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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정경화

노키아를 포기한 정부 결정을 믿었던 핀란드 국민들

입력 2020-1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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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핀란드는 여러 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나라다. 저자는 조선일보에서 교육과 경제를 담당했던 기자 출신으로, 길지 않은 현지 경험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구석구석을 취재해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들을 매섭게 지적한다. 핀란드에서는 교장이 잡무를 처리하고 교사는 오로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학생을 키우는 일에 전념하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다. 국민들은 자신이 내는 고율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 지 훤하게 알 수 있기에 정부를 믿고 따른다. 개인 정보조차 믿고 정부에 제공한다. 노키아가 망해도 억지로 살리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스타트업을 키워 경제와 산업의 총체적 위기상황을 역전시켰다. 우리와 확연히 다른 나라 핀란드를 경험해 보자.



* 사교육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 OECD의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기준 한국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시간 평균은 주당 3.6시간에 이른다. 회원국 평균치는 36분이다. 반면 핀란드는 주당 6분에 불과하다.

* 핀란드 사교육 기관 발메누스케스쿠스(valmennuskeskus) - 최근 생겨난 핀란드 사교육 기관으로, 직역하면 ‘훈련센터’다. 원래는 직업교육 기관이었다가 몇 해 전부터 대학별 교사를 대비하는 대학 준비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학별 고사 2~3개월 전부터 학생이 희망하는 학과에서 제시한 전공 서적을 함께 읽고 예상문제를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핀란드에서도 앞으로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사교육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핀란드인들은 “사교육은 손해보는 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 논리력을 중시하는 핀란드 교육 - 객관식이나 선다형 문제는 수학 과학 시험에만 출제된다. 국어 역사 등 대부분 과목은 주관식 혹은 서술형 문제가 주를 이룬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 1990년대부터 창의성 교육 - 핀란드 학교는 1990년대부터 창의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10년 주기로 교육 제도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창의 인재 육성을 주요 테마로 삼은 것이 이때부터다. 1980년 후반부터 핀란드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면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높아지고 결국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교사들은 학생들이 모험하고 서로 협력하는 법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2015년 마틴번영연구소의 글로벌 창의성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139개국 중 핀란드는 호주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에 이어 5위에 올랐다. 한국은 31위였다.

* 교사들에게 전권을 주다 - 초중등 교육에서 학교 자율성과 개인 맞춤형 학습이 강조되면서 학교 교장이 자신의 철학과 지역 여건에 맞게 예산을 짜고 교사를 뽑을 수 있게 했다. 교사에게는 수업과 학생 평가 방식, 진도, 교재 선택 등의 전권을 주었다. 상부 기관이 학교 운영 상황을 살피는 학교 시찰 제도와 전국적인 학력 평가 제도를 폐지한 것도 이때다. 과목별로는 수학과 과학 기술에 중점을 두었다. 일선 교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믿고 지원해 주는 사람이 교장이다. 교장은 학교의 리더이긴 하지만 행정가로서 역할이 더 크다. 잡무는 전적으로 교장의 몫이다.

* 대학 통폐합 가속화 - 2019년 말 현재 핀란드 전역에 대학이 13곳, 응용과학대학이 22곳에 불과하다. 고등교육 예산을 대는 정부가 입학 정원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 통폐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 해 대학 지원자의 3분의 1 정도만 그 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나머지는 재수를 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한다. 의대와 법대 사범대의 경쟁률이 매년 가장 높다.

* 고난도 대학입학지격시험 - 핀린드 대학에 진학하려면 우선 고등학교 졸업을 위한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전국 모든 인문계 고교 졸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으로, 이것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학에 지원할 수 없다. 핀란드 12년 초중고 생활을 통틀어 국가 단위 시험으로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매우 고난도 시험으로, 과목마다 최하위 5%는 탈락하는 상대평가 시험이다. 봄과 가을 두 차례 본다. 국어 제2국어(스웨덴어) 외국어(영어 독어 등) 수학 일반과목(사회 과학 중 3과목 이상 선택) 가운데 최소 7과목에 응시한다. 하루에 한 과목 씩 과목 당 6시간 씩 치른다. 연속 3회까지 지원힐 수 있고, 4과목 이상 통과해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지원할 자격이 주어진다.

