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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낙태죄 폐지, 허용범위가 중요한가

입력 2020-10-19 14:30 | 신문게재 2020-10-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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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낙태죄 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66년간 사문화 논란이 끊이지 않던 낙태에 대해 ‘제한적 허용’이라는 최종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관련법 변경을 앞두고 나온 입법안에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기자 각계 단체가 낙태죄 전면 폐지와 폐지 반대라는 입장 차로 다시금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놓고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며 찬반양론을 일으켜 왔다.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여성이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어야 하며 국가와 남성의 책임을 외면한 규정이기에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건강문제나 성폭력 등에 의한 예외적 임신중단사유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만큼 태아라는 가장 약한 존재의 보호라는 생명 존중과 윤리적 도의를 주장한다.

그러나 여성에게만 생명보호 의무를 지우는, 그것도 법적인 처벌이라는 규정까지 적용하는 자체로 불평등하다는 문제가 남는다. 더불어 여성의 자녀부양의무 선호라는 사회적 인식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시대적 흐름과도 동떨어진 측면이 크다. 때문에 헌재의 결정에 낙태죄 폐지를 기대했던 여성계는 ‘14주 내외 낙태 전면 허용’이라는 개정안 내용이 언뜻 허용범위를 넓히고 보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세부적으로 낙태죄를 유지시키는 안이라고 평했다. 낙태가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미흡하다는 것이다.

반면 낙태 자체를 반대하는 가치관의 종교계 등에서는 14주까지의 낙태 허용에 대해 낙태 전면 허용과 다름없으며 낙태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까지 추가되면 사실상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사라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낙태죄의 유지나 폐지가 문제해결의 정답이거나 낙태이슈의 전부는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신에 대한 남성의 책임 및 역할 강화와 이에 대한 명확한 제도화다. 임신이라는 삶의 중요한 사건이 여성 혼자 떠맡아야 하는 부담스러운 일이 되지 않아야 한다.

언젠가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낙태를 경험한 여성이 상담실을 찾아와 내내 울다 간 사례가 있다. 회복이 필요한 몸을 이끌고 남자친구와 함께 방문한 여성은 낙태라는 선택에 대한 죄책감과 자괴감을 혼자 겪어내며 혼란을 감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성은 말 없이 앉아 있다 상담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 여성에게 아이를 낳아 혼자 키워야 했다고 질책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그 답은 누구도 하기 쉽지 않다.

낙태죄 폐지로 오히려 남성의 책임회피나 여성의 방만한 결정이 증가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법 개정의 무게 중심은 처벌이나 규제보다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 피해방지와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사회적 여건 등의 마련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임신 예방과 중단 지원, 임신중단 관련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확대, 취약계층에 대한 관련약물 및 수술비 지원방안, 양육을 위한 복지환경 조성, 싱글맘 지원 등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의 몸에 대해 임신과 출산이라는 협소한 기능적 역할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개정 낙태법이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이 피해를 입는 주체가 되고나 태아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안전한 임신 중단’이 핵심이 되는 법안이길 기대해 본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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