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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신부님의 낮과 밤에 당당히 카메라 들이민 이 남자

[Culture Board]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의 김동일 감독 "나의 이웃, 곧 이웃이 될 자들의 이야기 카메라로 담는것 숙명"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수도원의 밤과 낮 8개월간 함께 지내며 우정과 진심 나눠
"위트와 미소 넘치는, 존재 자체로 교회인 이들의 삶"

입력 2020-11-18 17:30 | 신문게재 2020-11-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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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동일 감독
종교 다큐멘터리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를 연출한 김동일 감독이 16일 서울 종로구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다큐멘터리로 날고 기었다. 카메라가 닿지 않는 그곳.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섭외도 힘들지만 도리어 ‘이방인이 아닌 이미 이웃인 그들을 담는 게 도리어 시청률에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 역시 KBS1에서 지난해 공개된 바 있다. 경상북도 상주의 수도원에서 8개월 간 자고 먹고 기도하며 지낸 김동일 PD는 무신론자로 촬영을 시작해 끝난 후 가톨릭 신자가 됐다. 세례명은 브루노. 카르투시오회를 창립한 성인의 이름이다.

영화는 상당히 투박하다. 침묵과 고독을 따르는 수도사들을 담는 만큼 대사는 거의 없다. 카르투시오 수도원은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 진출해 1999년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11명 수도사들이 머물고 있다.

 

봉쇄수도원
19일 개봉한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의 공식포스터.(사진제공=커넥트픽쳐스)

 

“동시녹음과 인공 조명을 안 쓰겠다는 다짐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죠. 강요는 아니었지만 스스로 공동체 기도와 미사에 참석한 게 신의 한수였던 것 같아요. 허가받기 까지가 어려웠지, 그 이후에는 무척 협조적이었습니다. 다만 미사를 드리는 건 하느님과의 만남이라 찍기를 계속 거부하셨는데 저의 태도를 보시고는 단 두번 촬영을 허락하시더군요.”



미디어와 대중적으로 각인된 가톨릭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단정하고 과하지 않다. 어느 종교나 그러하듯 규율에 따라야 하고 지나침이 없어야 하지만 카르투시오의 신부와 수사들은 달랐다. 김 감독은 “우리는 ‘위대한 침묵’에 나오는것처럼 심오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기도의 힘을 믿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달라고 하시더라”고 촬영 초반을 회상했다.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경건하지만 위트가 넘친다. 침묵과 기도가 시종일관 반복되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극중 피부암을 앓고 있지만 그곳에서 동료 신부님에게 ‘득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야곱 신부의 경우 기도와 미사 봉헌 중에서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고 미소짓는 여유로 주변을 숙연하게 만든다.

“촬영에 큰 도움을 주신 두 봉 주교님이 말씀하시길 세상엔 두 가지 교회가 있다고 해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리는 교회, 세상에 하느님을 알리는 교회. 촬영하면서 계속 느낀 거지만 이 분들은 후자에 가까워요.”

 

[인터뷰]김동일 감독
그는 침묵과 기도,고독의 삶을 통해 “인생에서 정작 필요한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다고 고백했다.(사진=이철준 기자)

 

솔직히 그 어떤 촬영보다 섭외가 유독 쉽지 않았다. 그간 ‘다큐멘터리 3일’과 ‘세상 끝의 집’ 시리즈를 통해 카메라가 평소 들어가기 힘든 곳에 집중해 왔지만 수도원은 성역, 그 너머의 닿지 않는 지점이었다.

“학창 시절에 책 읽기와 영화를 좋아했기에 가장 만만한 게 이 직업이었죠.(웃음) 솔직히 뿌듯함 보다는 고통이 많아요. 휴면 다큐를 주로 하다보니 그 분들에게 제 삶을 밀착해야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직업상 저는 다음 프로젝트에 들어가야 하지만 그 결과물이 취재대상에게는 영원히 남는다는 생각을 하면 허투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아찔함이 교차해요. 완성본을 보면 기회가 될 때마다 고치고 싶은 건 직업병인 것 같아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믿음과 신뢰로 얻어진 장면이 여럿 있다. 사제들의 구멍난 양말을 클로즈업하고, 일년에 단 이틀 허락된 가족과의 면담과 한 평 남짓한 방안에 찾아오는 들판의 새가 그 주인공이다.

 

[인터뷰]김동일 감독
김감독은 촬영전 무신론자였지만 8개월간 합숙을 거치며 브루노란 세례명을 받으며 신자로 거듭났다.그만큼 수도원에서 얻은 깨달음이 남달랐다며 “평생 한 곳에서 나를 기다려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것 자체가 축복”이라며 미소지었다.(사진=이철준 기자)

 

직접 낮 미사와 자정에 2시간 넘게 진행되는 밤 미사에 참석하며 영화에 나오지 않은 여러 수도승들의 우정이 점철된 결과물이다. 김 감독은 “끝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섣불리 묻기 힘든 부분을 노트에 적어 알려주신 수사님도 계셨다”면서 “촬영이 끝나고 감히 ‘내가 언제든 이곳에 와도 되나?’라는 물음에 다들 ‘여기 네 방도 있잖아’라고 하시더라”며 먹먹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는 철저히 수도원의 일상에 집중한다.인종과 나이를 떠나 나누는 그들의 대화는 일주일에 한 번,왕복 4시간의 산책길에서만 허용된다.육식은 일체 먹지않고, 하루 한 끼 식사에 감사해한다.기도와 침묵으로 이루어진 하루중 틈틈히 텃밭을 일구며 카르투시오 헌장을 오롯이 따라간다.엔딩에는 그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쿠키영상이 3분 가량 담겨있다.

“일부러 크레딧을 짧게 하고 쿠키를 넣었어요. 웃음도 있지만 행복한 일상을 전달하고 싶었죠.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꼭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부란 존재를 정형화시키지 말아달라는 수도원 분들의 말씀을 응축한 신이거든요.‘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란 카르투시오회 헌장의 한 구절을 꼭 담고 싶었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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