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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싸가지 없는 정치> 강준만

오만과 독선에 빠진 진보...대화와 타협의 정치 가능성은?

입력 2021-0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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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싸가지 없는 진보>에 이어 저자의 두 번째 ‘싸가지’ 시리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진보의 완장화’를 크게 걱정한다. 싸가지 없는 정치를 버리지 않았음에도 집권에 성공한 진보좌파들이 ‘완장질’로 싸가지 없는 정치를 하는 바람에 우리 사회가 큰 위기에 빠질 것 같다고 지적한다. 진보를 완장으로 이용하는 싸가지 없는 정치의 종언,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저자는 “정말 이 나라가 이렇게 가면 안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갈구하면서 이 책을 썼다고 적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저자의 말처럼, 문재인 정권이 정치를 지금처럼 ‘적을 타도하는 전쟁’으로 이해하고 증오를 정의로 계속 착각한다면 이룰 수 없는 요원한 꿈일 것이다.



* 싸가지 없는 정치의 비극… 둘로 쪼개진 대한민국 - 저자는 대한민국이 이미 대부분 사람이 반대 의견에는 아예 눈과 귀를 닫아버리고 자기주장만 해대는 ‘두 개로 쪼개진 나라’라고 비판한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죽이기를 보면서, 문재인 정권이 외치는 검찰 개혁은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아니라 정략적 검찰 개혁이라고 못박는다. 검찰 특수부의 고압적인 업무 관행은 분명 바뀌어야 할 검찰 개혁의 주요 의제지만 문 정권이야말로 그것을 정략의 노리개로 만들고 말았다고 질타한다. 저자는 특히 문재인 정권이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배우지 않고, 오직 ‘노무현을 죽인 악마’라는 감정적 프레임으로만 밀어붙이는 바람에 민심을 잃고 정권 스스로 적폐의 대열에 한 발 들이미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싸가지 없는 정치의 비극’이라고 말한다.

* 문재인이 노무현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 - 저자는 문재인 정권이 절차적 정당성에 둔감한 정도를 넘어 그것을 아예 무시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중독되어 있다고 말한다. 정권의 실세 윤건영 의원이 원전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경고한 것을 극명한 예로 든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두고 무슨 짓이냐는 식의 행태에 대해 저자는 “과정과 절차는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일갈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에게 족쇄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얻은 ‘대북송금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 않고 원안대로 공포했던 놀라왔던 사례를 예로 들며 “이것이 노무현과 문재인의 차이”라고 일갈한다.

* 늘 침묵하는 문재인을 향한 비판과 호소 -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침묵한다며 ‘고구마 같은 침묵’이라고 비판한다. 권력의 과시는 물론 유지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답답한 침묵’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침묵하는 게 좋을 법한 일에는 굳이 나서서 하지 않을 게 좋은 말을 한다고 비판한다. 이를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적 침묵’이라고 표현한다. 추미애와 윤석열 간 싸움에 침묵하는 것에 청와대에서 “징계의 가이드라인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변명한 것을 놓고는 “정작 다른 경우엔 가이드라인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발언을 적지 않이 하지 않았느냐”고 꼬집는다. 대통령이 나중에 사과를 하긴 했지만 그 사과는 여당의 다수결 독재를 화끈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였으며, 국민을 향해 말하는 자세를 취하긴 했어도 사실은 열성 지지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사과였다고 폄하한다.

* ‘문재인 허수아비론’까지 - 문재인 허수아비론은 진중권이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허수아비고 그 밑에 586 주류 세력이 다소 모자라 보이는 추미애를 내세워 그냥 막 가기로 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은 ‘선하고 정의로운 우리 편을 위한 일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이냐’는 식의 둔감함을 보이고 있으며, 스스로 내 편 니 네 편을 가르는 것에 익숙하고 자신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조정과 중재, 대화와 설득이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이라며 “그것이 정치이며, 정치의 정점인 대통령 리더십의 핵”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너무 착하기 때문에, 너무 미안하기 때문에, 그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나머지 침묵으로 넘겨버리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지금 청와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심기 경호’”라며 이를 깨부수려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 ‘공사구분’ 의식이 모호한 문재인 -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어준과 나꼼수에 대해 보여주는 남다른 애정을 비판한다. 2012년 4.11 총선 때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이 인터넷 방송에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강간해 죽이자”는 등 극언을 했음에도 당시 한명숙 통합당 대표에게 그의 징계를 말렸다며, 문 대통령의 공사 구분의식 부재를 비판한다. 당시 후유증으로 패배한 당을 대표해 사퇴했던 한명숙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이 큰 탓에 이후 과도하게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음도 지적한다. 온갖 비리 의혹을 받던 조국 전 법무장관의 퇴진 즈음에 공석에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교체 인사에도 “경질이 아니다”라고 두둔하는 모호한 공사구분 의식을 질타한다. 그런 의리가 사적으로는 아름다울 지 모르지만 저자는 “대통령 직책은 그런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어선 안될 자리가 아니냐”고 준엄하게 따진다.

