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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아홉잔의 중국술 이야기> 정윤철 외

중국 술의 모든 것 ... 술의 역사와 문화 예절, 그리고 가치

입력 2020-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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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저자들은 ‘중국 술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자’는 취지로 모였다. 다양한 관점에서 중국 술의 역사와 트렌드에 접근했다. 중국 술의 양대 산맥인 백주(白酒)와 황주(黃酒)를 중심으로 모두 9개 테마로 나눠 중국의 다양한 술과 술 문화에 관해 들려준다. 이백과 루쉰, 마오저뚱, 시진핑 등 중국의 역사적 인물들과 술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담았다. 중국의 술자리 예절과 함께 우리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우량예 등 중국 술에 관한 이야기도 풍성하다.



* 술 주(酒)자의 연원 - 고대 한자에서 술을 뜻하는 주(酒)자는 원래 삼수변(水)이 없는 유(酉)자였다. 밑이 뾰족한 항아리 모양이다. 당시 술은 항아리에서 발효했는데, 밑이 뾰족해야 발효에서 생기는 침전물을 모으기 편했다고 한다. 이후 술 항아리 옆에 세 개의 선이 추가되었다. 술 항아리에서 술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 고대 제사에 쓰였던 술 - 중국 고대 경전인 상서(尙書)에 보면 ‘술은 제사 때만 마실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천지와 산천 등에 제사를 올렸는데, 술이 곡식을 몸으로 삼고 맑은 물을 정신으로 해 자연의 보살핌 속에서 탄생했다고 믿었다. 고대 중국에서 술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예법’이었다. 예법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며, 고대 관례와 혼례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또 하나의 기능은 약제 역할이다. 음주가 건강을 돕는 역할을 했다. 의원 의(醫)자를 보면 고대에는 술이 의술이나 병의 치료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술과 관련한 한자들 작(酌) 수(酬) 초(醋) - <설문해자>에 보면 잔치문화와 관련된 대표적 글자로 이 세 글자가 등장한다. 작(酌)은 술잔에 술을 따라 손님에게 권하는 것을 말한다. 대작(對酌) 혹은 자작(自酌)한다는 단어에 쓰이고 짐작(斟酌)에도 쓰인다. 수(酬)는 주인이 손님에게 받고 나서 다시 손님에게 술을 따른다는 뜻이다. 여기서 ‘보답하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보수(報酬), 수작(酬酌) 등의 표현으로 사용된다. 수작의 경우 본래는 술을 주고 받는다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남의 하찮은 말이나 행동으로 의미가 파생되었다. 초(醋)는 손님이 주인에게 술을 올린다는 의미다. 반대로 손님에게 술을 올리는 것을 헌(獻)이라고 했다.

* 술에서 파생된 이웃사촌 한자들 1 - 술취할 취(醉)자는 술(酒)을 과하게 마셔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잃는다(卒)는 의미다. 도취(陶醉) 심취(心醉) 마취(痲醉) 등에 쓰인다. 술 깰 성(醒)자는 술과 별(星)이 합쳐진 말로, 혼미한 상태에서 정신이 든다는 뜻이다. 각성(覺醒)도 이 자를 쓴다. 술 취할 명(酩)자는 술과 저녁(夕), 입(口)이 합쳐진 말로, 해가 질 무렵 농부들이 농사일을 끝내고 한담한다는 뜻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술, 즉 좋은 술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중국 백주 브랜드 가운데도 명(酩)자가 들어간 술이 많다.

* 술에서 파생된 이웃사촌 한자들 2 - 술과 발효는 뗄 수 없는 관계다. 효(酵)는 술과 효(孝)가 결합된 말로, 본래는 술을 빚을 때 발효가 되는 주원료인 술밑(酒酵)를 가리켰다. 醱酵(발효)가 대표적인 쓰임새다. 젓갈 장(醬)자는 육장(肉醬)을 의미한다. 술이나 식초를 사용해 고기를 염장하던 방식을 말한다. 고대에는 육장을 만들 때 술을 넣어 발효시켰음을 알 수 있다. 자장면이나 오향장육 등의 단어에도 들어간다.