* 수능 답안을 담임 선생님이 체점하는 핀란드 - 핀란드 학생들은 자기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을 본다. 그리고 해당 학교 교사가 답안지를 거두어 1차로 채점한다. 선다형 객관식 문제보다는 서술형 문제가 많아 기계로 일괄 채점이 어렵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체점 기준이 제시되는데다 정부나 학부모 학생 모두 교사들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핀란드에서는 역사적으로, 정책적으로 교사를 존중하고 존경해 왔다. 이렇게 채점된 답안지는 시험위원회에 보내져 2차 검토 후 최종 점수가 확정된다.

* 고교 졸업생의 30%만 대학으로 - 핀란드에서는 졸업 후 대학에 곧장 진학하는 인문계 학생이 30% 안팎에 불과하다. 2019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반고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77%에 이른다. 핀란드의 경우 일반 대학이 13곳 밖에 없어 대학 진학 지체가 어렵다.

* 고졸과 대졸 임금 격차 최대 7% - 핀란드에서는 전공이 보다 세분화되는 석사 학위까지는 받아야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핀란드에서는 고졸과 전문대 및 대졸자이 임금 격차가 4~7% 정도다.

* 무상교육의 재원 ‘높은 세금’ - 핀란드 학생들은 만 5세 유치원 1년 과정부터 초중고 대학과 대학원까지 돈을 내지 않고 다닌다. 핀란드 헌법 16조에 ‘모든 국민은 무상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학교육이 공짜인 것은 물론 학생 보조금과 주택 지원금 까지 나라에서 매달 수십 만원 씩 준다. 고등학교까지는 급식도 무료다. 중학교에 가지 못한 빈곤 하류층 자녀들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민학교에 가서 직업 교육을 받는다. 핀란드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은 높은 세율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자기소득의 3분이 1 정도를 뚝 떼어 세금으로 내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핀란드의 법인세는 20%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반 국민들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 핀란드가 영어에 집착하는 이유 -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영어 잘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글로벌 교육기업 EF가 전 세계 비영어권 88개국의 ‘영어 유창성 지수’를 내놓는데, 2018년 기준으로 스웨덴이 수년째 1위이고 핀란드와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모두 10위권이다. 핀란드는 인구 550만의 작은 나라인데 수출로 경제를 지탱한다. 때문에 영어를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수업이 필수다. 2019년부터는 헬싱키에서는 1학년부터 외국어 교육을 실시한다. 대부분 영어를 선택한다. 말하기 위주의 실용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핀란드 교육의 난제 ‘남녀 학력차’ -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핀란드 여학생은 읽기 수학 과학 3개 영역에서 모두 남학생을 압도했다. 읽기에서 평균 점수차가 47점에 이르기도 했다. 미국 미주리대학과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팀이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국제학업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 참여국의 70%에서 여학생 성적이 남학생 앞질렀다고 한다.

* 학교 언어 폭력부터 잡는 핀란드 - 핀란드 종합학교 1~9학년에 ‘키바 코울루(Kiva Koulu)’가 도입되어 있다. 핀란드어 키바는 ‘신나는’, 코울루는 ‘학교’라는 뜻으로, ‘폭력이 없어서 신나는 학교’를 말한다.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자 지원보다는 학교 폭력을 방관하는 제3의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피해자 편에 서게 하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투르쿠대학은 학교 내 괴롭힘에 어떤 ‘구조’가 있음을 발견했다. 전체 학생 중 8%가 가해 학생이고, 12%는 피해 학생, 20%는 가해자를 부추기거나 돕는 학생들이었다. 피해 학생 편을 드는 조력자 그룹은 17% 정도였고, 나머지 24%는 방관자들이었다. 이런 방관 학생들을 조력자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 괴롭힘 상황이 벌어질 때 가해 학생을 제지하고 선생님에게 달려가 이를 알리는 행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식이다. 현재 핀란드 학교 2603곳에서 키바 코울루를 운영하고 있다.

