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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죽기를 각오했지만 살기로 했다! 영화 '800'

[Culture Board] 800 vs 20000 전투장면 '역대급'… 영화 '800'

입력 2020-12-09 18:30 | 신문게재 2020-12-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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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필사적으로 다리를 건너는 군인들.이들이 죽기를 각오했지만 살기 위해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굳이 중국과 일본이 싸우는 전쟁영화를 봐야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제목은 또 어떤가. 남성들의 근육이 스크린을 수 놓았던 할리우드 영화 ‘300’의 패러디 같은 ‘800’이라 더 끌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뚜껑을 연 이 영화의 감흥은 기대 이상이다. 여러 전쟁 영화에서 익숙하게 본 장면들이 여럿 연상된다는 단점 외에는 이렇다 할 흠도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만행과 학살을 함께 겪었던 중국인지라 더욱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제작기간만 10년이 걸렸다는 ‘800’은 중일전쟁의 막바지 ‘상하이 사행창고 보위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아시아 영화로는 최초로 IMAX 카메라로 촬영한 만큼 스케일도 남다르다. ‘덩케르트’ ‘1917’이 선보인 역대급 전투신에 밀리지 않을 정도다.

 

영화 초반 20분이 지나서야 등장하는 제목은 긴 러닝타임을 경고하듯 붉은 피로 칠해져 있다. 고작 800명으로 일본의 최정예부대 2만명을 상대로 버틴 실제 전투를 보노라면 ‘봉오동 전투’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지만 구성은 전혀 다르다.

 

 

12월 10일 국내 관객과 만나는 중국의 영화 ‘800’.(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헤엄쳐서 건널 수 있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상하이를 지키려는 이들과 그들을 흡사 길 건너 불구경하듯 보는 사람들은 같은 동포다. 부대원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이곳을 지옥이라 부르고 상하이 저편을 천국으로 칭한다.

 

같은 부대 안에서도 배신과 암투가 빈번한 이들. 강 건너 사람들은 프랑스와 영국만이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 믿는다. 같은 중국인들조차 금방 질 전투라고 생각한 사행창고 전투는 개인의 희생과 애국심으로 장기화되고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하지만 전쟁은 정치적인 쇼일 뿐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결국 이들의 전투는 승리보다는 생존으로 점철된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가는 막바지 총알이 장기를 뚫고 피가 튀는 비극 속에서 이들은 결국 삶을 위해 싸움을 포기한다. 이들의 전투가 희망조차 없던 항일감정에 불씨는 됐지만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국민의 영혼을 갉아먹을 거란 대의에 반기를 들 수는 없었던 것.

 

영화는 다양한 연령과 부류의 군인들을 내세우며 손에 땀을 쥐는 긴박한 전투의 한복판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아닌 장제스의 중국 국민당이 이끈 전투라는 점과 중국 국기가 아닌 청천백일만지홍기가 대거 등장한다는 이유를 들어 1년 넘게 개봉을 미룬 아픔이 있다. 실제 전쟁 당시의 건물들을 동일한 크기로 제작해 격전지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 볼거리를 더한 영화는 전 세계 흥행 수익 4억 6000만 달러(5만억)를 기록했다. 149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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