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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해엔 씁쓸한 부동산 신조어 없기를

입력 2020-12-30 14:12 | 신문게재 2020-12-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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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란 증명사진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불과 2~3년 전만 해도 부동산 신조어라고 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동),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대대광’(대구·대전·광주) 등 사람들에게 관심 높은 지역을 묶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 당시 신조어들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지인들과 “참 말들 재밌게 잘 짓는다”라며 웃으며 넘겼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부쩍 바뀌었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의 부동산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이 계속 나오면서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용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극적 표현으로 느껴졌던 ‘영끌’(집을 사려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 ‘패닉바잉’(공황구매), ‘빚투’(집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빚까지 내 투자하는 현상) 정도는 이제 일상어가 된 것 같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굽겠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각각 ‘빵투아네트’와 ‘진투아네트’라는 별명을 얻게 했다. 특히 두세 달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을 사지 않았을 뿐인데 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를 ‘벼락 거지’, 정부가 공급하는 호텔 전세방에 사는 무주택자를 칭하는 ‘호텔 거지’란 자조 섞인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 나온 부동산 신조어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주택자들의 고통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일 폭등하는 집값과 전셋값에 모두 코로나 블루에 더해 ‘부동산 블루’를 겪고 있다. 이런 부정적 의미가 담긴 신조어는 결코 사회에도 좋을 리가 없다. 내년에는 누군가의 고통이 담긴 씁쓸한 부동산 신조어는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래본다.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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