* 세계 6대 증류주 - 증류주는 양조주 또는 발효주와 상대되는 개념이다. 증류 방식으로 만들어진 술을 통칭한다.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든 양조주에서 알코올을 분리해 만든 고농도 알코올을 함유한 술이다. 세계 6대 증류주로 브랜디, 워스키, 보드카, 진, 럼, 그리고 중국의 백주를 꼽는다. 우리 전통주인 소주도 증류주의 일종이다.

* 중국의 증류주들 ‘소주부터 빼갈 고량주까지’ - 소주는 중국 증류주의 옛 명칭으로 당나라 때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불사를 소(燒)에서 알 수 있듯이 불을 피워 증류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백주 등의 명칭으로 대체되었으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소주로 불린다. 백주는 중국 특유의 증류주를 지칭한다. 백(白)은 색깔 없이 투명함을 의미한다. 백간(白干)의 중국어 발음을 모방해 우리가 ‘빼갈’이라고 부른다. 수분이 없거나 매우 적은 상태라 그만큼 도수도 높아 실제 50~60도에 이른다. 고량주는 수수를 주원료로 증류한 백주를 말한다. 수수를 중국어로 고량(高粱)이라고 한다. 한국인이 즐기는 얼궈토우주(二鍋頭酒)가 중국의 대표적 대중 고량주다.

* 중국 전통 발효주 ‘황주(黃酒)’ - 황주는 도수가 낮은 술이다. 원료는 곡물과 누룩 물이다. 곡물로는 남방에서는 주로 쌀, 북방에선 조를 사용했다. 누룩이 들어가 술 빛깔이 황색으로 윤기가 있으며 맛이 감미롭고 순하다. 기원전 200년 전 진나라에서 기원 후 1000년 북송까지가 중국 황주의 전성시대였다. 특히 한나라 때는 봉건토지제도가 확립되어 농업이 발전하면서, 남는 곡물로 술을 많이 만들었다. 삼국지의 관우가 동탁군 적장 화웅을 무찌르고 와 여전히 식지 않은 술을 마셨다던 그 술이 황주를 끓인 ‘온주’였다. 황주라는 명칭은 송대 문헌에 처음 나온다.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후 백주로 이름이 통일되면서 이후 황주는 샤오닝 등 일부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 황주에서 나온 백주(白酒) - 증류주인 백주는 발효주인 황주에서 기인한다.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한나라부터 원나라 까지 설이 다양하다. 백주는 명나라와 청나라를 거치면서 황주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주원료인 수수 재배가 확대된데다 황주에 비해 싸고, 도수가 높아 저장과 원거리 운송이 편리한 덕분에 청대 중엽에 마침내 황주 생산량을 추월해 대중적 음용주로 자리잡았다. 곡식이 백주 제조에 대량 소비되자 청나라 때는 백주 제조를 제한하고 금주령을 내리기도 했다. 1963년 주류품평회에서 8대 유명 백주가 선정됐는데, 구이저우 마오타이주, 스촨 우량예, 안후이 구징궁주, 스촨 루저우라오쟈오터취, 스촨 취엔싱따취, 산시 시펑주, 산시 펀주, 구이저우 동주다.

* 조조와 구징궁주(古井貢酒) - 조조는 자신의 고향인 보저우에서 만들어진 ‘구온춘’이라는 술의 양조법을 동한의 헌제 유협에게 헌상했다고 한다. 구온춘은 얼음이 녹을 때 좋은 쌀로 만든 곡으로 빚은 술을 말한다. 쌀을 3일에 한번 씩 아홉 번에 나누어 넣어 발효시킬 만큼 정성을 들인 술이다. 이 술은 중국 최초의 ‘조공 백주’라는 명성을 얻어 명나라와 청나라 400년 동안 황실의 정식 조공품 반열에 올랐다. 구온춘을 나중에 구징궁주라 이름 지었다. 구온춘이 발효주였던 반면 현재의 구징궁주는 증류주다.

* 시인 도연명과 타오링주(陶令酒) - 도연명의 걸작 <귀거래사>는 그의 깊은 고뇌의 정신을 최고의 형식미로 승화했다고 해 극찬을 받는 작품이다. 도연명은 술을 워낙 좋아했다. 때문에 그의 관직명이 붙은 술까지 있다. 평택 현령으로 부임했을 때 즐겨 마신 술이라 하여 타오링주라고 한다. 도연명이 직접 제조해 마신 술의 양조기술을 현지 주민들이 오래도록 보존해 만들어진 백주다.

