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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문학'으로 자축하는 한러 수교 30주년, 2년여의 대장정 ‘5+5’ 프로젝트 마무리!

[BOOK]

입력 2020-11-24 18:45 | 신문게재 2020-11-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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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문호이자 소설가, 비평가, 사상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의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은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속 6편의 단편과 17편의 시는 한국어로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암병동’ ‘수용소군도’ 등의 소설가이자 1970년 노벨상 수상자이며 ‘러시아의 양심’으로 평가받는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의 보기 드문 평론집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도 한국 독자와는 첫 대면이다.

 

 

한국에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은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을 출간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왼쪽)와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

 

11월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은 도스토옙스키 단편선’과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 출간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 러시아문학번역원과 공동진행한 ‘5+5’ 공동 번역출판 프로젝트가 2년여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앞서 5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신세대 작가 빅토르 펠레빈(Victor Pelevin)의 SF 소설 ‘아이퍽10’을 시작으로 7월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 관계단절 극복과 자연으로의 회귀 여정을 담아내는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Yury Pavlovich Kazakov)의 단편선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9월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인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의 ‘줄레이하 눈을 뜨다’가 출간된 바 있다. 

 

 

한국에 SF 소설 ‘아이퍽10’을 출간한 빅토르 펠레빈(왼쪽부터), ‘줄레이하 눈을 뜨다’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유리 카자코프(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

 

5권의 러시아 작가 작품집 초역 여정의 출발점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러시아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시인이자 평론가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과 도서관직원들이 또 다른 행사를 진행 중이던 러시아문학번역원 사람들을 맞닥뜨렸다. 

 

서로의 존재와 자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동일한 기관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한 잠깐의 만남에서 “함께 2020년의 한러수교 30주년을 준비하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시작된 ‘5+5’는 한국과 러시아의 대표문학 작품 각각 5권을 양국에 교차 번역 출간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함께 해온 한국문학번역원의 최후희씨는 “한국에 출간된 러시아 작품은 모두 초역”이라며 “상업출판이 아닌 기획사업으로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작품을 새롭게 소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에 ‘태평천하’를 출간한 채만식(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

 

“한쪽의 일방적인 문학소개가 아닌, 양국이 문학으로 교류한 거의 첫 번째 사례이자 다섯권씩 순차적으로 한꺼번에 출간된 것도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 출간된 한국작품들은 한국문학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조망할 수 있도록 근현대를 아우르는 것들로 꾸렸어요. 한국에서 러시아문학은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고전작품을 중심으로 소개돼 왔어요. 이번 ‘5+5’를 계기로 우수한 러시아 현대문학작품을 새롭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러시아 작품들은 사상과 정치상황을 등장인물에 빗대거나 상징과 은유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러시아의 역사, 사회, 문화, 정치상황, 이데올리기의 변화 등이 숙지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책장 하나 넘기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되곤 한다. 

 

 

러시아에  ‘놀란 가슴: 20세기 한국시 100선’을 출간한 한용운·윤동주·박경리·김남조(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 토지문학관, 작가 본인)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5+5’ 프로젝트 번역을 총괄한 방교영 한국외대 교수는 “러시아 문화와 정서를 우리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하고자 했다”며 “가독성 높은 번역과 문화 간 소통을 위한 번역에 집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출판사 텍스트(TEXT)에서 번역 출간된 한국작품은 채만식의 ‘태평천하’ 한용운·윤동주·박경리·김남조의 시선집 ‘놀란 가슴: 20세기 한국시 100선’, 이문열의 ‘타오르는 추억’, 방현석의 ‘내일을 여는 집’, 김영하의 ‘빛의 제국’이 출간됐다.

 

선정위원회를 꾸려 번역가들과 선정한 작가와 작품들은 러시아와 인연이 있거나 어느 정도 알려진 이들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채만식은 2016년 말 문예지 ‘이나스트란나야 리쩨라뚜라’(외국문학) 한국 문학특집호에 단편 한 작품이 다뤄진 바 있으며 박경리는 러시아 제2의 수도 상트페데부르크에서, 윤동주, 이문열과 김영하는 러시아 전역에서 꽤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언어는 물론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양국 대표 문학을 교차 번역 출간하는 여정에 어려움도 없지는 않았다. 러시아에 번역출간할 시선집 콘셉트를 ‘여류시인’으로 설정했지만 러시아문학번역원 측에서 “굳이 ‘여류’일 필요가 있냐”는 입장을 전해와 적정선을 찾아야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기획 및 방향을 설정하고 민간출판사가 협력하는가 하면 번역가, 원저작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의견합치 역시 쉽지 않았다. 그렇게 쉽지 않은 2년여의 여정을 통해 러시아에 출간된 한국 작품들과 한국에 최종 출간된 작품들은 양국에 새로운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문열의 ‘타오르는 추억’(왼쪽부터), 방현석의 ‘내일을 여는 집’, 김영하(ⒸBlossom)의 ‘빛의 제국’이 러시아에 번역돼 출간됐다(사진=본인제공)

 

11월에 출간된 솔제니친 평론집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 중 ‘작은 공간의 민주주의’와 곧바로 이어지며 한국의 지역자치제도를 떠올리게 하는 ‘젬스트보’는 흥미롭고 ‘붕괴하는 러시아’ 중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힘으로 현재의 파괴적 시간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 운명에 지치고 무관심한 우리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구절은 인권말살, 전쟁과 테러, 가난과 굶주림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음하고 있는 인류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도스토옙스키의 단편선에서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붙이는 작품들을 주로 접했던 도스토옙스키의 풍자와 유머, 예리함을 맛볼 수 있다. 현재는 한국문학번역원장, 주한러시아대사관, 작가 등이 참여한 독서릴레이를 진행 중이며 이후에는 “러시아문학번역원과 시리즈 번역출판, 공동문학행사 개최 등 다양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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