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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아메리칸 엔드 게임> 김광기

조 바이든은 다시 미국을 '기회의 나라'로 만들 수 있을까

입력 2020-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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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제치고 미국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선거 결과 불복을 선언하며 미국은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기를 맞고 있다. 화해할 수 없을 만큼 두 진영으로 안전히 갈라서는 모습이다. 흑백 갈등 속에 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중산층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금융위기가 극심했던 2008년에 비해 지금이 더 피폐하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를 얘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저자도 “미국의 자본주의는 고삐풀린 망아지”라고 혹평한다. ‘변태한 미국’이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극소수 부자들의 탐욕과 위선만 넘쳐나는 곳이 지금의 미국이라고 비판한다. 바이든은 이런 미국을 다시 ‘기회의 나라’로 만들 수 있을까.



* 아이티 지진 때 거액 기부금 빼돌린 클리턴 재단 - 저자는 ‘천사의 얼굴’을 한 미국의 ‘제국들’을 고발한다. 클린턴 일가가 운영하는 클린턴 재단도 그 대상이다. 그들이 아이티인에게 돌아가야 할 수십억 달러의 기부금을 강탈했다는 것이다. 2020년 1월 아이티에 진도 7.0의 강진이 덮쳤다. 빌 클린턴은 유엔 사무총장이 파견한 특사 자격으로,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 아이티를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과 재건을 약속했다. 그 해 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90억 4000만 달러의 기부금이 재단으로 답지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들어온 60억 4000만 달러의 0.6%에 불과한 3600만 달러만이 아이티인을 직접 돕는 데 사용되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일부는 클린턴 부부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클린턴 사단’이라고 할 워런 버핏이나 재단의 기부자인 클라우디오 오소리오 등도 임시 대피소와 주택 건설 명목으로 엄청난 특혜를 챙겼다고 한다. 심지어 힐러리의 동생인 휴 로댐은 아이티에서 50년 금광채굴권을 따냈다. 이런 사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총을 맞아 사망해 자살로 처리됐고 한 명은 고국인 아이티를 떠나야 했다.

* ‘기울어진 운동장’ 미국 대학입시 - 미국 입시 시스탬은 ‘불투명’ 그 자체다. 미국은 시험 같은 일률적 잣대로 줄을 세워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우리가 받아들인 ‘수시’라는 시스템 속에서 입학사정관의 정성적 평가에 크게 좌우된다. 결국 돈 많고 권세 있는 부모를 둔 자식들이 과거보다 더 쉽게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504 플랜’이라는 학습장애 학생들을 위한 제도마저 악용해 돈으로 학습장애 판정을 받고 대학에 들어간다. 상위 1%의 가장 부유한 학군 고등학교에서 ‘504 학생’이 5.8%에 이른다. 일부 학군에서는 18%에 달하기도 한다. 전국 평균은 2.7%에 불과하다. 입시 브로커인 윌리엄 싱어의 역사상 최대 대입 부정 사태가 적발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힐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필립스 아카데미 같은 8개 자사고들이 미국 동부 명문 사립대학들에 신입생을 대거 공급해주는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다. 백인(White)-영국계(Anglo Saxon)-개신교(Protestant) 출신의 상류층이 장악한 이른바 ‘WASP 패권’이다.



