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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장마’부터 ‘오이디푸스 왕’까지 제5회 늘푸른연극제, 코로나19로 더 절실해진 ‘다시, 봄’

[문화공작소] 원로 연극인 기리는 제5회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

입력 2020-12-01 17:30 | 신문게재 2020-12-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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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사진제공=늘푸른연극제 사무국)

 

“나이를 먹다 보니 자꾸 허무한 화두가 붙잡혀요. 더구나 코로나19로 연극계 전체가 피로감까지 겹쳤죠. 연극한 지 60년 세월인데 한번도 그리스 비극을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를 맞아 그리스 3대 비극인 ‘오이디푸스 왕’를 선택했죠. 배경인 테베를 휩쓸고 지나가는 역병 장면에서 시작하니 시의성도 있을 것 같아요.”

 

연극계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는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12월 4~2021년 2월 7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TOM 2관,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선보일 ‘오이디푸스 왕’을 정일성 연출은 이렇게 설명했다. 

 

 

제5회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 포스터(사진제공=늘푸른연극제 사무국)

정일성 연출은 “전체적 흐름은 주인공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을 긴박하게 그린 작품”이라며 “그 여정으로 자신의 정체를 찾고 진실에 직면하는 것은 잔인한 상황이다. 그 상황을 예견하면서도 끝까지 진실을 찾아 헤매는 오이디푸스는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인간 실존의 한계성, 불안정성, 지적 오류 등을 보여주는” 정일성 연출의 ‘오이디푸스 왕’은 내년 2월 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라 ‘다시, 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올해로 5회를 맞은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에서는 정일성 연출의 ‘오이디푸스 왕’을 비롯해 배우 이주실의 ‘장마’(12월 4~6일 대학로 TOM 2관), 극단 창작극회 ‘나루터’(12월 4~6일 ,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오태영 작가의 ‘부드러운 매장’(12월 10~13일,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카프카 원작을 앙드레 지드와 장 루이 바로가 각색한 극단 실험극장의 ‘심판’(12월 18~20일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다섯 편이 무대에 오른다.

‘다시, 봄’의 시작은 배우 이주실의 ‘장마’가 연다. 윤흥길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전쟁, 그로 인한 비극적 역사의 폭력에 상처 입은 이들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그들에 대한 위로와 연민을 담는다. 

 

데뷔 56년차를 맞은 배우 이주실은 “70주년을 맞은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에 대한 이야기”라며 “상처 치유와 좌우 이데올리 간 화해를 촉구하는 메시지 전달하고자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제5회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 중 ‘장마’ 연습실(사진제공=늘푸른연극제 사무국)

 

그는 “한국전쟁이 70주년, 전투는 멈췄지만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사실이 잊혀진 게 아닌가 싶다”며 “이 작품을 통해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북을 대표하는 창작극회는 극작가 박동화를 기리기 위한 ‘나루터’를 선보인다. 1976년 초연된 ‘나루터’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사회상을 다룬다. 

 

‘나루터’의 문치상 총감독 “보릿고개가 존재하던 비참한 시대, 새마을운동으로 잘 살아보겠다는 이들의 이야기”라며 “시대에 밀려 결국 뱃사공을 못하고 떠나는 실향민들의 애환 담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북 임실의 나루터가 삶의 터전인 뱃사공 황치수, 극과 극에 선 아들과 딸에 대립하는 신구를 빗댄다. 

 

 

제5회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 중 ‘부드러운 매장’ 연습 장면(사진제공=늘푸른연극제 사무국)

‘부드러운 매장’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질곡을 풍자와 위트로 날카롭게 풀어내는 극작가 오태영의 작품이다. 

 

만화적 인물들과 성적 모티프, 전복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부드러운 매장’은 한국 근대사 중 매몰된 진실, 이데올로기의 정체를 탐구한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자 사돈지간인 두열·옥자 부부와 박암·소임 부부의 집에서 풍기는 악취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시작한 지하실 파기 과정을 따른다. 

 

오태영 작가는 “가정의 불화를 통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지금은 잊혀진 단어지만 과거청산”이라고 전했다.

 

오태영 작가는 “우리는 이슈가 터졌을 때만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친일, 우익좌익 등 우리의 과거청산은 뿌리가 깊다”며 “오래 전 일이지만 청산돼야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극작 의도를 덧붙였다.

 

창단 60주년을 맞아 최근까지 ‘에쿠우스’로 관객들을 만난 극단 실험극장은 ‘심판’을 무대에 올린다. ‘심판’은 유대계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실험성이 돋보이는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와 프랑스 배우이자 연출가 장 루이 바로가 공동 각색한 작품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구속되고 소외된 현대인들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 다룬다. 

 

 

제5회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 중 ‘심판’ 연습실(사진제공=늘푸른연극제 사무국)

 

‘심판’의 이한승 연출은 “당면한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쌓인 내공을 잘 활용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연극은 인간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는 엄청난 장르다. 그런 무대가 좋고 예술이 좋아 평생 이 장르에 종사하면서 누군가의 삶에 윤활유가 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그렇게 반복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극계 전체는 혹독한 시기를 보내며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다시, 봄’을 꿈꾸는 중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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