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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노광기 확보하라" 이재용 부회장, 유럽서 반도체 장비 쟁탈전

ASML 본사서 김기남 부회장과 함께 피터 버닝크 CEO와 환담
대만 TSMC와의 초미세공정 경쟁의 핵심 장비

입력 2020-10-14 11:02 | 신문게재 2020-10-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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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ASML 방문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의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공장을 찾아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엿새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과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을 협의, 대만 TSMC와의 장비 쟁탈전을 현장에서 이끌어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8일부터 13일까지 네덜란드, 스위스 등 주요 지역을 방문, 글로벌 현장 경영의 행보를 재가동하고 14일 오전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귀국했다.

무엇보다 이번 유럽 출장의 핵심은 ASML과의 반도체 제조장비 협상이다. 이 부회장은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함께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만나 양사 간 협력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버닝크 CEO는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 장비 공급 △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 기술 개발 협력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장 전망 및 미래 반도체 기술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이를 구현하는 EUV 노광기는 기존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5나노 공정의 핵심장비로 꼽힌다. 인공지능(AI)·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현재 EUV 노광기는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1년 생산량은 40~50대 수준으로 제한적이며, 대당 가격은 1500억~1800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이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EUV 노광기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최근 TSMC가 ASML에 한 해 생산 전량에 달하는 물량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 부회장이 장비 쟁탈전에 뛰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만큼, EUV 노광기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2019년에 10대의 EUV 노광기를 도입한 삼성전자는 현재 대대적인 추가 도입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현재 20여 대 수준으로, 내년까지 50대 이상의 규모를 갖춰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에 이 부회장이 ASML을 직접 찾아 EUV 노광기 추가 확보에 나선 만큼, 양사 간 EUV 노광기 확보전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주목된다.

한편,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 삼성전자를 방문한 버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미세 공정기술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지난해 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협력해 왔으며,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한 바 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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