*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는 핀란드의 교육 - 핀란드가 전후 유럽 최빈국에서 북유럽 강소국으로 성장한데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핀란드 교육의 모토가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는 교육’이다.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영위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훌륭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르친다. 핀란드 교육위원회는 ‘교육은 사회 경쟁력과 복지의 중요한 근간’이라고 명시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정책 가운데 하나로 평등을 내세우고 있다.

* 전쟁배상금 원조를 거부하고 산업을 키워 빚을 갚다 - 핀란드는 1944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영토 일부를 떼어주었을 뿐만아니라 어마어마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미국이 유럽 각국에 마샬 원조를 제안했으나 핀란드는 “빚을 갚기 위해 빚을 지는 꼴”이라며 거부했다. 대신 생산 물자로 갚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 제지 기계 등 핀란드 핵심산업의 기틀이 잡힌다. 놀랍게도 핀란드는 겨우 8년만인 1952년에 배상금을 모두 상환한다. 핀란드 생산재에 익숙해진 소련은 이제 제 돈을 주고 핀란드 제품을 수입해 간다.

* ‘금 모으기’의 원조 핀란드 - 1980년대 핀란드는 ‘카지노 거품’이라고 불릴 만큼 급격한 확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고 경기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수출길이 막혀 경제는 급속도로 무너졌다. 1993년이 최악이었다. 회사들이 은행에서 발린 돈을 갚지 못해 망하고 은행은 부도가 났다. 한 해 동안 7400개 기업이 도산하고 50만명이 해고됐다. 핀란드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외자 부채가 많은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러자 핀란드는 1993년에 금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 금붙이를 내놓고 철 반지를 받아가기도 했다.

* 100년간 핀란드 경제와 흥망성쇠 함께 한 노키아 - 노키아는 제지업에서 시작해 1970년대에 20여개 제조업을 거느린 핀란드 최대 재별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0년 소련 붕괴로 핀란드 경제가 휘청이면서 노키아도 매출이 급감해 CEO가 자살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 때 노키아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주력인 제지 펄프 고무 타이어를 매각하고 무선통신 사업에 올인키로 결정한 것이다. 1998년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등극해 14년 동안 군림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핀란드 경제 성장의 4분의 1, 수출의 20%를 담당했다. 그러나 2007년 6월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면서 다시 몰락이 시작된다.

* 노키아를 포기한 정부와 국민들 - 노키아가 결국 휴대전화 사업을 팔아치웠을 때 핀란드의 카타이넨 총리는 “정부는 노키아 지분을 사들여 그들을 떠받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무너진 사업에 정부 자금을 쏟아붇지 않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이후 로비오와 슈퍼셀 등 신생 게임회사들이 단숨에 유니콘으로 등극한다. 국민들도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정부가 자금투입해 봤자 살려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정부에 동조했다.

* 퇴직 창업도 돕고 노키아도 부활하고 - 노키아도 ‘노키아 브릿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퇴직자들이 모여 창업 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괜찮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1인당 2만 유로(약 2600만원) 지원금을 지급했다. 퇴직자 가운데 상당 수가 IT 기업을 창업해 핀란드를 창업의 나라로 탈바꿈시키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노키아 역시 대변신을 시도해 무선 네트워크 장비 생산에 집중한 끝에 지금은 5G 이동통신 사업에서 와웨이에 대적하는 경쟁자로 부상했다.