* 이백과 타이바이주(太白酒) - 중국 역사상 최고의 시선(詩仙)이자 주선(酒仙)답게 이백이 남긴 1000여 수의 시 가운데 170여 수가 술을 소재로 쓴 것이다. 술에 관한 독보적 시가 ‘장진주(將進酒)’다. ‘달빛 아래 금 술잔을 비워두지 마시게… 만났으니 단 숨에 삼백잔은 마셔야지’. 그는 술과 달을 즐겨 묘사하는 서정성이 짙었다. 취중선(醉中仙)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의 호 태백(太白)을 붙인 백주도 상당히 많다. 산시성 메이현의 타이바이주업이 내놓은 타이바이주가 대표적이다. 충칭스시엔타이바이주업의 스시엔타이바이(詩仙太白)은 이백이 창장(長江) 지역을 방문했다가 술 맛에 반한 것을 기념해 이름 붙인 백주다.

* 구양수와 쟈포주(焦陂酒) - 관직 생활에서 부침이 많았던 구양수는 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아들과 손자들도 대를 이어 술에 관련된 관직을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 구양수는 허난성 활주에서 통판으로 있을 때 빙당주(氷堂酒)를 만들어 당시 재상 한기와 소식 등이 극찬했다는 기록이 있다. 구양수가 극찬했다는 술은 쟈포주다. 그는 쟈포라는 지역을 자주 방문했는데, 그 지역 술과 음식에 반해 <초피를 기억하며>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 소식과 쑤동포(蘇東坡) - 구양수가 “이제 내 시대는 갔구나”라고 찬탄했던 실력의 소식은 맛난 음식과 술을 즐긴 인물로 유명하다. 소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시 300여 수 가운데 주(酒)자가 90여 차례나 등장한다. 그는 평소 부귀와 명예가 술 한잔만 못하다고 여겼고 직접 술을 빚기도 했다. 그에게 술은 백성과의 간격을 좁혀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소동파라는 그의 호를 붙인 술도 많다. 고향인 쓰촨성에 있는 싼수주업의 쑤동포 백주와, 그의 무덤이 있는 허난성 허난동포주업의 동파주(東坡酒) 등이 유명하다.

* 삼국지와 술 -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인 <삼국지>에는 술 이야기가 많다. 유비와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를 기념하는 다양한 술이 나와 있다. 백주로는 타오웬싼제이주와 타오웬제이주가 유명하다. 칭다오맥주에서도 도원결의맥주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 충(忠) 인(仁) 의(義) 용(勇)을 두루 갖춰 신으로 까지 추앙받는 관우의 경우 고향인 산시성 읜청시 지산현에서 산시관궁주업주식회사가 관궁(關公) 계열의 브랜드를 50년 넘게 생산하고 있다. 관우의 묘가 있는 후베이성에는 관궁방(關公坊) 시리즈의 백주가 명품주로 평가받는다. 술 때문에 부하에게 목숨을 잃은 장비를 기념하는 술로는 후난성 레이양시에서 생산되는 장페이주(張飛酒)가 있다.

* 중국의 술꾼 루쉰 - 루쉰은 중국 근대문학의 개척자이자 ‘중국의 민족혼’으로 불리는 소설가다. 아큐정전, 광인일기 등을 썼다. 그는 많은 단편소설에서 중국의 다양한 술집과 술안주 술꾼을 묘사했다. 황주와 소주가 등장하고 회향두와 땅콩조림, 튀긴 두부, 말린 청어, 훈제생선, 염장죽순 등의 안주도 소개된다.

* 루쉰과 산부잔(三不粘) - 루쉰이 25년 동안 쓴 일기를 보면 ‘단오에 소주 여섯 잔과 포도주 다섯 사발을 마셨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는 또 베이징에 있을 때 ‘산부잔’을 먹으러 자주 술집 광허쥐에 갔다며 “산부잔이 해장에 좋은 음식”이라고 평가했다. 산부잔은 계란 노른자와 밀가루 설탕으로 만든 간식용 음식으로 카스텔라와 비슷하다. 그릇과 수저, 치아에 들어붙지 않는다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여기서 잔(粘)은 끈끈하다는 끗이다.