* 문재인의 과도한 ‘의전 소통’ - 저자는 현대 정치가 ‘이미지 정치’라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문재인의 이미지 정치는 자주 감동을 자아내는 ‘의전 정치’ 중심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보여주기 식 소통을 가리키는 ‘쇼통’에 치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고 지적한다. 진보 진영의 원로가 된 홍세화마저 “불편한 질문, 불편한 자리를 피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보다 임금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저자는 진중권의 말을 빌어 ‘남이 써 준 연설문을 읽고 탁현민이 해 준 이벤트 하는 의전대통령이라는 느낌’이라고 전한다. 저자는 문재인의 ‘의전 소통’ 총 연출자로 탁현민을 지적한다. 그가 2020년 9월19일 제1회 청년의 날 행사에 참여한 BTS의 선물을 놓고 “나의 선물”이라고 생색을 낸 것을 질타한다. 문재인이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소통’에 대한 약속이 사실상 부도가 났다면서, 취임사 때 약속했던 대로 ‘반대편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껴안는 게 대통령의 숙명’이라고 비판한다.

* 문재인 정권의 어이없는 ‘약자 코스프레’ - 2020년 8월22일 이코노미스트지가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하면서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이라는 말을 써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며 두려워하는 정신 상태를 그렇게 표현했다. 저자 역시 문재인 지킴이를 자처하는 나꼼수가 틈만 나면 “거대 꼼수(음모)와 싸운다”며 음모론을 양산해 약자인 척 하고,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도 오히려 당당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다. 오죽했으면 같은 진보 성향의 전 MBC 사장 최승호마저 김어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취재’하기 보다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다가 반박이 나오면 무시한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다”고 날을 세울 정도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그런 특권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닥치고 지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런 ‘피해자 행세’가 권력 재생산 메커니즘“이라며 “권력을 쥔 문 정권의 약자 코스프레는 이젠 보기 지겨울 정도”라고 공박한다.

* “김정은은 계몽군주” 어용 지식인 유시민의 한계 - 2020년 9월25일 서해상에서 일어난 공무원 총격 피살 사건과 관련해 유시민은 유튜브 생방송 도중에 김정은이 청와대에 사과 통지문을 보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제 느낌에는 김 위원장은 계몽군주 같다”고 말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비난이 빗발치자 그는 김어준의 방송에서 “계몽군주 발언은 고급스런 비유”라고 항변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결사 옹위하기 위해 궤변을 농하는 어용지식인”(한신대 윤평중 교수), “설마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러운 비유가 나오겠냐”(진중권)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유시민은 이후 잠시 침묵을 지키다 도서비평 유튜브 방송으로 복귀를 알리면서 “진짜 책 이야기밖에 안 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이내 8.15 광화문집회 당시 정부의 집회 차단 조치가 정당했다며 정권 편들기에 나섰다. 저자는 “유시민이 자신의 명예를 위한 투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한다. 자신의 모델이 옳았음을 강변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갈 때 까지 가보자”는 것 같다며 “지나친 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그는 문재인에게 유리하면 선이요 정의라고 보는, 비생산적이고 파괴적인 진영논리에 중독되어 있다”면서 “자신이 알게 모르게 기여한 ‘정치의 종교화’ 자체를 바꾸는 데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꼬집는다.