* 핀란드 IT 창업의 롤 모델 ‘슈퍼셀’ - 클래시 오브 클린을 만든 게임회사 슈퍼셀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은 핀란드 창업가들의 롤 모델 1위 기업인이다. 이 회사는 중국 텐센트에 86억 달러에 인수됐다. 파나넨은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스타트업을 위한 최고의 기회였다. 장기적으로 핀란드 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노키아 같은 대기업에 몰려들었던 고급 인재가 벤처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슈퍼셀을 비롯한 핀란드 IT 기업에게 노키아의 실패는 반면교사였던 것이다.

* 핀란드를 떠나는 젊은 두뇌들 - 핀란드에서는 지금 심각한 두뇌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2016년 외국으로 이주한 25~34세 인구가 551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25%나 늘었다. 2015년에만 박사 학위 소지자 375명이 떠났다. 이 같은 두뇌 유출은 대미 기술 격차의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영국 타임즈 등은 그 직접적인 원인으로 핀란드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 삭감을 꼽는다. 예산이 줄어든 대학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었고, 2017년부터 유럽연합 밖 외국인 유학생에게 연간 1만 유로 이상의 등록금을 받으면서 우수 인력 확보에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2019년 34세에 최연소 총리가 되어 주목을 끈 산나 마린 사회민주당 대표는 복지 확대 드라이브를 걸면서 교육 예산도 원상 복구시키겠다고 공약했다.

* 2년 만의 기본소득 실험 중단 - 핀란드 정부는 2017년 1월부터 2년 기한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다. 중앙정부로는 처음으로 전 국민 대상으로 도입한 것이다. 전국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월 560 유로(70만원)를 지급키로 했다. 대상이 되면 기존에 받던 실업 육아 질병수당 등은 중단키로 했다. 도중에 일자리를 구해 근로소득이 발생하더라도 기본소득은 그대로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실업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40여 복지수당이 엉켜 통제 불가능해진 복지제도를 간소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제도는 당초 예정대로 2년 만에 종료되었고 보고서가 2019년 2월 8일에 나왔다. 실업자가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어도 기본소득이 끊어지지 않으니 더욱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실업자들은 금전적 인센티브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이나 건강 문제 때문에 재취업을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정부는 기본소득제도를 복지 개혁모델로 삼는 데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유니버설 크레딧’ 같은 실직자 독려 제도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한 달에 최소 몇 시간 이상 일했거나 직업 훈련받은 것을 증명한 경우에만 실업 급여를 주는 방식이다.

* 독립적인 삶을 중시하는 핀란드 복지 - 핀란드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 가는 일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핀란드는 자신을 스스로 돌보기 어려운 사람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제도를 잘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독립적인 삶을 꾸리지 못하면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가르친다고 한다.

* 노인 주거 커뮤니티 ‘로푸키리(Loppukiri) - ‘마지막 전력질주’라는 뜻이다. 2000년에 창설된 ’활동적인 노인들‘의 첫번째 프로젝트다. 헬싱키 아라비안란타 지역에 있는 노인 주거 커뮤니티로, 정부가 헬싱키 사유지를 건물 부지로 싼 값에 장기 임대해 준다. 7층짜리 건물에 총 58세대, 70여명의 노인이 거주한다. 입주자 평균 나이는 69세이며, 최고령자가 90세다. 1인용이 36~48제곱미터, 부부는 80제곱미터 공간을 받는다. 식당 체육관 공용거실 세탁실 사우나 약국 등이 갖춰져 있다. 가족들과 즐길 게스트 룸도 있다. 입주 비용은 중간 사이즈인 48제곱미터가 2020년 기준으로 27만 유로(약 3억 5400만원). 가장 작은 곳은 2억원을 상회한다. 노인을 돌보는 직원이 없다는 게 일반 양로원 등과 차이다. 내부 규칙은 공동체 정신에 충실할 것,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공용 공간을 관리하며 식사할 것,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것, 자금자족할 것 등이다. 블로그도 노인들이 직접 운영한다. 이곳이 인기를 끌자 2015년에 코티사타마(Kotisatama)라는 두번째 노인 거주 시설이 칼라사타마 지역에 오픈했고 세번째 시설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모두 헬싱키시가 부지를 제공한다.