* 센프란시스코의 ‘똥지도’와 ‘똥순찰대’ - 미국에서는 지금 현대적 의미의 도시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도시 형태도 무너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똥 지도(poop map), 똥 순찰대(poop patrol)가 생겼다. 시 당국이 도시 내에서 똥이 발견된 자리를 표시해 둔 지도다. 개 똥이 아니라 인분이다. 순찰대는 이를 수거하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신종 직종의 종사자들을 말한다. 거리에 인분이 넘치는 것은 공공화장실이 감당 못할 정도로 노숙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때문이다. 똥 발견 건수는 2011년 5500건에서 2018년에는 2만8000여 건으로 5배나 폭증했다. 이걸 치우기 위해 책정된 2019년 시 예산이 무려 75만 달러에 달했다. 시로선 창피한 일이라 최근에는 똥 지도가 검색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도까지 사라진 마당에 샌프란시스코의 인분 문제는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 집값 폭등이 불러온 ‘노숙자 대란’ -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 상승은 동부의 명문 예일대 졸업생까지 노숙자로 전락하게 만들 정도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한 명이 집을 가지면 세 명이 길거리 노숙자가 된다고 한다. 2019년 현재 노숙자가 1만 7595명에 달한다고 한다. 로스엔젤레스는 더 심각하다. LA 카운티(광역)에 5만 8936명, 시내에 3만 6300명에 이른다. 모두 집값 폭등이 주범이다. LA의 경우 월세 중간값을 내고 방을 얻으려면 시급이 적어도 47.52달러(약 5만 7000원)는 되어야 한다. 현재 연방 정부의 최저 시급은 7.25달러(약 8740원)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노숙자가 되어 길거리에 나올 수 밖에 없다. 방 2개 임대 아파트를 구하려면 최저 시급이 샌프란시스코에선 60달러, LA에서는 32달러, 시애틀에선 30달러는 받아야 한다. 가장 싼 시카고에서도 최소 23달러다.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를 내려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노숙자 문제는 코로나 방역에도 큰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란 무용지물이다.

* 집값 폭등의 주범 ‘사모펀드’ - 2018년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중간가격은 100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이런 대도시 집값 폭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사모펀드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까지 주택임대사업을 한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역의 은행에 압류된 집들을 대거 매입해 되팔지 않고 임대사업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떼돈을 벌었다. 스티브 슈워트먼 회장이 2015년 “우리는 세계 제일의 부동산 소유주”라고 선언했을 정도다. 대규모 임대주택 투자자들은 피닉스를 발판으로 조지아주 애틀란타와 텍사스주 댈러스, 캘리포니아 등을 맹폭해 미국 전역에 30만채 이상을 싹쓸이했다. 그리고는 약간의 리모델링 후 고가에 임대해 준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져 주택 가격이 대폭락했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거액의 수익을 챙겼다. 이번에는 연방정부와 연준마저 리스크 회피와 자금 동원력까지 높여주며 기업공개 때 유리한 조건까지 부여해 주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지금 미국 부동산 거품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모펀드에 의한 인위적인 조직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올해 3월 워싱턴포스트가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를 묻는 설문에 1위가 ‘다음달 임대료’였다.

* 블랙스톤은 악덕 집주인? - 블랙스톤은 자회사인 인비테이션 홈스를 통해 임대사업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는 규제 당국의 비호 아래 이런 부분에서 아무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이들은 ‘냉혈한’이다. 임차인들을 계약 당사자와 정당하게 다루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 집값이 오르면 임대료로 덩달아 올라 이득인데 여기에 이른바 엑스트라 피란 명목으로 주인이 내야 할 몫까지 임차인에게 떠넘긴다. 주나 지자체 등도 신종 임대업자들이 유리하게 법을 고쳐준다. 10년 전에는 대부분 임대료에 포함되었던 것들이 추가비용이라는 명목으로 부과되어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이렇게 번 돈이 지역사회로 편입되지 않고 모두 월가의 부자들 호주머니로 들어가 버린다. 임차인과 서민들을 위해선 이들 제국들에 대한 규제와 통제가 꼭 필요하지만, 블랙스톤 슈워츠만 회장은 트럼프에게 정치 후원금을 쾌척하는 그의 오랜 동맹이다. 그는 심지어 백악관의 비즈니스 자문위원장까지 맡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철폐를 주도하고 있다.

