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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쟁기·빗자루·마우스… '유일무이' 색다른 정당 로고들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정부가 정해주는 로고 중 선택해야...종교적 의미 등 배척

입력 2020-10-26 07:00 | 신문게재 2020-10-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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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섭게 급부상하고 있는 신생정당 AAP유세장, 빗자루로 부패를 쓸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은 빗자루 로고. 사진=AAP

 

최근 인도선거관리위원회(ECI)는 정당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인도에서 신생 정당이 사용할 수 있는 로고를 공개하는 것은 매년 벌어지는 일상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선거문화다.

8억명 이상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행사인 인도 총선 기간 동안 나라 전역의 전자투표기에는 후보 이름과 함께 정당의 로고가 등장한다. 인도에 등록된 2000개가 넘는 정당들이 가진 이 로고들은 지역구 선거에 참여한 수십 개의 참여 정당들을 구분하게 해주며 동시에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문맹인 인도에서 유권자들이 쉽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도에서 정당의 로고는 그 정당의 가치나 이념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유권자들이 정당 및 후보를 쉽게 식별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문해력의 범위가 제한되었던 인도 공화국 초기에는 훨씬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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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3대 주요 정당의 로고, 좌측으로부터 집권당 BJP, 불가촉천민을 대변하며 최근 급성장하는 AAP당, 초대 네루수상부터 수십년 간 인도를 이끌고 있는 인도국민회의 로고.

 

최초로 민주 선거가 시작된 1951년 신생 독립국 인도에서 인구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 국민의 문해율은 18.33%였다. 2020년 현재는 77.7%다. 정당의 로고는 그들이 누구를 찍을 지 알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선거유세를 하는 사람들은 유권자들에게 어떤 로고를 선택해야 하는지 몇 번이고 다시 상기시키는 것은 아주 큰 일이었다.

 

선거 캠페인의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연꽃(Lotus)을 위해 투표해 주세요(Please vote for the Lotus)’ 또는 ‘(국민)회의의 손은 보통사람들과 함께 한다(The Hand of the Congress is with the Common Man)’라는 선거 슬로건에 각 당의 상징적인 로고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고로 연꽃(Lotus)는 집권 BJP당의 상징이며, 손은 건국 이후 40여년 집권한 인도 국민회의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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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트리 데비 왕비는 왕비이자, 정치가, 유명한 사업가로 명성을 날렸고 미모로 인해 더 인기가 많았다.

 

정당 로고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을 하나 소개한다. 1947년 인도 독립과 함께 번왕(藩王)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자이푸르(Jaipur)의 17대 왕인 만 싱2세(Man Singh II, 1922~1944 재위)와 결혼한 가야트리 데비(Gayatri Devi)가 왕족으로는 드물게 196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78.2%라는 전무후무한 득표율로 국회의원에 올라 이후 3선까지 성공한다.

당시 그녀가 속했던 정당은 스와탄트라(Swatantra)이었고, 이 정당을 상징하는 로고는 ‘별’이었다. 왕비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녀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투표용지에 새겨진 ‘별’이 그녀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여성 유권자들에게 ‘왕’의 상징은 ‘태양’이지만 ‘여왕(왕비)’의 상징은 ‘별’이라고 인식시켰다.

마침내 유권자들은 그 별이 여왕(왕비)의 선거 상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기네스북에 기록될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까지 이 득표율은 누구도 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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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를 활용한 정치 마케팅은 인도에서 깊이 뿌리내렸다. 과거 콜카타에서는 코끼리를 선거 상징으로 한 바후얀 사마즈당(Bahuhan Samaj)의 한 후보자는 영리한 코끼리가 코로 투표 용지를 집어서 선거함에 넣는 장면을 연출해 큰 효과를 보면 당선까지 되었다.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AIFB 정당의 한 후보자는 선거 내내 호랑이를 우리에 가둬 같이 다니면서 선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57년도에는 한 후보가 자신의 정당을 상징하는 닭을 데리고 다니면서 유세를 다녔다. 하지만 한 지역 유세에서 불행히도 그 닭은 독수리의 먹이가 되어 버렸다.

