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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파트 청약 광풍 이면에 정책 잘못 없었나

입력 2021-01-05 15:06 | 신문게재 2021-0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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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받으려고 유부남과 위장결혼을 하고 청약 당첨 후 곧바로 이혼했다. 당첨을 위해서라면 위장이혼도 불사한다. 위장재혼으로 자녀 수 늘리기를 하며 국가유공자 특별공급 아파트 청약 응모를 위해 고시원으로 주소지를 옮긴다. 위장전입은 익히 쓰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청약통장 매매나 청약자격 양도가 이뤄진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청약 광풍에 늘어난 부정청약 등 197건의 의심 사례를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게다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정보를 바탕으로 모니터링 결과 부정청약 발생이 예상되는 수도권과 지방의 21개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 이 정도다. 불법청약을 부추기는 근원을 살펴보면 청약통장 가입자가 인구 절반을 넘는 현실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실수요자는 많은데 공급을 틀어막고 투기를 억누른 정책이 겹친 탓이기도 하다. 실효성 낮은 각종 분양가 규제에 더해 집값,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청약이 무주택자의 마지막 희망처럼 됐다. 공급 축소와 시장 과열이 부동산 시장을 투기판처럼 부각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겠다.

이 같이 주택시장 안정화와 건전성을 위협하는 부정청약 행위는 엄단해야 마땅하다. 다만 공급부족 문턱만 만들고 집값 안정화란 규제 도입 취지가 구실을 못한 측면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높은 집값을 자랑하는 지역에서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면 집을 되팔 때 시장가격을 감안해 부동산 투자 심리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향후 매매가격 인상은 시세차익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올해도 수도권 3기 신도시와 주요 택지에서 3만호의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청약이 진행된다. 당첨만 되면 대박이라는 인식이 고쳐지지 않는 한 부정청약은 반복될 것이다.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싶거든 반시장적 정책의 부작용도 바로잡아야 한다.

내 집 마련이 절실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기회 축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단속으로 부정청약 행위를 막아야 한다. 시세차익 기대심리를 낮추는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재개발 억제 등 과잉 규제보다는 지속적인 신규 물량 확보에 더 치중해야 한다. 전부는 아니라도 전국을 사실을 규제로 묶은 상황에서 아파트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빚어질 결과는 뻔하다. 현상 진단과 결과 예측 잘못이 부정청약과 불법전매 등 청약 광풍을 낳은 부분까지 곱씹어봐야 한다. 부정청약 의심 사례를 철저히 추적하는 한편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시장 왜곡을 부르는 정책까지 수술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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