 3개월만에 해결한 에티오피아의 젊은 아비 총리를 저자는 해법으로 제시한다.

 

* 원조만 있고 개발은 없다 - 아프리카 대륙은 국제개발원조 수혜대상으로 부동의 1위다. 사하라이남 지역 정부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2018년의 경우 이 지역 원조액이 OECD를 통해 공식집계된 것만 503억3000만 달러다. 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 335억8000만 달러에 비해 월등히 많다. 저자는 “아프리카 저개발 지속이 ‘원조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원조 때문’이라는 비판적 시간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 고개 드는 원조 무용론 - 잠비아 출신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원조는 해악”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주도의 현금성 공적원조는 부패할 수 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사회자본과 외국인 투자를 저해한다고 비판한다. 뉴욕대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는 조금은 관대한 원조 무용론을 펼친다. 그는 서방 선진국들의 무능력을 비판한다. 현지 사정을 감안한 전략적 고려 없이 양적 투입애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원조를 두배 늘렸다고 G8 국가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를 제작비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고 일침을 가한다. 스코틀랜드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도 “원조의 비효율적인 부분과 효율적인 부분을 냉정하게 분별해 효율적인 원조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원조로 인해 위축되는 개발의지 - 원조가 국내의 개발재원을 밀어내는 이른바 ‘원조의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조액이 클수록 국내에서 거둬들이는 정부수입이 주는 경향을 보인다. 대외원조를 받게 되면 그만큼 정부가 세수확충 노력을 덜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저축과 민간투자 등도 원조 증가에 반비례한다. 공여국마다 원조에 대한 비전과 목표, 전략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자국에 가장 이윤이 남는 쪽을 택하게 된다.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틈바구니 속에서 공여를 받는 나라의 입장을 고려한 자발적 협력도 사실상 요원하다. 결국 원조를 받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수동적으로 현금성 원조를 수용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국가개발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개발재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가난을 부채질하는 환경오염 - 대기오염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아프리카의 높은 사망률은 말라리아 장티푸스 등 다양한 풍토병과 함께 열악한 보건의료 수준 탓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여기에 아프리카의 급격한 도심화 현상과 그에 따른 대기오염 악화를 새로운 요인으로 지목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1990년 16만4000명에서 2017년에는 25만8000명으로 60%나 증가했다. 특히 도심공해는 침묵의 암살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 결국 ‘정책 부재’가 문제 - 대부분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 현실에 대해 “This is Africa”라고 한탄한다. 아프리카의 부정적 행동양식을 태생적이고 불가변적인 것으로 비하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프리카의 빈곤은 정책실패의 결과이며, 정책의 실패는 지도지와 관료의 실패일 뿐 아프리카의 실패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프리카의 가난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가 아니다”라면서 “올바른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면 바로잡을 수 있는 불균형 상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지도자와 관료들은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빈곤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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