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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25년째 읽고 배우며 경영자독서모임 MBS 조동성 전임교수 “한결 같은 변화”

[즐거운 금요일] '25년간 1000권' 경영자독서모임 조동성 주임교수

입력 2020-11-12 19:00 | 신문게재 2020-11-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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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조동성 교수(사진=이철준 기자)

 

“변함없이 지켜야 하는 건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예요.”

1995년부터 25년 동안 7000여명이 1000권의 책을 읽은 경영자독서모임(Management Book Society)의 창립자 조동성 전임교수는 “한결같은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 경영법칙이 ‘3~5년 정도 그냥 두면 썩고 정체된다’는 거예요. 그때쯤 흔들어주고 새 공기를 주입하고 변화도 시키죠. 그렇게 저희(MBS)가 한 몇 가지가 있어요. 2005년부터 시작한 동서양 고전 100권 읽기, 2009년부터 시작한 한국 고전 100권 읽기죠. 2010년부터 10년 동안은 전세계를 15개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별 책 2권씩을 읽었어요. 학기 마다 2, 3권씩 그 나라 문화, 역사, 정치, 경제, 사회, 예술, 여행기 등을 쓴 분들을 모셔서 진행했죠. 이번 학기부터는 인공지능(AI)에 관련된 책을 2권씩, 총 10권을 독파하는 2년 6개월짜리 미션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결 같은 변화’는 25년 간 진행됐고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 진행될 ‘미션’으로 축적됐다.


◇‘반발심’에서 출범해 벌써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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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조동성 교수(사진=이철준 기자)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인천대 총장, 중국 글로벌 경영대학원 장강상학원(CKGSB) 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핀란드 백장미장 1급 기사 훈장…가히 ‘화려하다’ 할 만한 그의 경력은 25년째 MBS가 함께다. 조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그 시작은 ‘반발심’이었다. 

 

“어느 신문에 대학의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AMP)를 비판하는 기사가 났어요. 기업인들이 공부 보다는 수업 후 술자리, 주말 골프 등, 좋은 말로는 ‘네트워킹’에만 관심이 있다는 내용이었죠. 인맥을 만드는 개념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학교가 그 대명사로 낙인찍히니 부끄럽기도 하고 누가 봐도 반듯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공부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고 주말에도 모이지 않고 오로지 공부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 했죠.”

 

그렇게 “신문기사에 대해 수용하면서도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만 하는 프로그램”이자 “오래 전부터 만들고자 했던 ‘책 읽는 세상’의 출발점” MBS를 출범시켰다. 또 다른 ‘반발심’은 ‘원서’에 대한 불쾌함이었다.

 

“책 읽은 경영자 모임을 만들자고 하니 당장 번역서를 하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반발심이 들었죠. 당시에는 학교마다 ‘원서강독’이라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 ‘원서’는 제 미국 친구들이 만든 영어 교재예요. 영어교재는 ‘원서’인데 ‘제 친구의 친구’인 제가 낸 한국말 교재는 ‘원서’가 아니냐…영어니까 원서라는 생각에 반발심이 들었고 굉장히 불쾌했어요. 원서는 오리지널 콘테츠잖아요. 한국어 책에도 얼마든지 원서가 있거든요.”

 

그렇게 세운 원칙이 저자 직강이었다. 조 교수의 표현처럼 “한국인, 외국인의 문제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와서 강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원칙이었다.” 그렇게 25년 동안 ‘트러스트’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역사의 종말’ ‘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 등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학교 석좌교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의 유홍준, 소설가 황석영, 이홍구 전 총리 등  쟁쟁한 저자들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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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조동성 교수(사진=이철준 기자)

 

“이 독서모임의 특징은 저자가 리더라는 거예요. 저자가 직접 강의를 할 때는 책 내용(Contents) 뿐 아니라 맥락(Context)까지 논의돼요. 왜 이 책을 썼는지, 뭘 담고 싶었는지 등 내용 보다는 맥락에 초점을 두는 독서모임이죠.”

 

MBS는 60% 이상이 기업의 회장, 사장, CEO, 경영진이다. “그들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조 교수는 25년째 50기 동안 개근 중인 (주)대보해운 김창중 회장이 MBS 15주년 행사에서 했던 말을 인용했다.

 

“김 회장님이 ‘대보해운을 시작하면서 MBS를 같이 시작했는데 여기서 읽은 책대로 경영을 했더니 아주 잘 되더라. 책대로 살면 된다’고 하셨어요. 그 이상의 표현이 없죠.”



◇충성도 높은 회원들과 저자들, 25년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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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조동성 교수(사진=이철준 기자)

“2, 30명으로 시작해 가장 회원이 적을 때는 8명이던 때도 있었어요. 제일 많을 때는 200명이 훌쩍 넘기기도 했지만 현재는 100여명이 한결 같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25년 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조 교수는 ‘사람이 저력’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로지 공부만을 위한 프로그램, 저자 직강 등 MBS가 가진 구조, 체제, 원칙에 동감하는 분들이 항상 5, 60명은 있었다”며 “25년을 개근한 1분, 20년 이상이 2분, 15년 이상이 12분, 10년 이상이 18분 등을 비롯해 고정으로 오시는 분들이 8, 90명, 새로 시작하시는 분은 10명 정도”라고 부연했다.

