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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지민 말고 누가 '조제'를 할 수 있을까!

[人더컬처] 영화 '조제' 한지민 "물음표 많은 캐릭터…성장통 겪게 해준 영화"
원작과 다른 한국적 감성으로 재탄생

입력 2020-12-14 18:00 | 신문게재 2020-12-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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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제’의 한지민.(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네가 떠나도 괜찮아. 옆에 있다고 생각할게.”

 

여자는 남자를 잡지 않는다. 떠나는 남자는 그 말에 흐느껴 운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조제’의 한지민은 일본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한 동명 영화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녀와 그들의 삶에 우연히 동행하게 된 평범한 대학생 이야기. 드라마 ‘눈이 부시게’ 속에서 빛났던 배우 한지민과 남주혁을 기억한다면 ‘조제’의 만족도는 120%일 것이다. 

 

 

영화 ‘조제’의 한지민.(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생애 첫 경험을 모두 영석(남주혁)과 함께하는 조제(한지민)는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의 김종관 감독 특유의 세심함 속에서 탄생됐다.  

 

극 중 한지민은 시종일관 잠긴 목소리와 건조한 눈빛으로 사랑에 대한 설렘과 밀어냄의 경계를 탁월하게 넘나든다.

 

“저란 인간 자체가 결핍이 있어요. 완벽한 인간은 없다지만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편입니다. 인생은 나이가 드는 만큼의 고단함이 있다고 봐요. 가족과 친구, 연인으로 인한 감정 소모가 얼마나 큰지 알기에 조제에 대한 공감이 컸어요. 탐은 났지만 먼저 (남)주혁이가 캐스팅된 상태에서 시나리오가 왔기에 ‘내가 해도 되겠니?’라고 물어보긴 했어요. 드라마 이후 절친이 됐지만 작품은 또 다르니까요.”

 

남주혁에 대해 ‘나이는 어리지만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친구’라고 표현한 그는 “세상에 할머니밖에 없던 조제가 그랬던 것처럼 현장에서 많이 의지했다”며 인터뷰 내내 고마움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남다른 감정은 제작보고회에서 드러났다. 갑자기 눈물을 보인 남주혁을 보고 한지민이 오열에 동참한 것. 다리를 거의 못 쓰는 설정인데 알게 모르게 절로 힘이 들어가는 상황도 한지민에게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매 신이 어려웠어요. 사랑과 이별에 관해 관객들에게 ‘왜’라는 명확함을 안기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저 역시 조제처럼 격정적인 감정을 느낀 사랑도 있었고 후회한 이별도 있었어요. 나이가 있다 보니(웃음) 연애를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후회없이 사랑하자는 생각만 했지 이별에 대해서는 담백하지 못했음을, 이 영화를 찍으며 느꼈어요. 앞으로 사랑하게 되면 나만의 화법으로 모든 감정에 솔직하려고 합니다.”

 

 

영화 ‘조제’의 한지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한지민은 조제에 대해 “물음표가 많은 캐릭터에 갇혀있는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초면부터 반말을 하고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진짜처럼 해대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 극 중 한지민의 모습은 ‘이 보다 더 무례할 수 없는’ 당돌함과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을 동시에 내뿜는다. 작은 체구의 배우가 뽑아내는 최대치의 아우라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일본의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의 호연, 일본 영화 특유의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엔딩’ 등이 주는 잔잔함 등으로 무장한 원작영화는 ‘조제’와는 피할 수 없는 비교대상이기도 하다. 한지민은 “일부러 다르게 연기하려고 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화 '조제'의 한 장면(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원작의 조제는 사랑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인물이죠. 제가 담아낸 조제는 사랑에 국한되지 않고 좀 더 넓은 세상으로 확장가능한 캐릭터예요. 마지막에 ‘때로는 너랑 가장 먼 곳을 가고 싶었어’라는 내레이션처럼 조제가 영석이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변화와 성장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보통 이별하면 사랑에 실패했다고 하지만 어떤 관계가 끝나더라도 결국 다 경험이 된다는 긍정의 메시지요.”

 

영화 촬영 후 한지민은 여러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 중 가족과의 이별은 40대를 앞둔 배우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겪은 가장 큰 상실감이다. 실제로 올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낸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외국에 있는 언니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눈물이 울컥울컥 나고…앞으로 내 인생에 닥칠 이별이 너무 두렵다”고 고백했다.

 

 

영화 ‘조제’의 한지민.(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하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내 곁의 누가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게 됐다는 한지민은 “이 영화 덕분에 마음의 굳은살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원작처럼 겨울에 생각나는 멜로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개인적 소망을 드러냈다.

“저는 ‘조제’를 통해 또 한뼘 자란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조금 더 해야 하나?’ ‘너무 했나?’ 등의 고민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그 과정이 어려웠지만 배우로서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었죠. 부디 이 영화가 겨울이면 한번쯤 생각나는, 그런 작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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