* 준비 안된 코로나, 책임전가만 - 미국에서는 지금 병원 의료진들도 쓰지 못할 정도로 미스크가 부족하다. 의료진 감염조치 걱정될 정도다. 의료진을 위한 안면 비말 보호대와 방호복 같은 개인보호장구(PPE)가 태부족이다. 작금의 병원 환경을 두고 ‘세균 배양 접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인공호흡기는 뉴욕주에서만 3만개가 필요한데 트럼프는 연방정부가 1만개를 비축하고 있으니 염려말라고 한다. 급기야 트럼프는 인공호흡기를 환자 2명이 공유해 쓰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의료진들에게는 외부에 장비 부족을 발설하지 말라며 함구령까지 내렸다. ‘제조업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의료기기 만들 공장조차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공호흡기 조달을 위해 미국의 50개 주가 경쟁하는데, 입찰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지느라 가격을 높이 부르는 주가 임자다. 대량 환자 발생 상황을 상정해 본 적이 없었기에 병원들도 속수무책이다. 애초에 미국 병원에는 일반국민들은 언감생심이고, 의료보험을 가진 돈 많은 소수 부자들만 드나드는 곳이었다. 오바마가 전 국민 의료보험을 공언했으나, 민간보험이었던 탓에 민간 보험사의 배만 불려주는 흉물이 되었다.

* 제약회사의 코로나 치료제 횡포 - 미국은 제약사가 약값을 결정하는 구조다. 때문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겉으로는 가격구조를 시장에 맡긴다는 것이지만 제약사 이익 탓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렘데시비르’는 지난 3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희귀약품으로 자정받았다. 희귀약품 지정은 유병 환자수가 20만명 미만의 희귀병에 한해 제약사의 투자비용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임상 비용의 25%에 달하는 비용을 세금으로 공제받게 해 준다. 그런데도 약값은 대부분 엄청나게 비싸게 책정된다. 지난 6월 길리어드가 공지한 렘데시비르 가격은 주사액 한 병당 520달러(약 62만4000원), 사보험 가입자는 5일치 1회 처방에 3120달러(약 374만원), 정부보험가입자는 2340달러(약 281만원)이었다. 아직 3상도 거치지 않은 치료제 가격인데도 그렇다.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이 약은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2027년까지 특허까지 받았다. 싼 복제약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비판이 거세자 희귀약 지정을 슬그머니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제약사의 정치권 로비금액은 47억 달러에 이른다. 이른바 ‘사워 머니(shower money)’다. 이런 것들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미국의 1인당 약값 지출 비용은 1000달러로 선진국 최고다.

* 트럼프의 패착 ‘회전문 인사’ - 트럼프는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로비스트인 조 그로건과 일라이 릴리의 로비스트인 알렉스 아자르를 각각 보건 정책 고문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는 임명했다. 약값 인하와 함께 주요 공직에 로비스트는 얼씬도 못하게 하겠다고 공약했던 트럼프 정부는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 사태를 틈타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를 희귀약품으로 지정해 특혜를 주려 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대박을 쳤던 타미플루도 길리어드 제품이었다. 문제는 당시 길리어드의 회장이 부시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던 도널드 럼스펠드였다는 사실이다. 공직과 민간을 넘나들며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다. 때문에 저자는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이 혹시 이들의 농간 때문은 아닐까 의심한다. 렘데시비르를 희귀약품으로 지정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주려 미적거린 것은 아닌지, 트럼프가 뒤늦게 해결사로 ‘짠’하고 나서 영웅이 되려 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 흑인들이 유독 코로나에 취약한 이유는? -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이 많고 흑인들이 많이 사는 남부 지역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루이지애나와 조지아 등이 집중 표적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경우가 적고 실제로 병원에 갈 경제적 여력도 떨어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뉴욕시는 흑인이 백인보다 2배나 더 죽었고, 시카고는 인구의 30%가 흑인임에도 흑인 사망자 비중이 70%에 달했다. 유독성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쏟아지고, 양질의 의료 시스템에 접근이 불가능한데다 특히 의료보험 무가입자가 많아 치명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의료 서비스 부재 지역을 ‘의료 사막’이라고 부른다. 1차 의료기관도 없는 곳이 부지기수라 환자가 생겨도 치료가 불가능하다. 코로나의 가장 위험한 3대 기저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 호흡기질환 환자들도 이들 지역에 많다. 조지아주의 3대 흑인 밀집지역인 테럴 랜돌프 도허티 등의 카운티들이 코로나에 속속 유린당했다. 저자는 “힘없고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안타까와 한다.