“김창중 회장과 더불어 40기까지 개근하시다 돌아가신 전 인제대학병원 백병원 백낙환 이사장님은 사모님, 따님인 백수경 교수와 같이 오셨어요. 고개 한번 흔들지 않고 경청하는 자세로 마치 서당 같은 면학분위기를 조성해 주셨죠. 지금 그 분은 안계시지만 제일 뒷줄에서 보고 있으면 현대판 서당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첫 질문을 하시는 하영목 커리어코치협회장을 비롯해 질문을 빼놓지 않고 준비하시는 열두분도 있어요. 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제 책을 가지고 강의를 하면서 오늘 같은 질문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탄복할 정도죠.”

한결같은 회원들에게 “존경심이 인다”고 표현한 조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저자로 이홍구 전 총리를 언급했다.

“MBS 초기에 모셨었는데 하필 비가 와서 회원이 4명 뿐이었어요. 자초지종을 설명드리며 연기나 다음 기회를 말씀드리니 마다하고 강의실로 가셨죠. ‘여러분은 1인당 1000명입니다. 저는 4000명 앞에서 강의를 합니다’라시면서 신나게 강의하셨어요.”

그리곤 “그렇게 계속 배우는 과정”이라며 “저 스스로도 25년 동안 MBS를 운영하면서 책에 대한 강박관념, 잘못된 개념 등을 깼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 그래서 책을 더 못 읽기도 했다”며 “끝까지 읽지 않으면 머리맡에서 서가에 꽂기까지 오래 걸리고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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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조동성 교수(사진=이철준 기자)

“책에 대한 기대감, 강박을 내려두고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 받아들이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25년 동안 가장 큰 배움은 ‘책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예요. 압축하고 압축하면 한 단어 혹은 한 마디예요. 책 한권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개념 하나, 단어 하나만 제 걸로 만들어도 큰 배움이거든요. 책 한권에 단어 한개만 제 것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25년 동안 1000단어예요. 한권에 단어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리곤 중국 글로벌 경영대학원 장강상학원(CKGSB)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다음엔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강의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3학년에 재학하며 배우고 있는 중국, 그 중국의 4대 기서 ‘삼국지’ ‘서유기’ ‘수호지’ ‘홍루몽’을 예로 들었다. 

“엄청난 양의 책이지만 그 책들도 단어 하나로 압축돼요.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만 저에게 ‘삼국지’는 결국 제갈공명의 군사전략이에요. ‘서유기’는 사회에 존재하는 위계질서 속 세상만사, ‘수호지’는 108명 양산박과 호걸들의 의리, ‘홍루몽’은 가정의 법칙이죠. 사실 이들은 노자의 도가, 공자의 유가, 손자의 병가, 한비자의 법가 사상을 담은 중국의 4대 철학을 반영한 책들이기도 해요. ‘삼국지’는 병가, ‘서유기’는 도가, ‘수호지’는 유가, ‘홍루몽’은 법가 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죠. 이렇게 책을 읽고 책 간의 관계를 가늠하면서 사회와의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중국이 보이게 되죠.”


◇이후 또 한번의 25년, AI와 중국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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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조동성 교수(사진=이철준 기자)

 

“80세까지 함께 하기로 한 장강상학원에서, 그곳 교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중국의 역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책으로 연결시키다 보니 한국을 드디어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그는 중국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지리적으로 멀어진 중국에서 중국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과 비교하니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과 한국의 역사는 2000년이다. 소원했던 지난 75년, 사드 등은 지나가는 현상일 뿐 다시 옛날로 복원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런 중국과 더불어 조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인공지능, AI다.

“AI는 이제 당연한 시대예요. 블랙홀처럼 우리 일상을 빨아들이고 있거든요. 한국기업이 미국기업에 인수되면 영어를 모르는 직원이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예요. 영어를 배우거나 한국회사로 이직하거나. AI가 접수한 사회에서 우리의 선택 역시 두 가지예요. AI를 배우거나 AI가 없는 세상으로 가거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포스트코로나, 뉴노멀 등 키워드들이 회자되고 있는 데 대해 “키워드 보다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시대다. 미래 준비에 필요한 키워드로 트렌드를 정리하고 화두를 던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키워드를 찾는 관행도 옛날 패러다임”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불가역의 미래가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되돌이킬 수 없는 세상이 오니 그런 미래를 준비해야죠. 이제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집중해야할 때예요. 방향으로서의 키워드 보다는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다질 때죠.”

그는 지속 가능한 마음의 자세를 ‘젊음’(Youthfulness)으로 꼽았다. 그는 “이제는 안티에이징, 스톱에이징을 뛰어 넘는 리버스 에이징 시대”라며 “나이가 들어도 젊은 마음을 유지하자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젊은이로 탈바꿈하는 시대”라고 부연했다.

“그 변화는 우리 세대 생전에 나올 것들이에요. 의학적으로 젊음이 당연해지는 시대에 맞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글=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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