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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트럼프와 반지성주의

입력 2020-11-10 14:13 | 신문게재 2020-1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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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10월 8일 아침 트럼프는 자신의 대선 경쟁상대였던 조 바이든의 승리선언을 무력하게 바라봐야만 했다.

모두 알다시피 트럼프는 현대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재임기간 내내 그는 상식을 뒤엎는 말과 행동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민자,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폄하 발언을 비롯해 허위 사실로 정적은 물론이고 자신이 임명한 공직자 마저 공격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트럼프의 이같은 과격하고 기묘한 언행은, ‘생각하기를 포기’한 유권자들을 열광시켰다. 그 결과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도 역대 낙선자 중 가장 많은 7100만표를 끌어모았다.



많은 역사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트럼프로 대변되는 미국 반지성주의의 근원으로 신앙을 최우선의 덕목으로 삼는 종교적 근본주의를 꼽는다.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인들의 무의식에는 토머스 제퍼슨이나 벤저민 플랭클린 같은 초기 건국자들이 품었던 계몽주의적 이상 못지않게, 신대륙에 기독교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열망도 강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미국의 종교전문 리서치기관인 퓨포럼이 조사를 하며 “어느 것이 미국의 법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까? 성경입니까, 국민의 뜻입니까?”라는 질문에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60퍼센트가 국민의 뜻이 아니라 성경이라고 답했을 정도로 미국내 기독교 근본주의의 뿌리가 깊다.

그 결과 선진국 가운데 미국은 유일하게 진화론을 확립된 주류 과학이 아니라 ‘논쟁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나라이며, 진화론과 ‘창조과학’을 함께 가르치는 주가 아직도 존재한다.

물론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사회에 악영향만을 미쳤던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타인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판단만을 믿는다는 반지성주의는 미국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를 강화하고 다양성을 꽃피운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독교 근본주의의 부활과 함께 되살아난 미국 사회의 반지성주의는 21세기들어 신자유주의 부활과 함께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21세기 들어 미국인들의 지적 수준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지성주의 시대’라는 책을 쓴 수전 제이코비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 이상이 DNA가 유전을 밝히는 열쇠임을 알지 못한다. 열에 아홉은 방사선과 그것이 인체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성인 다섯에 하나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확신한다. 또 2001년 미국 성인 가운데 소설이나 시집을 한 권이라도 읽은 이는 절반이 안 되었다.

이같은 반지성주의의 득세하며 결국 미국인들은 지구온난화를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게 된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정치, 경제, 역사, 종교,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강한 영향을 받는 한국에서도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반지성주의의 흐름이 한층 도드라졌다. 전염병을 믿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괴이한 신념을 설파하며 예배와 집회를 강행하는 보수 개신교의 모습은 한국사회의 반지성주의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자연주의적 지식과 합리성을 외면한 반지성주의가 활개를 치면 ‘합리적인 시민들의 통치’인 민주주의의 쇠퇴는 필연적이다. 트럼프 시대의 종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지성주의도 종언을 고하길 바래본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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