이에 “닭 한마리 보호 못하는 정치인에게 어떻게 우리 운명을 맡길 것인가”’라는 여론이 일어 그는 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수탉을 상징으로 삼는 타밀나두의 한 지역 정당이 자동차로 유세를 다니면서 유세차 위에 수탉을 수십 마리 묶고 다니는 바람에 많은 닭들이 고속도로의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다리가 부러지고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여론이 들끓어 인도 선관위에서 제재를 가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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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계열정당인 사마즈와디(Samajwadi)당은 가난한 사람들이 애용하는 자전거처럼 자신들도 못가진 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기치를 내세웠지만 고급차에 자전거를 얹고 달리는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인도의 정당 시스템은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다. 정당에서 로고를 직접 디자인하지 않는다. 인도선거관리위원회(ECI)가 관리하는 기존 로고 목록에서 자신들이 사용할 것을 선택해야 한다. ECI는 현재 수천 개의 로고 상징물 풀(Pool)을 보유하고 있다. 타이어와 축음기부터 자동차, 인력거, 심지어 크리켓 선수에 이르기까지 인도의 일상생활의 측면을 나타낸다.

정당은 먼저 세 개의 기호를 우선 선택한 후 ECI에 의해 기호가 하나씩 할당된다. 일단 특정 정당이 로고를 선택하게 되면 다른 정당은 사용할 수 없다.

사회주의계열정당인 사마즈와디(Samajwadi)당은 자전거를 상징으로 사용한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자전거처럼 자신들도 못가진 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분명한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정당원들이 사용하는 고급차에 자전거 사진을 달아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은 뭔가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공산주의 계열 정당인 인민민주의당(people‘s democratic alliance party)의 상징은 특이하게도 ’왕관‘이다. 공산주의 계열이라면 의례 연상되는 낫과 망치를 놔두고 제국주의를 연상하게끔 하는 왕관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은 웃지못할 일들도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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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CI가 발표한 로고 목록을 살펴보면 아직도 200개의 인증되지 않은 이미지가 남아 있다. 에어컨, 치약 튜브, 진공 청소기 등이다. 이 로고들 중 많은 것들이 사실 한 예술가의 작품이다. ECI의 제도사로 일했던 M.S.세티(Sethi)는 수십 년 동안 로고 만드는 일에 전담했다.

1950년대에 처음 고용된 세티는 인도가 독립 후 첫 선거를 준비하면서 유권자들이 쉽게 기억하고 확인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물들을 연필로 스케치했다. 그는 1990년대에 은퇴했지만, 그의 디자인들 중 많은 것들이 여전히 사용 가능하다.

인도에서는 기억하기 쉬운 단순한 로고가 중요한 선거운동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당 로고는 선거 기간 동안 현수막이나 광고판, 팜플렛, 그리고 다른 자료들을 통해 인도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자기 당에 할당된 디자인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지만, 많은 로고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정당들의 상징과 동의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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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국민회의 로고의 변천사, 아래는 집권 BJP 정당 로고의 변천사

 

집권 BJP는 1955년부터 1977년까지 오일램프를 로고로 사용한 바라티야 야나 상(Bharatiya Jana Sangh) 당을 기원으로 한다. 1977년 이 단체는 다른 당과 합병해 야나타(Janata) 당을 결성하면서 새로운 상징으로 농부와 쟁기를 채택했다. 3년 후 당은 해산되었고 그 당원들은 오늘날 BJP로 알려진 정당을 설립했다. 이 때 연꽃을 상징하는 로고를 할당받아 오늘날까지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정당이 로고를 사용할 때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우선, 유권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중립적이어야 한다. 종교적 의미가 있는 로고나 특정 계급 및 직업을 상징하는 커뮤니티를 나타내는 기호는 허용되지 않는다.

타지 마할 같은 역사적 기념물도 비슷한 이유로 금지되어 있다. 1991년에 ECI는 일부 동물 권리 운동가들이 우려를 제기한 후, 신생 정당의 동물을 상징하는 로고 사용을 금지시켰다. 유권자들이 지지않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특정 동물을 사용하게 되면, 사람들이 그 동물을 공격하거나 고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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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표적인 정당인 국민회의 로고와 국민회의 대표인 라훌 간디, 라훌 간디의 할머니는 인디라 간디, 아버지는 라지브 간디, 어머니는 소냐 간디로 모두 인도의 총리를 역임한 명문가다.

 

정당을 상징하는 로고들은 인도의 사회 경제적 변화도 알 수 있게 해준다. 건국 초기 상징 중 일부는 쟁기나 소, 황소 수레와 같이 대부분 인도 농촌에서 사용하는 것 들이 많았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트랙터나 트럭, 전봇대와 같은 로고들이 ECI 목록에 포함되었다. 2020년에는 노트북, 컴퓨터 마우스, 충전기 및 USB 스틱 등이 새로 추가됐다.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 인도는 느리지만 자신의 문화와 실정에 맞게 민주주의를 키우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아시아 국가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고 안정적인 민주주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권기철 국제전문 객원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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