* 근대 작가 위화(余華)와 황주 - 위화가 1993년과 1995년에 쓴 <인생>과 <허삼관매혈기>는 1990년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소설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소설에서 황주는 민초의 희노애락 동반자로 묘사된다. 특히 남방의 황주와 특별한 안주와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해산물 가운데는 대게와의 조합이 최고다. 섬유질이 많은 바나나 배추 버섯 다시마도 알코올 흡수를 줄이고 간을 보호해 준다. 두부의 아미노산은 음식의 독성을 없애준다. 계란 살코기 유제품 등 단백질 함량이 많은 안주도 좋고 튀긴 두부나 말린 청어 등도 좋다.

* 현대 작가 모옌(莫言)과 고량주 - 모옌은 중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1986년에 발표한 <홍까오량 가족>은 이듬해 <붉은 수수밭>이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되어 1988년 베를린영화제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1920~1940년대 중국 동북 지역의 마을을 배경으로 일본군의 침략에 고통받고 항거하는 중국 민중의 모습을 그린 이 소설에는 지역 고량주 양조방식과 함께 고량주가 소독에 사용되는 장면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 술을 멀리 한 마오저뚱(毛澤東) - 중국 혁명가들은 모두 술고래 같지만 의외로 마오저뚱은 혁명을 그르칠 수 있다며 술을 멀리 했다. 대신 담배와 매운 음식을 선호했다. 그의 고향 상탄의 샤오산에 설립된 기념관에는 일명 ‘마오저뚱의 술’이 전시되어 있다. 중국 국가명주인 마오타이주로 만들었는데 안에는 고려인삼이 들어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선물했다고 한다. 숙면에 좋을 것 같아 측근들이 권했으나 결국 전혀 입에 대지 않다가 사후에 유물로 남아 전시되어 있다.

* 마오타이주를 사랑한 저우언라이(周恩來) - 키신저와의 핑퐁 외교로 유명한 저우언라이는 실용적인 행정관이자 노련한 외교관으로, 술을 이용해 분위기를 적절히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1971년 7월 중국과 국교를 맺기 위해 방문한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을 맞아 그는 30년된 마오타이주를 연회용 술로 준비하고, 대장정 중 마오타이주로 군사들을 치료하고 사기를 북돋은 얘기를 들려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두 사람이 마오타이주로 건배하는 장면은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 술 담배를 모두 사랑한 덩샤오핑(鄧小平) - 덩샤오핑은 80세 때 흡연의 10대 장점을 제창할 만큼 열렬한 담배 예찬가였다. 술은 더 좋아했다. 프랑스 와인을 즐겼지만 구이저우의 마오타이주, 항저우의 황주를 더 좋아했다. 아침 8시, 점심 12시, 저녁 6시30분 원칙을 평생 지켰다. 아침은 계란과 만두, 죽, 소금에 절인 고추였고 점심과 저녁은 반찬 네 가지와 탕이 전부였다. 점심 때는 낮잠을 자는데 도움이 된다며 반드시 백주를 한 두잔 마셨다. 후에 의사의 권고로 도수 낮은 황주 샤오닝주에 이어 더 낮은 포도주를 마시다 그나마 완전히 끊었다.

* 반부패 정책으로 술 시장 엎은 시진핑(習近平) - 시진핑은 집권과 함께 강력한 반 부패 정책을 밀어붙였다. 공금 외유와 관용차, 접대 등 ‘3공(公)’을 억제했다. 작은 부정이 온수좌청아(溫水煮靑蛙), 즉 서서히 데워지는 물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된다며 압박했다. 결국 대형 백주기업마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반대로 시진핑의 이름을 딴 ’시주(習酒)‘가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서브 브랜드로 탄생해 대박을 쳤다. 중국몽(中國夢) 정책을 활용한 ‘멍즈란(夢之藍)’도 중국 대표 브랜드로 부각됐다. 이 술은 도수가 41~52%에 달한다.

* 술 많이 안 먹지만 생산량은 최고수준 - 중국의 인당 술 소비량은 2013년 기준으로 연간 약 6리터다. 연간 12~14리터를 먹는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9리터의 한국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술 생산량은 2016년 기준 약 7200만 킬로리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맥주가 70%, 백주가 20%, 그 다음이 포도주다. 2016년 중국 총주류 판매액은 약 1조 위안(약 170조원)으로 전년대비 8% 증가했다. 14억 인구로 계산하면 인당 연간 715위안(약 12만원)을 음주에 쓰는 셈이다.