* ‘윤석열 죽이기’ 검찰개혁과 ‘침묵 대통령’ - 저자는 거의 모든 국민이 지지했던 검찰 개혁이 지금은 지저분한 싸움으로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사적 원한을 갚기 위한 보복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고 전한다. 검찰 개혁이 윤석열 죽이기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한다. 그 어떤 결단도, 교통정리도 않고 사태를 방치한 문 대통령의 과실을 지적하면서 “문재인은 전형적인 ‘소극적 대통령’”이라고 폄하한다. 남북 문제와 의전 정치를 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침묵 대통령’이라고 까지 표현하며, 무슨 공격을 당하든 맥락과 관계없이 ‘지금 검찰개혁이 시급한데 왜 이러십니까’ 하면 그만인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민주당에서 팽 당한 금태섭은 “다른 목적으로 검찰 개혁을 이용하려 했기에 3년이 넘도록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며 “이들이 진짜 개혁을 하고 싶었는지도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저자는 문재인이 윤석열에게 주문했던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말은 사실 정권에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하라는 지침이었다며 “비전은 없고 정략적 의욕만 앞섰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청와대 특별감찰관 자리를 4년째 공석으로 남겨놓고 있다는 사실도 이 정권의 의도를 가늠케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 ‘진보 완장’을 찬 사람들 - 고 노회찬은 “진보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운동권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신앙과 정치는 다르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유사 진보 정당이라고 할 민주당에선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진보의 완장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개탄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권에서 가장 치명적으로 작용한 586 문화 가운데 하나로 ‘개인숭배문화’를 든다. 1994년 한총련 중앙위원회 결의문에 “한총련 대표는 백만 청춘의 자주적 이해와 요구의 유일한 체현자이며… 백만 청춘의 최고의사 표현이며… 백만 청춘의 유일한 정치 지도자”라고 밀어붙이려다 실패한 사건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진보인데 지금 우리나라 진보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진보를 완장으로 애용하는 사람들이 바로 ‘진보 죽이기’의 주범이라고 각을 세운다. 이들에게 잘 보여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겁을 먹고 눈치를 보는 작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해자에게 ‘피해자’라는 명칭조차 사용하면 안되는 듯한 여권 분위기에 짓눌려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 문재인의 ‘문빠를 필요로 하는 정치’ - 저자는 공공 영역에서 나타나는 ‘파벌적 오만함’이 오늘 날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문 대통령이 문빠 현상을 키우는 방식으로 청와대 정부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한다. 선거 때 필요해 조직했던 적극적 지지자 집단이 정부 운영의 권력적 축으로 재조직되어 더 격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플러스 정치’를 해야 함에도 왜 ‘친문 여부’를 따져 어떤 이들을 배척하고 모욕하는 ‘마이너스 정치’를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 노무현 서거의 상흔 때문이라는 지적도 한다. 그러면서 문 정권 열성 지지자들은 노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일부 진보파들 역시 노무현 서거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 진보진영의 막무가내식 도덕적 우월감 - 민주당 후보로 미국 대선에 출마했던 힐라리 클린턴은 2016년 9월6일 뉴욕에서 열린 LGTB(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행사에서 “극히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을 ‘개탄할 만한 집단’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해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한국의 진보좌파에서는 훨씬 더 센 발언이 나왔다. 2020년 11월4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감사장에서 “(8.15 광화문) 집회 주동자들은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라고 말하고 이어 13일에는 “국민에게 살인자라고 하지 않았다. 어디서 가짜뉴스가 나오나 했더니 여가서 나오는군요”라고 ‘버럭’했다. 집회 주동자들은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 발언이 노영민의 실언이 아니라 여권의 대체적인 진심이었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반지성주의적으로 나가더라도 지지자들은 이성의 줄을 놓아선 안되는데 그게 그렇지 않으니 진짜 문제”라고 한탄한다. 거의 모든 비판이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것에 집중되어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안쓰러워 한다.

* ‘황혼의 정치’와 싸가지 없는 막말 - 어릴 때부터 정치에 참여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일정한 지위와 경력을 쌓은 뒤 진출하는 게 정치다. 그래서 한 논설위원은 우리 정치 현실을 ‘황혼의 정치’라고 일갈했다. 21대 국회에서 20대 의원이 2명 배출되기는 했지만 우리 국회는 30대가 11명, 40대 38명, 50대 177명, 60대 69명, 70대 3명으로 전체의 83.0%가 50대 이상이다. 20~40대 유건자 비율이 59.7%인데 의원은 그 3분의 1도 안되는 17.1%에 불과한 반면 50대 이상 의원은 유권자 비율의 2배가 넘는다. 저자는 “진짜 문제는 50대 이상 의원들을 주도하는 이른바 5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이 젊은 시절 온 몸으로 겪으면서 내재화된 이분법적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진중권은 “이들은 생각 자체가 약육강식의 논리로 되어 있다”고 했고, 홍세화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을 ‘민주 건달’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비판했다. 저자는 586 의원의 문제로 ‘싸가지 없음’을 지적한다. 이들만 말을 싸가지 없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열성 지지자들의 눈 도장을 받고 싶은 의원들이 모두 세대에 관계없이 싸가지 없음을 장기로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1%의 극렬 강경파로 당을 장악해 얻을 게 무엇이 있겠느냐”며 측은함을 내보인다.

