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상실감을 가졌던 것은 우리만 늦는다는 백신 접종의 양극화였다. 인구 대비 백신 확보 물량이 OECD 37개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 콜롬비아, 터키를 빼고 최하위인 것은 조바심을 내기에 충분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이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한 부분도 불안 요소였다. 전 세계 40여개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마당에 정부 역량이 의심받은 건 사실이다. 30일에는 백신 도입 지연이 국내총생산(GDP)에 영향을 미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경제적 영향 분석이 나왔다. 보건위기와 경제위기는 따로 가지 않기에 백신은 더욱 중요하다.
정치권에서도 백신 이슈를 호재와 악재로 가르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한 구원투수로 인식되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확보 소식에 4월 보궐선거 변수 등 선거판 유불리만 따지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백신 정치화나 백신 무능 어느 것도 국민 생명과 국가 경제에 이롭지 못하다. 백신 확보나 미확보가 백신 선거전략에 치명타가 될 것만 우려하는 속좁음도 한탄할 만한 소재다. 진정으로 코로나19 방역과 국민 걱정을 우선한다면 추가 확보에 대한 입장은 다르지 않아야 한다.
모더나 백신 도입 시기로 잡힌 내년 2분기가 선거철과 겹친다는 우연은 하등의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추가 확보를 생색내기나 공 독차지로 몰아가서도 안 될 일이다. 백신 확보에 대한 질타를 K방역 흠집내기로 규정하는 정부·여당도 자세를 고쳐 잡아야 한다. 확정된 백신 확보 분량 못지않게 접종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 역시 관건이다. 코로나19의 결정적인 게임 체인저가 백신이다.
이제는 안정적인 분량을 최대한 빨리 접종할 수 있도록 힘을 집중해야 한다. 방역의 한계는 명명백백해졌다. 추가 백신 공급 계약은 했지만 예측불허의 상황이 남아 있다고 보고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백신보다 방역이 먼저라는 변명이 이후로는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