* 중국인들은 어떤 술을 얼마나 마시나 - 주종별 판매 수입을 보면 백주 소비량이 65%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맥주, 그리고 저만치 뒤에 포도주, 황주 순이다. 평균 술 가격은 백주가 리터당 16~18달러로 가장 높다. 와인으로 8~10 달러, 맥주가 1.5달러다. 백주는 일반적으로 가격에 따라 병당 600위안(약 10만원) 이상의 최고급주, 100~600위안의 중고급주, 100위안 이하의 저가주로 구분된다.

* 최고급 백주의 ‘양 강’ 마오타이와 우량예 - 중국에서 백주 생산기업은 상당 규모 회사만도 2016년 기준으로 1600여 개에 이른다. 쓰촨성과 산둥성에 각각 200곳 이상이 있고 하난성과 인후이성, 둥베이3성에도 많다. 고급주가 시장을 주도하는데 마오타이, 우량예, 양허, 루저우 등 상위 5개사 점유율이 15% 정도다. 그렇지만 600위안 이상 최고급 백주 시장에서는 마오타이와 우량예 두 회사가 시장의 80%를 점유한다. 100~600 위안의 중고급주 시장에서는 젠난춘이 40% 이상으로 1위이며 그 뒤를 양허, 수이징팡 등이 잇는다.

* 화동지역 3성에 집중된 황주 시장 - 오랜 침체기를 겪다 2000년대 초부터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백주나 맥주 등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다. 제조기업이 700곳 이상이지만 80%가 1000톤 이하를 생산하는 영세기업들이다. 생산은 주로 저장성이며, 소비는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 등 화동 3개 지역의 생산량과 소비량이 중국 전체의 80%와 70% 이상이다. 황주는 38도 정도로 약간 미지근하게 데워 마시는 것이 전통적인 음용법이다. 최근에는 젊은 취향을 반영해 매실 등을 넣어 마시기도 한다.

* 북쪽은 백주, 남쪽은 황주 ‘남황북백(南黃北白)’ - 날씨가 찬 북쪽 지역은 도수가 높은 백주, 따뜻한 남쪽 지역은 도수가 낮은 황주가 주로 소비된다. 백주는 양쯔강 이북의 산둥성과 등베이3성, 쓰촨성 등 중서부 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지역마다 기후와 물, 생산작물에 맞춰 고유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토속 브랜드 백주도 다양하다. 반면 황주는 지역적 한계가 있고 집중도가 과도하게 높다.

* 중국 대표 술 ‘마오타이주(茅臺酒)’ - 중국을 대표하는 주류기업은 마오타이다. 2018년에는 영국 위스키 기업인 디아지오를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위 주류회사로 등극했고, 2019년에는 1조 2000억 위안(약 200조원)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에 직격탄을 맞기도 했지만 중저가 브랜드와 결혼식 연회용 맞춤형 제품들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저가-저도수-저용량의 마케팅 전략으로 새 소비층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도 괄목할 만 하다. 직접 전자상거래 업체까지 설립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명주들 - 중국의 최고급 술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마오타이는 국주(國酒), 양허는 중국의 꿈(中國夢), 구오쟈오는 중국풍미(中國品味), 펀주는 중국술의 혼(中國酒魂), 수이징팡은 중국백주 제일방(中國白酒 第一坊) 등 저마다 중국 대표 이미지를 심으려 애쓰고 있다.

