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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법치주의 훼손하는 것이 검찰개혁인가

입력 2020-11-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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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간 추미애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등의 보복으로서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한 윤석열 총장의 측근을 대거 좌천시키고,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여 라임 사태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배제하는 등 끊임없이 윤석열 총장에 대해 압력을 행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총장이 사퇴하지 않고 오히려 국정감사 자리에 나와 부당한 압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최후의 수단으로서 현직 검찰총장의 직무 자체를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전문가들은 직권남용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추미애 장관은 이 역시 검찰개혁의 과정이라며 반발을 무시하고 있다. 말 그대로 ‘검찰개혁’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독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의 행보가 정말 문제인 것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데 있다.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통치원리 중 하나로서, 국가권력의 행사가 법의 지배원리에 규율되도록 하는 원칙이다.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국가권력을 정의로운 법원칙 아래 둠으로써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오랫동안 국가권력의 행사는 권력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치(人治)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인치 아래에서는 통치가 일관적이지도, 예측 가능하지도 않아 개인의 자유가 보호받지 못했다.

그러나 근대 시민혁명 이후 법치의 개념이 확립되면서 개인은 비로소 부당한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지켜낼 수 있었다. 결국, 법치주의 없이는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도 보호받을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법치주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추미애 장관은 현행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비롯하여 반헌법적 법률을 제정하려는 시도 등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추미애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여 윤석열 총장의 지휘권을 배제한 것은 현행 검찰청법 위반이라 볼 여지가 충분하다.

추미애 장관은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고 하는 검찰청법 제8조를 들어 수사 지휘가 적법하다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구체적 사건에 있어 행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설령 부당한 개입이 있더라도 검찰총장을 완충대로 하여 구체적 사건의 수사가 독립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법무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하라는 의미의 조항이 아니다.

과거 헌법재판소도 97헌마26 결정을 통해 해당 조항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 검찰청법 제12조 제2항은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하여 검찰사무 전반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두 차례 있었던 추미애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은 검찰청법 제8조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날뿐더러, 제12조 제2항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추미애 장관은 국가권력의 행사가 법률에 근거하도록 요구하는 법치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어겨가면서까지 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추미애 장관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의 입법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소위 ’한동훈 방지법’이라 불렸던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해제법’이 그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으면 처벌받도록 하는 내용인데, 이는 당초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헌법 제12조 제2항의 내용에 위배되는 것이다.

굳이 헌법까지 인용하지 않더라도 형사실무에서 피의자의 진술 거부권은 피의자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권리 중 하나이다. 이를 침해하는 법률을 만들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기관의 수사상 편의를 위해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법치주의는 단순히 법에 의한 통치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애당초 법 자체가 정의의 원칙에 근거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정의의 원칙이란 개인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의 보호를 말한다.

결국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해제법’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정의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법치주의에 반하는 법률이라는 것이다.

비록 추미애 장관은 거센 비판이 가해지자 해당 법안은 ‘연구 단계’에 있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입에서 이러한 법안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현 정부가 얼마나 법치주의를 존중하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추미애 장관과 현 정부가 소위 ’검찰개혁’을 통해 꿈꾸는 검찰의 모습 역시 법치주의에 반한다.

윤석열 총장의 직무 정지에까지 이른 검찰에 대한 압력 행사는 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한 데서 시작되었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와는 달리, 검찰의 수사가 현 정부를 향하자 철저하게 응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추미애 장관을 앞세워 검찰의 수사가 정부의 이익에 맞게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치주의는 법의 적용이 일반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법의 적용은 그 대상이 권력자인지, 非 권력자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검찰의 칼끝이 권력자에게는 향하지 않아 법의 적용이 선택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대통령을 위한 감찰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현 정부는 검찰과 법 자체를 자신들을 위한 무기로 전락시켜 법치주의의 근간 자체를 뒤흔들려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치주의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검찰개혁을 빙자하여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는 현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정부가 제시했던 개헌안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사라져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운 것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만이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대한민국을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몰아갈 것이다.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의 자유와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재민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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