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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릭 시사] 소설 낭독가 ‘전기수’

입력 2021-01-03 15:01 | 신문게재 2021-01-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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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18세기에 서울 한양에서는 ‘소설 읽기’ 바람이 거셌다고 한다. 당시 책을 빌려주는 세책점(貰冊店)이 한양 저잣거리에 15곳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책을 읽을 만한 사람들은 대체로 글을 알고 책값을 감당할 만한 재산이 있는 양반들이었다. 일반 백성들은 소설을 읽고 싶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런 때 소설을 전문적으로 읽어 주던 낭독가들이 나타나 인기를 끌었다. 이른바 ‘전기수’다. 이들이 저잣거리에 좌판을 깔면 지나던 행인들이 구름처럼 모여 귀를 쫑긋하게 세우고 경청했다고 한다. 특히 소설 내용을 실감나게 연극하듯이 읽어주는데다 공짜였으니 큰 인기를 끌 법 했다.

전기수의 소설 읽어주기가 성황을 이루자 이 일이 돈 되는 직업이 된다. 돈벌이가 궁했던 전기수들은 처음에는 소설을 맛갈 나게 읽어주다가 극적인 장면에서 갑자기 읽기를 멈추고 침묵하는 것으로 행인들의 엽전을 유도하는 식으로 유료화 모델을 만들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예 일정한 금액을 받고 부유층의 잔치 등에 불려가 공연하는 이들도 생겼다고 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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