* 중국의 ‘10대 백주 명주’ -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에서 생산되는 ‘마오타이주’는 2000년 전 한나라 때부터 만들어져 청나라 중기에 이미 연간 170톤이 생산될 정도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한다. ‘우량예’는 쓰촨성 이빈에서 생산되며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중국술의 왕(中國酒王)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다. ‘루저우라오쟈오주’는 농향형 백주의 발원지인 쓰촨성 루어주에서 찰옥수수와 소맥을 원료로 만들어 향기와 여운이 깊다. 펀주(汾酒)는 산시성 싱화에서 만들며 감미로운 맛이다. 남북조시대 이후 중국 최초의 국주(國酒)로 추앙 받았다. 양허따취(洋河大曲)는 장쑤성이 주 생산지로, 당나라 때 큰 인기를 누렸다가 최근 다시 급 부상했다. 시펑주(西鳳酒)는 산시성 평상현에서 생산되며 유일무이한 봉황형 백주다. 젠난춘(劍南春)은 쓰촨성 마엔주 젠난춘에서 만들어지며, 중고가 제품 중 최고 매출을 자랑한다. 구징궁주(古井貢酒)는 인후이성의 대표 명주다. 전통적 양조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향긋하고 감미로운 맛을 자랑 한다. 수이징팡(水井坊)은 원나라 때 양조장이 발견된 후 대표적인 고급주로 거듭났다. 량주(郞酒)는 쓰촨성의 전통 명주로 해외 화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 중국 맥주의 4대 천황 - 화룬쉬에화(華潤雪花)는 세계 100대 기업인 화룬그룹이 만든다. 2018년부터 하이네켄과 수조원대 지분 교환으로 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칭따오(靑島)맥주는 1903년 독일 조차지에 세워져 좋은 수질로 정평이 나 있다. 1906년 뮌헨국제맥주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2006년 베이징 올림픽 공식 후원사였다. 하얼빈(哈류濱)맥주는 1900년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맥주 브랜드다. 남아공 월드컵 후원 후 30여 개국에 수출된다. 에징(燕京)맥주는 1980년 베이징에서 출발해 짧은 기간에 세계 8위 맥주 생산기업으로 성장했다. 지하 300미터 광천수로 만든다.

* 저력의 4대 전통 황주 - 구웨룽산(古越龍山)은 ‘동방명주 가운데 최고(東邦名酒之冠)’라는 호칭을 얻고 있다. 중국 제일의 황주 매출액을 자랑한다. 후이지산은 1743년부터 저장성에서 유명 황주를 생산한다. 수제발효 방식 등의 전통기법을 사용해 사랑받고 있다. 스쿠먼(石庫門)은 상하이 최대 황주 생산기업이다. 중국과학원으로부터 가장 우수한 발효균류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뉘얼홍(女兒紅)은 TV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한국인들도 사랑하는 술이다.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땅에 묻어 발효시켜 담가놓은 후 시집갈 때 가져간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 중국 술 이름의 유래 - 중국 술 이름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생산지역 이름을 딴 경우다. 마오타니주(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 루저우라오쟈오(장시성 루저우시), 젠난춘(쓰촨성 지엔난따오) 랑주(쓰촨성 얼랑진) 시펑주(산시성 펑샹현) 펀주(쓰촨성 펀양시), 양허다취(장쑤성 양허신취)가 대표적이다. 둘째, 루산비이주나 츠수이허주처럼 산이나 하천 이름을 딴 경우다. 셋째, 황허로우주나 빙마용주처럼 명승고적 이름을 붙였다. 넷째, 공자 이름을 붙인 쿵푸자주처럼 인물을 활용한 경우다. 이밖에 양조장 이름을 딴 수이징팡, 오곡 같은 재료에서 딴 우량예 등이 있다.

* 술 문화를 보여주는 술병 - 중국 술병은 단순히 술을 담는 용기가 아니라 중국의 술 문화를 보여주는 특수 공예품이다. 마오타이주 포장에는 인장이 있다. 오래된 주조장인 지에셩 주조장에서 1704년에 만들어진 술 이름을 마오타이주로 정한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우량예의 로고는 붉은 객 큰 원 안에 뻗어가는 다섯 줄의 선과 영문 W가 새겨져 있다. 붉은 색 로고는 번창, 경사 등을 의미하며 W는 우량예를 뜻한다. 펑주는 백자에 청화 장식을 해 고상한 품격을 드러낸다. 당대 시인 두목의 유명한 ‘술집이 어디에 있느냐 물으니 목동이 손가락으로 행화촌(펀주 주생산지)을 가리키네’하는 시 구절과 함께 목동을 그려 넣는 낭만적 형상미도 보여준다.

