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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AI 주범은 철새가 아니다

입력 2021-01-21 14:15 | 신문게재 2021-01-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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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교수
이영재 경북대 교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 가금류 농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야생 조류를 AI 전파의 유력한 용의자로 간주한다. 하지만 권위있는 국제기구에서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2014년 UN의 이동성 야생동물 보호협약 및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함께 운영한 ‘조류 인플루엔자 및 야생조류 학술대책위원회’는 고병원성 AI 발생에 대응해 각국 정부와 양계산업, 방재, 야생동물관리, 환경관리 분야의 이해당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첫째,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나라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차단방역이 잘 되어있는 가금류 생산시설에서 발견되었으나, 일부는 야생조류에서 발견되었다. 둘째, 고병원성 AI바이러스는 주로 오염된 가금류, 가금류 제품과 사체를 통해 전파되지만 야생동물의 관여 가능성도 있다. 셋째, 바이러스의 매개체로서 다른 잠재적 요인을 배제하고 야생조류에만 집중하는 것은 효과적인 질병 통제를 방해할 수 있다. 야생조류를 사살하거나 생태 환경을 파괴하는 방법이 질병 통제방안으로 고려되지 않아야 한다.

AI를 100% 방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AI 변이가 변화무쌍해 A형만 하더라도 144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방지 대책은 야생조류의 서식처인 하천의 생태계와 먹이사슬 등 생태환경적 접근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는 아마존강 수림 주변에서 물고기들에 의해 발생되는 배설물들이 다양한 플랑크톤 성장에 기여해 AI 발생을 억제하는 사례에서도 익히 알 수 있다.

국내에는 현재 저수지 1만7659개소, 중소댐 60여개소에 어도(물고기 이동통로) 시설 자체가 없다. 보 3만4000개소에도 제대로 작동되는 어도가 없다. 기존에 건설된 어도의 대부분은 미국산 아이스하버형 어도 블록이다. 이 어도의 문제점은 갈수기에 어도 기능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겨울철 갈수기가 되면 홍수 때 어도블록 주변에 형성된 수많은 인공 웅덩이에 갇힌 물 속에서 바이러스가 양산된다. 이때 이곳을 지나는 철새들이 그 물을 먹으면서 AI가 부리, 날개, 다리 등에 묻어 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확산된다.

하천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미생물-바이러스-박테리아-플랑크톤-수생생물-물방개, 치어, 양서류-조류-동물-사람으로 이어진다. 이 먹이사슬이 파괴되면 바이러스는 조류로 곧바로 이어져 AI가 창궐하게 된다. 그 원흉이 바로 국내 하천에서 어도 기능을 마비시킨 5300여개의 아이스하버형 어도이다. 이 어도는 갈수기에 물길을 막고, 물고기와 플랑크톤을 전멸시켜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엉터리 어도로 먹이사슬 체계가 파괴되면서 AI가 조류를 무차별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하천 어도 법규에는 미국산 아이스하버형 어도가 한국의 표준형식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덩치 큰 미국인 옷을 표준 한복으로 설정한 것과 같은 꼴이므로 시급한 개정이 요구된다.

AI를 막는 첫 걸음은 물길이 끊어지는 엉터리 어도 블록을 긴급히 해체한 후 사계절 물길이 이어지는 다기능 어도 시스템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영재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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