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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삼토반' 박혜수 "제 토익 점수는요…"

[人더컬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혜수
문제 해결에 결정적 증거 내미는 보람 역할로 '눈도장'
가수로 데뷔,연기 전향한 것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즐거워"
기회되면 가수 권진아와 콜라보 앨범 내고싶어

입력 2020-10-26 17:30 | 신문게재 2020-10-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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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의 박혜수(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면 과연 누구의 이야긴가 궁금해진다. 삼성? 한화? 당시를 주름 잡던 대우? 1991년 실제로 일어난 구미 낙동강 폐수 유출 사건을 소재로 빠른 경제 경장의 이면을 다루려 했으니 LG도 해당된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아마도 그 모두였을 대한민국 대표 기업에 근무한 고졸 출신의 말단 직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들은 전국의 상업고등학교에서 전교 10등 안에 드는 성적은 기본. 외모는 물론 각종 자격증까지 갖춘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대기업의 실세들이다. 이들에게 없는 건 ‘대학 졸업증’ 하나뿐. 굳이 하나를 당시의 고루한 사회적 잣대로 구분 짓자면 풍족하지 않은 가정생활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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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의 박혜수(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토익 600점만 넘기면 대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한자리에 모인 삼진그룹 여직원들. 사내흡연은 물론 적당한 성희롱부터 대학을 나왔단 이유만으로 늦은 입사에도 반말은 기본이다. 

 

이들이 겪는 하루하루는 전쟁과 다름없다.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은 어릴적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입사 8년 동안 늘은 거라곤 12초 안에 10명의 커피를 취향대로 완벽히 타는 법 뿐이다. 

 

박혜수가 연기하는 심보람은 낙천적인 자영(고아성)과 돌직구만 날리는 유나(이솜)와 힘든 하루하루를 견딘다.

 

“포스터가 처음 공개됐을 때 ‘그래서 박혜수는 어딨냐?’는 반응에 솔직히  ‘아, 이 영화 되겠구나’란 느낌이 왔어요.(웃음) 1990년도에 태어났기에 그때 이미 스무살 후반인 보람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랑 닮은 게 많더라고요. 사회에 나온 나이도 비슷하고 제가 하고 있는 고민도 다르지 않았어요.”  

 

수학 올림피아드 출신이지만 회사에서 가짜 영수증을 메꾸는 일로 자신의 능력을 써야 하는 보람. 똑소리 나는 유나와 정의로운 자영 사이에서 동갑임에도 뭔가 어수룩한 면모를 뽐낸다. 

 

그는 “선배님들하고는 솔직히 경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첫 대면에는 다가가기 힘들었다. 그런데 한 신을 찍고 나서는 바로 친구가 됐다”면서 “이미 저에 대한 배려를 다 하고 오셨더라. 촬영 내내 실제로 뭉쳐 다녔다”며 영화 속 남다른 의리와 찰진 호흡 비결을 밝혔다. 

 

삼토반 박혜수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에서 만난 고아성과 이솜은 박혜수에게 선배가 아닌 두 명의 언니가 생긴 귀중한 영화기도 하다. 세 사람은 실제 합숙도 불사하며 배우로서의 고민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박혜수는 역할에 완전히 들어가기 위해 대중가요를 활용했다. 1990년대의 영상을 보고는 당시의 유행가사를 모두 다운 받아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었다. 빛과 소금, 서태지, 잼, 노이즈 등의 노래들이 촬영 내내 귀에 꽂힌 에어팟에서 흘러 나왔다. 

 

내친김에 세 사람은 영화 홍보를 앞두고 의기투합해 지난 16일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대에 올라 김현철의 ‘왜 그래’를 열창하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지금은 배우로서의 아우라가 가득하지만  박혜수는 많이 알려졌다시피 가수 선발 오디션 출신이다. 평범한 대학교 생활을 하며 음악을 즐겨 듣던 자신을 보고 주변인들이 ‘K팝스타4’에 지원서를 넣을 만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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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의 김혜수.(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데뷔 후에는 평소 팬이었던 가수와 친해지는 성덕(성공한 덕후)으로서의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면서 가수 권진아와의 만남도 인터뷰 내내 들려줬다. 아직 본인의 의지는 묻지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함께 음반도 내고 싶다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각기 다른 매력의 세 인물이 친구로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실제로 스태프들과 동료들 대부분이 여성이기도 했어요. 작은 힘을 모아 승리하는 서사가 짜릿했죠. 영화 산업이 전반적으로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그런 시기에 이 일을 하는 게 더욱 소중하고 감사해요.” 

 

보람은 극중 고졸 사원들이 겪는 갖가지 진상상사 중 ‘가장 멋진 어른’을 상사로 모시는 인물이다. 언제나 경어를 쓰고 자신의 실수를 주저없이 들려주며 후배의 꿈을 지지하는 봉현철 부장(김종수)이 그의 곁을 지킨다. 

 

봉 부장은 아득바득 대리가 되려는 보람에게 “세상이 ‘요만큼’만 있다고 생각하지마”라며 보람에게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이에 박혜수는“ 그 장면이 정말 좋았다. 실제로 찍으면서도 위로받았다”면서 “‘삼토반’을 찍은 후 뭔가 견고해진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예전엔 제가 그리 단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쉽게 상처받고 잘 일어서지 못하는 편이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허물어지긴 해도 툭툭 털고 일어날 거란 자신이 생겼어요. 아, 실제 토익점수요? 그렇잖아도 졸업반이라 곧 봐야 하는데…. 아직 단 한번도 시험을 쳐 본적이 없는 건 비밀이에요.(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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