* 소장가치가 큰 술병 - 술병 수집가들은 술병을 소장가치에 따라 네 등급으로 구분한다. 가장 낮은 것이 3등급으로 20위안 이하다. 2등급 술병은 보통 20위안에서 100위안 정도의 가치로 평가된다. 예술성이 비교적 높고 제작기법도 정교하다. 1등급은 100위안에서 1000위안 사이다. 유명 가마터에서 제작했거나 명인이 만든 현대식 술병, 명확한 증빙이 가능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술병 등이다. 특등급 술병은 1000위안 이상이다. 명주나 오래된 술을 담은 특제 장식 술병, 귀한 재료로 만든 술병, 고대 진귀한 술병, 유명 예술인이 만든 술병, 세트로 만들어져 희소성이 있는 술병 등이 해당된다.

* 인기 있는 고가 술병들 - 쓰촨 투로파이의 주가(酒家)에서 제조된 ‘12간지 술병’은 모양이 독특하고 고풍스러워 호가가 수천 위안에 이른다. 팔선과해 칠선녀 시리즈 술병이나 대만 홍콩의 술병들은 디자인이 뛰어나고 품질도 우수해 수백 위안 이상이 나간다. 술병 수집가들이 가장 진귀하게 대접하는 술병으로는 후난성 장사요에서 만들어진 유하채(유약을 입히기 전에 채색하는 방법) 술병을 꼽는다. 하지만 당대 이후 장사요는 도자기 술병을 대량으로 만들어 오고 있다.

* 가치있는 술병 감별법 - 첫째, 포장 겉면에 술 제조공장 이름이 있는지, 술병에 마개가 있는지, 병마개에 생산일자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 생품(生品)과 숙품(熟品)을 구별해야 한다. 생품은 술이 담긴 적이 없는 병이다. 숙품은 술을 담아 사용했던 병 또는 술이 담겨 있는 병이다. 술의 독특한 향이 남아있고 관련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셋째, 형상적 측면에서 인물 동물 화훼 고전문학 신화 고대건축 등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 술자리 예절 ‘첨잔과 상좌존동’ - 중국은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밥을 먹으며 술을 함께 마신다. 2차, 3차 문화는 없다. 상대방 술잔이 비기 전에 술을 채워주는 ‘첨잔문화’도 유명하다. 자리에 앉을 때는 신분에 따라 좌석이 배치된다. 방 입구의 문과 대칭되는 곳이 상석으로 주최 측 1인자 자리다. 맞은 편이 차석으로 주최측 2인자 자리, 상석의 양 옆으로 오른 쪽에 중요한 손님1, 왼쪽에 손님2를 앉힌다. 왼쪽과 동쪽이 상석이라는 상좌존동(上佐尊東), 문과 마주 앉은 사람이 윗사람이라는 면조대문위존(面朝大門爲尊)의 두 가지 원칙에 따른다.

* 술 마실 때 예절 - 주최 측 1인자가 환영의 건배사를 하는 것으로 술자리가 본격화된다. 환영주는 주최 측 세 사람이 각각 세 번씩 모두 아홉 번 하는 게 예의다. 주최 측 환영사가 끝나기 전에 손님 측에서 먼저 술을 권하면 결례다. 술 잔은 돌리는 않는다. 상대방이 술잔을 손으로 가리면 거절의 뜻이니 권하지 않는다. 스스로 따라 마시는 자작은 결례가 아니다. 술을 대신 마시는 사람을 우리는 ‘흑기사’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따이인(代飮)’이라고 한다. 이 때도 본인이 술잔을 먼저 들어 예의를 갖춘 후 잔을 넘기는 것이 예의다.

* 중국인의 다양한 해장법 - 우선, 술로 해장하는 방법이 있다. 오두해정(五斗解정)이라고 해, 숙취로 좋지 않은 기분을 다섯 말의 술로 없애버린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는 해장국을 ‘성주탕’이라고 한다. 강변의 민물생선, 미꾸라지 또는 얇게 썬 기름기 없는 돼지고기, 양고기 등의 육류와 당근 죽 샐러리 등으로 끓여낸 맑은 국이다. 수호지에서 송강은 “매운 생선국이 해장에 최고”라고 했다. 중국의학적 관점에서는 헛개나무 열매가 숙취에 좋다는 문헌이 많다. 과일 중에는 수박이 갈증 해소와 술독 해독에 좋다고 전해진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사탕수수 녹두 등도 좋다. 중국에서 흔한 청경채도 위와 장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음주 후 갈등을 해소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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