* 오만의 수렁에 빠진 문재인 정권 - 저자는 “국민들이 민주당에 180석을 준 것은 타협을 거부하라는 뜻이 아니라 비토크라시(거부 민주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서 타협을 하라는 메시지였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민의(民意)를 무시하고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어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능하지 않다고 더 확신한다는 ‘더닝 크루거 효과’를 언급하며, 무능의 본질은 맹목적 오만이라고 지적한다.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평가받는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수석조차 “무능하면 겸손이라도 해야 하는데 지금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오히려 뻔뻔하고 위선적인 데가 있다”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너무 빨리 타락해 버린게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저자는 “싸가지 없음이 곧 오만”이라며 “다수결의 독재를 가볍게 보는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결국 원흉”이라고 지적한다.

* 문재인의 ‘선거 캠페인식 통치’ - 미국 하버드대 일레인 카마르크 교수는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할 때 함께 들어가는 그의 정치팀은 선거 캠페인을 하던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때문에 ‘영원한 캠페인’을 방불케 한다. 결국 대통령도 영원한 캠페인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우리 역시 역대 정권들의 실세도 대부분 선거 캠페인을 주도했던 ‘선거 공신’이었다. 공약 사항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유연함과 포용성을 잃어버린 예가 많았다. 역대 정부에서 불문율로 지켜왔던 국가채무의 마지노선인 ‘국가 채무비율 40% 이하’가 문재인 대통령의 “우리나라만 유지해야 할 근거가 무엇이냐”는 말 한마디에 무너진 것이 대표적이다. ‘포용 국가’를 표방하는 문 정부가 미래 세대의 등골을 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그는 역설적으로 2015년에 당시 채무비율이 40%에 육박하자 “국가 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되었다”며 비판했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 당연했다.

*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선택적 적폐청산’ - 정치학자 박상훈은 “적폐는 불러들이지 말았어야 할 정치 언어였다”고 말한다. “척결과 청산이 통치의 목적이 되면 증오와 적대를 자극할 뿐”이라며 “할 수 있는 협력도, 가능한 조정도, 미래지향적 공존도 어렵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도 “적폐청산을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극단적 양극화를 불러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분열을 초래함으로써 개혁의 프로젝트가 무엇을 지향하든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저자는 현 진보진영의 이런 행태를 ‘선택적 적폐 청산’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자신의 정치적 불리함을 감수하면서 외쳤거나 추진한 적폐청산이 단 하나라도 있었던가”라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진보좌파들은 자신에게 엄격한 적폐청산에 임해야 스스로 적폐가 되는 비극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내로남불형 도덕은 반드시 자신을 향해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 후안무치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 저자는 “후안무치의 자질이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후안무치를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여기서 비극이 싹 튼다”고 말한다. 그는 민주화 이후 한국인에게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성으로 ‘후안무치의 일상화’를 든다. 이미 시대정신의 반열에 까지 올랐다고 비꼰다. 엘리트들이 독식했던 후안무치가 이제는 대중화 체제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저자는 “후안무치의 평균화가 사회정의가 되었다”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뻔뻔함을 가르치는 하향평준화식 사회정의가 우리가 바라던 희망이 아니었듯이, 우리 모두 스스로 어리석음과 뻔뻔함을 키우면서 그걸 의무라고 목청 높여서는 안되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와 한다. 그는 “정치권의 후안무치가 대중의 일상적인 삶에 스며들지 않도록 애써 달라”고 당부한다.

* 민생은 외면하고 부를 쌓는 ‘진보꼴통’ - 저자는 이 땅의 진보세력의 핵심이 운동권 출신이다보니 ‘민생 의제’보다는 ‘정치적 의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렇기에 부동산 가격 안정보다 검찰 개혁에 올인하면서 무능을 드러냈다고 비판한다. 더욱이 이들은 이런 무능이 초래한 합법적 약탈의 문제에 대해 전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않고 있다고 질타한다. 더욱 딱한 것은 최근 부동산 대책에서 보듯이, 민주당이 일이 저질러진 다음에 시장을 무시하고 급조해 낸 ‘과격한 방안’을 들고 나와 그걸 ‘진보’라고 부르짖으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포스토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지 않느냐”며 질타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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