* 영세상인 구제금융까지 가로채는 대기업들 - 미국 정부가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급여 보험 프로그램(PPP)’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돈이 6600억 달러에 이른다. 직원을 해고하지 말라고 주는 돈이다. 그런데 이런 구제금융을 대기업들이 가로채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거의 300곳에 이르는 상장기업들이 소상공인 구제금융 중 10억 달러를 가져갔다. 댈라스의 호텔회사 에스퍼드, 캘리포니아의 인공지능회사 베리톤, 뉴저지의 제약회사 어퀴스티브 테라퓨틱스 등이 그랬다. 소상공인의 25%만이 정부지원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코로나로 가장 타격이 큰 뉴욕과 뉴저지의 소상공인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지원을 받는 불균형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할라도어탄광, 리노리소시스 탄광회사 등 트럼프 행정부 관련 인사들이 로비스트로 있는 대기업들까지 이런 특혜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렇게 PPP에 연연하는 것은 다른 대출에 달리 ‘탕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30일까지 직원을 해고하지 않으면 탕감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열쇠다. 저자는 “돈 벌 때는 자유주의, 돈 잃으면 사회주의”라는 말로 미국 대기업의 현 세태를 비판한다.

* 대기업에 더 유리한 소상공인 지원대출 - PPP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법인에 대기업이 포함되도록 한 규정부터 문제다. 500명 이상의 종업원을 둔 대기업이라도 회사 전체 인원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속한 물리적 장소 한 곳 당 직원이 500명 이하면 PPP를 받을 수 있다. 499명 인원의 지역 공장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도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상공인들은 규정에 발목 잡혀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드시 급여로만 대출금의 75%를 쓰도록 한 단서 조항(나중에 60%로 완화) 때문이다. 임금 지급보다 당장 운영자금이 급한 상황에서 급여에 대출금을 그렇게 쏟아붓기가 쉽지 않다. 결국 대출을 받아 놓고도 쓰지 못하거나 아예 대출 신청을 못하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형 은행들도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면서 자기들과 관련있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대기업은 구제금융 외에도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트럼프도 정부 자산인 장기임대 호텔의 임대료를 지불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세금 횡재’라는 말까지 생겨나는 이유다.

* 구제금융까지 탐내는 사모펀드 - 사모펀드들도 PPP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모펀드가 내세우는 명분은, 자신들이 소유한 미국 내 수천 개 중소기업의 근로자가 880만명에 이르는데 자신들이 나가 떨어지면 이들 노동자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명분은 모든 연기금이 사모펀드에 투자했는데 자신들이 무너지면 투자자들의 미래도 몽땅 날아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블랙스톤 아폴로 칼라일 등의 거대 사모펀드들이 코로나19 구제금융을 받으려 지난 1분기에 로비로 쓴 돈이 무려 3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나마 아직 PPP를 타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대신에 사모펀드들은 다른 명목으로 구제금융을 이미 챙기고 있다. 아폴로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라졌던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TALF) 대출 제도까지 다시 끄집어내 1000억 달러를 따냈다.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까지 담보자산으로 특별 인정해 대출받는 엄청난 특혜를 누렸다. 부실도 정부가 대신 떠안아주기로 했다. 사모펀드가 갚지 않으면 국민들이 뒤집어써야 할 빚이다.

