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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셰프가 쓴 뻔하지 않은 요리책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

[문화공작소] 요리 입문서보다는 인문서에 가까운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
정량은 없지만 레시피는 있는 책, 들풀의 매력 소개
만능간장과 레드와인 소스 레시피부터 시간이 지나도 바삭한 튀김 비결 공개

입력 2020-11-03 17:30 | 신문게재 2020-11-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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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밥정’의 주인공인 임지호 셰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엣나인필름)

 

“사람이 기른 것을 먹으면 그 재료의 20%만 먹는거죠.” 

두 귀를 의심했다. 무농약과 자연 방생 혹은 유기농이라는 마크를 보고 비싸도 ‘내 가족을 위해’ 혹은 ‘내 몸을 위해’ 구매했던 그 식자재들이 길가에 드문 드문 핀 민들레 뿌리보다 영양가가 못하다니.

아무리 몸에 좋다고 출근길 회사 앞에 떨어진 매연이 키운 은행을 채취해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요리방랑가 임지호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것들은 자생력만으로도 그 영양가가 일반 마트에서 산 것보다 월등하다”고 말한다.



영화 ‘밥정’의 홍보활동으로 시작된 인터뷰였지만 그가 출연을 앞둔 예능 프로그램이나 앞으로 만들 콘텐츠에 대한 수다가 아니었다. 최근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압축해 내놓은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책에 대한 홍보도 아니다.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
이야기가 스민 임지호의 요리는 사람의 근간을 이루는 밥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밥을 먹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금 일깨운다. (사진제공=궁편책)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의 이 책은 단순한 레시피북에서 탈피하며 요리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들풀에 담긴 시간을 풀어낸 이야기 그리고 잡초로 폄훼되던 가치를 끄집어낸 그림이 곁들여진 이 책은 요리 인문서에 가깝다. 어떤 지면도 예상할 수 없게 파격적이고 다채롭지만 결국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기에 조화롭다.

 

 

출판사 궁편책의 김주원 대표는 “오늘은 어떤 걸 구하러 가냐는 물음에 그는 항상 ‘뭐, 일단 가보고 결정하지!’라고 답했다. 자연이 주는 대로 받아오겠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날 것 그대로였던 작업의 결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재료 공수부터 요리는 물론 완성된 음식을 담고 연출하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전문 인력의 도움 없이 저자 홀로 해냈다”고 책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전했다.

 

이어 “요리 현장이 곧 촬영 현장이었던 당시 그는 특정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잠시 멈춰 자세를 취하거나 시간을 늦추는 법이 없었다. 작업 내내 어떠한 의도성을 지닌 연출을 배제한 현장이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기도 했다.

요리 입문서가 아닌 인문서라 칭한 것은 책 곳곳에 숨겨져 있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수필을 읽는 듯한 수려한 문장들 때문이다. ‘냉이’에 대해 저자가 붙인 표현은 ‘자기희생으로 불변의 생명력을 지킨다’는 문장이다. 냉이는 추수를 끝낸 빈 밭과 둑에서 올라온다. 겨울과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볼 수 있지만 겨울바람 한점 막을 수 없는 휑한 땅에서 자란 냉이 뿌리에 대한 설명이 다채롭다.

목련을 카나페로 만드는 법도 시선을 잡아 끈다. 스치듯 찬란하게 피는 목련에 대해 “사람들은 갈색으로 뭉개지듯 지는 목련의 끝을 추하다고 하지만 아름다움은 언제 까지고 영원할 수 없으며 심지어 찰나에 사라진다며 이를 경고하는 존재”라고 극찬하는 것. 곱씹어 볼수록 명문장인데 저자는 구운 고구마에 목련을 가늘게 썰어 넣은 후 살짝 튀겨 수삼과 같이 올려 먹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놨다.

조리법과 재료만 적혀있는 것도 이 책의 신선한 충격이다. 계량컵이나 티스푼 혹은 한 꼬집이라고 세세히 밝혀놓은 여러 책과 달리 ‘자신만의 밥상’을 지어보라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영화로 만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책을 쓰면서 나체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에 내가 보탤 거라곤 음식과 요리에 대한 지식뿐”이라고 밝혔다. 

 

책에 나오는 들풀과 들꽃도 경이롭지만 이 책은 대중에게 주는 굳센 위로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사그러지지 않은 요즘 시대에 몸과 영혼을 지켜주는 그런 한 권의 책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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