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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쩌면 '기적'…연극 ‘신의 아그네스’

입력 2020-11-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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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그네스
연극 ‘신의 아그네스’(사진제공=예술의전당)

 

“닥터 리빙스턴은 좀 더 이성적이고 미리암 원장수녀는 권위적이기 보다는 시골 텃밭을 일구고 된장을 담그는 시골의 텁텁한 이미지를 생각했습니다. 무대에 나올 때부터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하고 천진난만한 아그네스까지 세 캐릭터를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물들로 설정했습니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11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윤우영 연출은 “닥터 리빙스턴과 원장수녀, 아그네스 세 사람을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탈피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6일 오후 열린 ‘신의 아그네스’ 프레스콜에 참석한 그는 1998년 김혜수가 아그네스로 출연했던 시즌 이후 “22년만에 ‘신의 아그네스’를 다시 연출했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 윤우영 연출
연극 ‘신의 아그네스’ 윤우영 연출(연합)

“대본에도 세 사람이 세쌍둥이라는 설정이 있습니다. 신과 인간의 문제로 받은 고통을 공유하고 강렬한 토론도 벌일 수 있는 인간적인 부분으로 접근해보려고 했죠.”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수녀원에서 갓 태어난 아이가 살해된 사건을 둘러싼 법정 정신과 닥터 리빙스턴(박해미), 살해 용의자 수녀 아그네스(이지혜), 믿음과 기적을 주장하는 미리암 원장수녀(이수미)의 이야기다.



엄마의 상처와 분노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어린시절, 영문도 모르는 아이에게 가해진 가혹한 성적 학대, 세상과의 단절, 돕지 못한 채 떠나보낸 피붙이 등 가족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진 세 여자의 심리가 치열하게 충돌하는 미스터리 심리극이다.

배우 출신 극작가 조 피엘마이어(John Pielmeier)의 1979년작으로 여러 차례 낭독공연을 거쳐 1982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에쿠우스’가 가능성 있는 신인 남자배우들의 등용문이었다면 여자배우들은 ‘신의 아그네스’를 통해 이름을 알리곤 했다. 1983년 초연된 한국에서도 윤석화를 시작으로 신애라, 김혜수, 전미도, 이진희 등이 거쳐 간 작품이다.

2020년 ‘신의 아그네스’에서는 박해미가 닥터 리빙스턴, ‘궁극의 맛’ ‘스카팽’ ‘텍사스 고모’ 등의 이수미가 미리암 원장수녀, ‘그 개’ ‘썬샤인의 전사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등의 이지혜가 아그네스로 분한다.

아그네스 역의 이지혜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아그네스를 너무 잘 해오셨기 때문에 어깨는 무겁고 부담감은 컸다”면서도 “차근차근 마음으로 대하고 하나하나 읽어내면서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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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신의 아그네스’ 아그네스 역의 이지혜(사진제공=예술의전당)


“너무 ‘다르게 해야지’ ‘내 걸 만들어야지’라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아그네스가 어떤 인물인지,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인지를 고민한 것 같아요. 아그네스는 한 가지 이미지만이 아니라 다채로운 면모를 가진 인물이죠. 아이 같기만 한 것도, 상처 받은 비련의 여인만도 아니거든요. 천진한 아이 같으면서도 상처를 헤집으면 별안간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햄릿’ 이후 20년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는 박해미는 “유명한 작품이지만 사실 저는 보지 못했다. 어떤 정보도 없이 대단한 선배님들이 하셨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텍스트 안에서 캐릭터를 찾아냈다. 누군가는 비교하겠지만 개의치 말고 스스로 찾아낸 캐릭터로 재밌고 인간적이고 멋있게 만들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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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신의 아그네스’ 닥터 리빙스턴 역의 박해미(사진제공=예술의전당)

‘신의 아그네스’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 자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연을 준비해야 했다. 박해미는 “꽤 오래전부터 섭외 받았지만 아예 못한다고 마음을 접었었다”며 “한달에 한번씩 ‘올라갑니까?’ ‘안할거죠?’ ‘못하죠?’를 묻곤 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뮤지컬 ‘맘마미아!’를 생각했어요. 주체적으로 끌고 가야하는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는 느꼈지만 두뇌의 한계를 느끼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순간순간 아차 싶을 때가 많았죠. 1년은 준비해야 가능한 무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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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신의 아그네스’ 미리암 원장수녀 역의 이수미(사진제공=예술의전당)

이어 “리딩 때 이수미 배우가 박정자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네, 돌맹이 치는 느낌입니다’라고 하셨다고 얘기했는데 그만큼 힘들었다”며 “하지만 과거 많은 배우들이 해냈기 때문에 엄살을 피울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너무 힘들어서 온몸이 뻣뻣해지고 고통스러웠어요. 몇번이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셋이 똘똘 뭉쳐서 ‘해보자’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박해미의 토로에 원장수녀 역의 이수미도 “주저앉아서 울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어떤 한 사람이 줄거리를 더듬으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도발적인 질문에 대답해야했다. 더불어 자기도 모르게 툭 나오거나 딴 소리하는 감정선들이 복합적으로 교차되다보니 저 하나만 마음의 흐름을 따르면서 무대를 밟으면 됐던 그간의 것과는 다른 작품”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나만 정신 차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고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공포스러웠어요. 제가 그간 해왔던 것들을 내려놓고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지만 원장수녀가 정보를 주는 기능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하는 역할이라 너무 좋았어요.”

이어 “6월에 (연극 ‘궁극의 맛’) 공연을 했던 사람이 맞나, 30년 동안 무대에 섰던 사람인가 싶었다. 저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며 “구석진 자리의 먼지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일을 잃거나 무대에 서지 못하는 배우들이 생각나서 주저앉아 울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오래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2020년 관객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한달 넘게 대본을 보고 정말 작은 단어 하나까지 골라가면서 연습했어요. 체감적으로 연습기간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렇게 작업하면 할수록 괜히 고전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셰익스피어나 체호프 뿐 아니라 몇십년 전 고전 역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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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신의 아그네스’(사진제공=예술의전당)

그리곤 “세 배우가 본 서로와 서로의 엄마, 어린시절과 내가 살고 싶은 여생 등의 모습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것들이 재밌었다”며 “참 정성스럽게 썼구나를 느끼며 더 잘 보여주고 싶고 열심히 해보고 싶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수미는 코로나19가 휩쓴 이 시대의 연극, 무대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도 3, 4월 체감 때와는 달라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때는 ‘모든 게 멈춰지겠구나’ ‘연극은 없어지겠구나’ 까지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잖아요. 제작자들에겐 죄송하지만 관객 분들도 거리두기 좌석제로 프라이빗한 관극이 가능해졌고 그런 문화가 발전돼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어요. 사실 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적 같아요. 기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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