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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렇게 확고한 위로를 봤나… 영화 '내가 죽던 날'

[Culture Board] 김혜수,이정은,노정의가 보여주는 연기 시너지 탁월
어설픈 위로보다 등 떠미는 결단 통해 '이 시대의 희망'보여줘

입력 2020-11-11 17:30 | 신문게재 2020-11-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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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죽던날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 김선영은 씬스틸러로서 존재감을 뽐낸다. 출연배우들이 가장 공감하는 장면으로 꼽은 현수와의 다툼신..(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인생, 의외로 길다.”

새로운 위로 영화가 탄생했다. 주변에 의해 뭉개지고 주저 않으려는 순간 억지로 등을 떠미는데 되려 마음이 따듯해진다. 12일 개봉한 영화 ‘내가 죽던 날’은 서로 처지가 다른 세명의 여자가 주축이다. 어른의 부재로 상처받은 세진(노정의)과 목소리를 잃은 순천댁(이정은) 그리고 성공을 코 앞에 두고 남편에 의해 구석에 몰린 현수(김혜수)가 그 주인공이다.

증인보호 차원에서 외딴 섬에 갇혀있던 세진이 태풍이 몰아치던 밤 실종되고 사건을 수사하러 현수가 내려온다. 곧 복귀를 앞둔 형사였던 그는 사망이 확실시되는 사건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CCTV 속 소녀의 표정은 그가 아는 것이다.



지난 1년간 현수는 지옥을 경험했다.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지 못한 채 이혼소송 중이고 경찰 조직 내에서도 헛소문과 잦은 실수로 나락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가 거울 속에서 매일 봐왔던 지옥을 겪은 표정이 세진의 얼굴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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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로 출발해 가슴 따듯한 드라마로 마무리되는 영화 ‘내가 죽던 날’.(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체도 못 찾은 상태에서 자신의 복귀를 위해 미심쩍지만 자살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 현수는 작고 폐쇄적인 어촌 마을의 비밀을 알게 된다. 

 

모두가 진실을 아는 듯 하지만 함부로 나서지 않는 사람들. 세진의 죽음이 확실한 상황에서 현수의 촉은 동네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순천댁에게로 향한다. 

 

표면적으로 순천댁은 그저 죽은 남동생의 집을 내준 집주인일 뿐이다. 의식이 없는 조카를 자신이 죽기 전까지 보필하고 이후에는 시설에 맡기기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며 돈을 모으는 인물이다. 매일 작은 원룸에서 자신의 죽은 모습을 내려다 보는 꿈을 꾸는 현수는 이미 죽은 존재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왔다.

가정은 깨졌고 직업적으로도 회생이 불가해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정말 남편이 바람난 걸 몰랐느냐, 그것도 경찰이?”라는 말로 상처를 줄 뿐이다. ‘내가 죽던 날’은 스릴러로 출발해 심리 드라마에 가까운 촘촘한 전개로 관객들을 현혹한다.

극적인 반전은 없다. 하지만 사건의 비밀은 밝혀지고 모든 걸 알게 된 현수의 대사가 그 정점을 찍는다. 그저 “우표책을 전해주러 왔다”는 김혜수의 연기는 배우가 지닌 아우라를 통해 온기로 전해진다. 소리를 삼키는 고난이도 연기를 해야 했던 이정은은 김혜수가 데운 구들장에 따듯한 목화솜 이불을 까는 모양새다.

‘내가 죽던 날’은 현수가 이 사건을 통해 모래성일 뿐인 삶의 허무함을 깨달으면서 끝이 난다. 하지만 관객들은 알 것이다. 1년 후 석양이 지는 해변에 마주 앉은 두 여자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희망의 꿈틀거림을. 그 두 여자가 누굴지는 극장에 가야 알 수 있다. 12세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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