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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48시간 후 지구종말… 남편의 외도쯤이야!

[문화공작소] 추석극장가 박스오피스 3위 안착,영화 '그린랜드'
화해하고 용서하는 한 가족의 생존분투기

입력 2020-10-13 17:30 | 신문게재 2020-10-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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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랜드’ 포스터.(사진제공= JNC미디어그룹)

 

의외의 영화 한편이 한가위 극장가에 ‘매운맛’을 선보였다. 매년 이맘때 스크린은 소리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개봉한 ‘그린랜드’는 한국영화의 결정적인 ‘한방’이 없는 틈을 제대로 노렸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세기의 유성쇼가 쏟아지는 지구, 알고 보니 이는 인류 종말의 시작이었다.

해상으로 떨어져야 할 파편들이 전세계 각국의 랜드마크에 떨어지며 인류의 3/4를 멸망시키게 된 것. 남은 시간은 48시간. 의사나 건축가, 과학자 등 지구재건에 필수 인재들과 그 가족들만이 선택돼 안전한 벙커로 옮겨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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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 개봉한 영화 ‘그린랜드’(사진제공= JNC미디어그룹)

다행히 주인공 존(제라드 버틀러)은 고층빌딩을 설계하는 건축가로 미국 정부의 선택을 받는다. 

 

영화는 동네 이웃들과 친목도모를 하고 있는 사이 존의 가족에게만 전화가 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웃들은 자신의 집에도 전화가 왔을 거라고 달려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의 선택은 인류 재난 뒤 세상에 필요한 인재들이었기 때문이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존에게 아이만 데려가 달라고 울부짖는다.


냉정하게 그들의 청을 뒤로하고 떠나는 존과 그를 원망하는 아내와 어린 아들의 모습도 잠시. 대피한 공항에서 지병이 있는 아들의 상태로 그들 역시 거부당하게 된다. 소아 당뇨가 있어 애초에 부적격자였지만 전산상의 실수로 생존자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그린랜드’는 철저히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마겟돈’ ‘투모로우’ 등 전세계 관객들에게 인정받은 재난 영화를 뛰어넘을 게 아니라면 조금 더 곤란한 상황을 더 하려는 것이 이 영화의 생존 방식같다. 


극 중 존의 아들은 소아 당뇨를 앓고있는데 인슐린 부족으로 사경을 헤맨다. 약탈이 시작된 동네 약국에 들어서자 강도가 들이 닥치고 얻어 탄 차의 부부는 주인공의 생존 팔찌를 탐내다 결국 아이를 납치하기에 이른다.

영화 중반부터 드러나는 부부 사이의 서먹한 비밀도 영 불편하다. 이들은 존의 외도로 별거와 이혼을 앞두고 있었다. ‘이보다 더 꼬일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고 주인공 가족은 한적한 시골에 있는 처가로 피신한다. 같이 떠나자는 존에게 장인은 “죽는다면 내 아내가 묻힌 여기서 죽을 것”이라면서 사위 부부에게 장전된 총과 트럭을 내준다. “다시는 내 딸을 두고 다른 여자 침대에서 발견되지 말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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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그린랜드’로 가는 공항. 국가에 의해 선택받은 이들만 들어 갈 수 있어 비극을 더한다.(사진제공= JNC미디어그룹)

 

영화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지하 벙커로 떠나는 세 가족의 힘든 여정을 고스란히 따른다. 존은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비행기를 멈추고 불타는 차에 뛰어드는 초인적인 희생으로 벙커의 문이 닫히기 직전 그곳에 도착한다. ‘그린랜드’는 죽음을 감지한 인간들이 벌이는 악다구니와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인생 마지막 유성쇼를 즐기는 모습을 교차시킨다. ‘당신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겠느냐’ 묻 듯이.

부부의 갈등은 이미 ‘생존본능’ 밑으로 묻혀버렸다. 아내는 ‘너희만은 살리고 죽으리라’는 필사적인 남편의 모습에 감동하며 과거의 실수따윈 잊어버린 모양새다. 뻔한 이야기에 분통 터지는 상황이 반복되지만 이상하게 눈물이 흐른다. 

 

결국 ‘그린랜드’는 동시에 모든 게 사라진 지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인류의 미래를 제시한다. 9개월 후 지상으로 나온 존의 눈에는 폐허만이 담긴다 .그의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다면 이 영화가 제시하는 과도한 해피엔딩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119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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