* 대중적 인기를 포기한 정치인 총수 - 17%에 가까운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한 1994년에 핀란드 국민들은 36살의 에스코 아호 주도당 당수를 총리로 선택했다. 그는 침몰 직전의 핀란드를 구하기 위해 고강도 기업구조조정에 나섰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핀란드 화폐의 환율을 평가절하하고 1995년에는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아동수당을 줄이고 기초연금 수급 기준도 강화했다. 4년 후에 그는 재선에 실패했다. 하지만 퇴임하던 1997년에 핀란드 경제는 6.3% 성장한다. 그는 뒤늦게 ‘핀란드 경제회복의 발판을 다진 정치인’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 핀란드 11월 1일은 ’질투의 날(Jealous day)‘ - 전 국민 550만명의 전년도 총소득과 세금 납부 내역이 공개되는 날이다. 누구든 국세청에 찾아가 열람을 신청하면 다른 사람의 납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는 무려 19세기말부터 빈곤층에 대한 세금 면제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인들의 납세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핀란드인들은 세무 당국을 신뢰하며 국가 유지를 위해 자신이 내는 세금에 대해 98%가 동의한다. 핀란드 정부가 국민 총소득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거두는데도, 국민들은 별 불평없이 세금을 내는 이유도 과세 정보 공개 덕분이다.

* 시민 신뢰를 업고 원전을 늘리다 - 핀란드에는 원자력 발전소 4기가 작동 중이다. 생산 전력의 34%, 수입해 쓰는 전기까지 포함한 전략 사용량으로 따지면 25%를 원전에 의존한다. 한국과 달리 핀란드는 원전 추가 건설을 계획 중이다. 현재 25% 수준인 원전 의존도를 35%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원전을 탄소 배출 없는 청정 합리적 에너지원으로 판단한 것이다. 1986년 헬싱키에서 불과 1400킬로미터 떨어진 체르노빌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6번째 원전부지로 선정된 피하요키에서는 주민 68%가 원전 건설에 찬성했다. 정부가 어떤 보강책도 제기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 주민들은 알자리가 늘고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며 유치를 적극 희망했다. 원전 건설 과정에서 수년 간 전문가들의 논의와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정부 책임 하에 결정하고 진행하고 있다. 온칼로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확정하는데 무려 17년이 소요되기도 했다.

* ‘헬스케어의 메카’로 거듭나는 핀란드 - 핀란드에는 최근 헬스케어 산업에 글로벌 자금이 쇄도하고 있다. 2013년부터 민간기업이 바이오 기술을 연구개발하는데 핀란드 국민드의 의료 생체 정보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과 성별 나이 직업 등 상세 신상정보는 물론 진료 및 처방기록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국민들이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모든 의료기록이 자동 저장된다. 현재 이 ’정보의 호수(data lake)에는 핀란드 전 국민의 98% 정보가 모여 있다.

* 유전자 정보까지 국민 동의 하에 DB화 - 정부는 2017년에 국민의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핀젠(Finn Gen)’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핀란드인과 유전자의 합성어다. 정부 주도로 2023년까지 총 5900만 유로를 들여 핀란드 국민 10%에 달하는 50만명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2013년에 민간기업이 의료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바이오뱅크법’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2019년에는 수집한 정보를 연구 목적 외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의료 정보의 2차 활용법’을 제정해 뒷받침했다. 고령화 시대의 미래 먹거리가 헬스케어 및 바이오 산업에 있다고 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선 것이다.

* 만족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 - 유엔의 1019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를 제치고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핀란드인들은 ‘부’를 ‘행복’으로 바꾸는데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들이 일군 성취를 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만족할 줄 알기 때문에 행복감이 높다는 평가였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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