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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하나음악 잇는 조동희의 최소우주 “‘생을 사랑하라’는 메시지 전하고 싶었죠”

[人더컬처] 2집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 발표 조동희

입력 2020-11-23 17:30 | 신문게재 2020-11-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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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희
가수 조동희 (사진제공=김용호 작가)

 

맏이와 막내의 나이 차이는 26살. 큰 집에는 어린 소녀가 갖고 놀 만한 장난감도, 그림책도 없었다. 오로지 전축과 원고지, 책밖에 없는 집에 덩그러니 홀로 놓인 소녀는 원고지 뒤에 그림을 그리고 오빠들의 노래를 동요처럼 들으며 자신만의 세상을 키워나갔다. 한국 포크송의 대부 故 조동진(1947∼2017)과 ‘어떤날’ 출신 조동익(60) 형제의 동생 조동희(47)는 영화 제작자이자 ‘황진이’ ‘인천상륙작전’ 등을 연출한 故 조긍하 감독(1919∼1981)의 7남매 중 막내다. 

 

작사가 겸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던 조동희가 지난 11일 2집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를 발표했다. 지난 2011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첫 앨범 ‘비둘기’ 이후 9년만이다. 최근 서울 누상동 작업실에서 만난 조동희는 “1집과 다른 나만의 색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긴 세월 찾아 헤맸던 창작의 영감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찾아왔다. 2017년 8월, 타계한 큰오빠 조동진의 장례식장에서다. 

 

“장례식장에서 오빠가 생전 인터뷰 때 ‘우리가 가진 슬픔이란 감정은 아름다움에서 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도 올해 초 메모지에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라고 적었는데, 오빠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다니…가사를 완성하며 오빠가 해줬던 말씀, 웃음들이 떠올랐죠. 지금도 오빠가 많이 그리워요.”

 

조동희
가수 조동희 (사진제공=김용호 작가)

 

앨범은 제주에 머무는 조동익과 협업으로 작업했다. 조동익은 막내동생의 속삭이는 듯한 음색을 반짝이는 전자음과 몽환적인 앰비언트 사운드로 감쌌다. 조동희가 직접 쓴 노랫말은 음악과 어우러져 빛이 난다. ‘산다는 건 하루하루 어려운 시’, ‘내가 걷는 이 길은 끝을 알 수 없는 책’처럼 몇 번이나 곱씹게 되는 시적인 가사들은 조동희의 음악을 완성하는 마침표다. 덕분에 가수의 배경을 모르고 음악을 듣는다면 40대 후반이라는 나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조동익의 음악적 동반자인 장필순의 피처링과 코러스, ‘더 클래식’ 박용준의 피아노 연주 등 옛 하나음악 동지들의 품앗이도 눈에 띈다. 작가주의 음악 공동체를 지향했던 이들답게 하나음악 막내의 새 출발을 십시일반으로 도왔다. 

 

9년 만에 그가 찾은 2집의 메시지는 “생을 사랑하라”다. 조동희는 “모든 삶은 공평하다. 삶에 고난과 고생이 있다면 그것들 역시 양분된다”며 “이는 나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조동희의 삶 역시 천재로 추앙받던 형제들의 그늘 덕분에 부담으로 점쳐졌을 시간들이다. 조동희는 “큰 오빠는 항상 ‘비교, 비유, 비난에 강해져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아마도 먼저 걸어본 자의 조언일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 중에 ‘조동진 님 같은 음악을 해달라’거나 ‘오빠만큼 해달라’고 부탁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말들이 제게 너무 무거웠죠. 어릴 때부터 오빠들의 음악을 듣고 자랐으니 나도 저렇게 자라야만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조동희
가수 조동희 (사진제공=김용호 작가)

 

한국포크의 명곡으로 꼽히는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노랫말을 쓰며 작가주의 작사가의 정점을 찍었던 조동희지만 젊은 시절 신윤철과 함께 밴드 원더버드를 결성한 이유는 집안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컸다. 조동희는 “조동진의 동생, 신중현의 아들이라는 이름 대신 나 자신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당시를 털어놓았다. 

 

결혼 후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뒤에야 음악인 조동희로서 자아를 찾았다. 음악을 놓지 않고 준비하기 위해 아이 셋을 재운 뒤 가사를 쓰곤 했다. 그는 “많이 울었지만 음악이 소중해진 그 시간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흔히 ‘산고’에 비유하곤 하는 창작의 시간이 고통스럽지 않다고 했다. 1집을 18년만에, 2집을 9년만에 냈으니 3집은 4~5년 뒤에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되는 부분이다. 

 

조동희
가수 조동희 (사진제공=김용호 작가)

 

하나음악의 계승자답게 포크송만 들으며 목가적인 삶을 살 것 같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각종 부캐(부캐릭터)로 무장한 열혈 워킹맘이다. 작사가 겸 프로듀서이자 가수고 ‘작사의 시대’라는 작사 교실을 운영함과 동시에 밴드 사우스 카니발,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신인 뮤지션 한상우 등이 소속된 레이블 최소우주의 대표다. 하나음악은 조동진이, 그 후신인 푸른곰팡이는 조동익이 회사명을 지었다. 최소우주는 조동희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조동희는 “우리는 모두 작고 투명한, 완전한 우주”라며 “코로나19 시대에도 음악으로 연결된 마이크로 유니버스”라고 사명의 뜻을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조동진이 하나음악을 설립했을 때가 지금의 조동희와 비슷한 나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가정환경이 아니었다면 조동희는 음악인으로 성장했을까. 그는 “음악을 좋아했다면 아마 선택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 조동희는 지난 9년간 미처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작사의 시대’를 진행하며 치매병동이나 청소년 수감자들에게 노래의 힘을 전달할 준비도 돼있다. 그는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선택한 일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나갈지 기대가 크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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