* 명문사학들도 나랏돈 갈취에 혈안 - 엄청난 기부금을 보유 중인 미국 사학 명문들도 구제금융 받기에 혈안이다. 하버드 대학은 ‘400억 달러의 엄청난 기부금을 쌓아 놓고도 정부 구제금융 870만 달러를 또 받으려 하느냐’는 트럼프의 비아냥에 발을 뺐지만, 코넬과 노트르담 대학은 각각 1280만 달러와 580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명문 자사고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바마와 빌 클리턴의 자녀들이 다녔던 시드웰 프렌즈는 기부금만 5000만 달러를 가진 부자학교 임에도 520만 달러를 PPP로 받았다. 트럼프의 막내 아들이 다니는 세인트 앤드루스 에피스코펄 스쿨도 타냈다. 미국교육위원회는 “2020~2921학년도 고등교육가관의 재정이 총 23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시대를 잘못 타고난 밀레니얼 세대 -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에서 역사상 가장 불행한 세대로 통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미국에서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경력은 이탈되고 재정은 파탄나고 사회적 삶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경제성장이 가장 안좋은 시대에 태어난 세대다. 코로나 탓에 Z세대(15~4세)와 함께 일자리 아르바이트 소멸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세대이기도 하다. 극심한 불평등은 청년들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복지부동과 안전 지향 성향을 띄게 했다. 자칫 실수하면 그나마 가진 것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주의, 실력주의 신화는 무너지고 부모의 것이 그대로 대물림 되는 세습사회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신분의 경계를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상황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지고 있다.

* 불평등의 결과 ‘언 유나이티드 스테이트(Un-United States)’ -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자주 캘리포니아를 ‘주(洲)’가 아닌 ‘국(國)’이라고 말한다. 이 참에 연방국에서 갈라서자는 얘기다. 연방을 해체하고 50개주를 성향에 따라 3개의 국가, 즉 ‘미국우선공화국(The Republic of America First)’, ‘신과 총의 연방(The Commonwealth of God and Guns)’, 그리고 ‘오합지졸연합 피난처(The Federated Sanctuary of Huddled Masses)로 나누자는 주장도 나왔다. 당장 3개가 어려우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블루 스테이트‘로라도 나눠버리자고 한다. 그만큼 미국 사회의 감정의 골이 깊다. 저자는 “아직도 남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미국의 현 상황을 설명한다. 분열과 갈등이 미국 전역에 고루 편재되고 그런 분열이 정치색과 맞물리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 기저에는 불평등의 심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아메리칸 드림‘이 뭔지 모르는 비참한 상태에 놓인 것이 분열의 주된 동력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나아가 분열 뒤에 따를 ’전쟁‘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그 가능성을 우려케 하는 부분이다.

* 바이든의 본거지 델라웨어 ‘돈세탁의 천국’ - 상원 의원 시절 ‘중산층 조’라 불렸던 조 바이든은 2017년 부통령에서 물러난 뒤 2년 만에 상류층으로 급부상했다. 1560만 달러(약 187억원)를 고액 강연과 저서 출간 등으로 벌어 들인 덕분이다. 그런데도 그는 거주지인 델라웨어주에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두 개의 페이퍼 컴퍼니에 강연료와 인세를 집어넣고 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사회보장세와 메디케어세를 내지 않았다. 파나마가 무색한 새로운 조세 회피처 ‘델라웨어’가 주법으로 허용했고, 바이든이 입법에 일조했다. 델라웨어 인구는 2019년 현재 97만명 정도인데 이 보다 훨씬 많은 140만 개사가 등기(2018년 기준)해 놓고 있다. 미국 주요기업 500곳 67.2%, 미국 공개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등기를 했다. 이곳의 법인세율은 8.7%지만, 회사가 주 안에서 사업을 하지 않으면 법인세가 없다. 특허권 등 무형자산에도 과세를 않는다. 기업들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세우곤 다른 곳에서 사업을 한다. 온갖 부정한 돈 세탁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런 식으로 얻은 델라웨어의 수익이 2011년에 이미 6000만 달러로 주 전체 예산의 4분의 1에 달했다. 2019년 6월말 현재 이른바 ‘델라웨어 구멍’으로 올린 세수는 13억 달러로 급증했다. 2010~2019년 10년 동안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6개사의 텍스 갭(내야 할 세금과 실제 징수액 간 차이)이 1002억 달러(약 120조원)에 달했다. 불평등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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