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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메이저리그 통계의 허실 <인사이드 게임>

3할 타자, 1순위 지명자... 잘못알고 있는 통계의 진실들

입력 2021-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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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게임
이 책은 이른바 ‘심리편향’에 빠져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잘못된 선택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거대한 빅 데이터를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 조차 선입견에 빠져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많음을 까발린다. 저자인 키스 로는 류현진이 속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스텟 분석을 총괄하다 2006년부터 야구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야구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잘못된 결정과 선택에 대해 행동경제학에 기초한 논리로 설득한다. 경제학과 스포츠 빅데이터의 융합적 연구결과를 이용해 야구 역사 속 숱한 비합리적인 결정을 되짚어본 것이라 매우 흥미롭다.


* ‘로봇 심판’이 추진되어야 할 이유 - 심판의 오심이 잦아지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로봇 심판 필요성에 관한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저자는 로봇에 의한 자동 판정을 열렬히 지지하는 쪽이다. 현존하는 투구 추적 기술이 뛰어난 인간 심판보다 딱히 정확치 않다는 주장이 많지만, 인간 심판의 심리적 편향 탓에 잘못된 판정이 자주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 심판의 첫 번째 편향은 이전 공, 특히 바로 앞 투구에 대한 판정이 다음 공 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앞선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면 다음 공을 볼로 판정할 확률이 0.9%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두 개 연속 스트라이크 판정 후에는 다음 공을 볼로 판정할 확률은 1.3% 높아졌다고 한다. 의사 결정과는 무관한 사전 정보가, 특정 결과가 발생할 확률 추정에 영향을 끼쳐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이른바 ‘기준점 효과’에 따라 다음 투구 판정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저자는 “기계에서 볼 판정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기준점 설정과 조정은 인간이 무언가를 결정할 때 사용하는 지름길인 ‘인지 휴리스틱’ 가운데 하나라며, 심판들 역시 직전 투구나 그 전 몇 개의 투구를 기준점으로 판정을 하므로 인지 시스템 오류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편향은 주심이 쓰리볼에서는 볼 판정을 내리길 주저하고, 투 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결과를 좌우하는 판정을 내리지 않으려는 경향 탓이다. 야구계 속설대로 스트라이크 존이 투 스트라이크에서는 좁아지고 쓰리 볼에서는 넓어진다는 얘기다. 가장 극단적인 볼카운트에서 심판들의 이런 ‘개입효과’가 가장 극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 1라운드 지명 선수들에 대한 그릇된 평판 - ‘1라운드 지명자’라는 꼬리표는 메이저리그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갖는다. 유독 소문난 유망주가 많았던 2011년 드래프트를 보면, 1라운드 첫 지명자 29명이 모두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게릿 콜, 앤서니 렌던, 프란시스코 린도어, 조지 스프링어, 하이베르 바에즈, 고 호세 페르난데스 등 스타라고 할 만한 선수들이 최소 6명이 배출됐다. 2019년 양대 리그 올스타 75명을 보니 이 가운데 무려 35%인 24명이 1라운드 지명자 출신들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의 드래프트 1,2 라운드 지명자들을 추적해 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 1라운드 지명자들 중 33.8%가 메이저리그 데뷔에 실패했다. 2라운드 지명자들 가운데는 52.9%가 실패했다. 저자는 또 1라운드 지명자들은 확실히 더 자주 트레이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9년 7월말 트레이드 시한 때 1라운드 지명자 12명이 트레이드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10명은 아직 마이너리거이거나 빅리그에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선수들이라고 소개했다. 저자는 이를 ‘기준점 편향’이라고 지적한다. 이 역시 ‘휴리스틱’이라며 “기준점 편향의 부작용을 피하려면 의사결정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를 밟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편향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라는 얘기다.

* 4할 타율보다 56경기 연속안타가 낫다? - 1941년 시즌에 메이저리그에는 역대급 기록이 쏟아졌다. 테드 윌리엄스는 타율 0.406에 출루율 0.553, 장타율 0.735로 모두 1위에 올랐다, 홈런 37개와 볼넷 147개도 전체 1위였다. 그 해 윌리엄스의 WAR(승리기여도)는 10.6이었다. 그 해 조 디마지오도 역사를 썼다. 당대 최고의 국민 스타였던 그는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는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세웠다.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미국 야구기자협회는 윌리엄스 대신 디마지오를 아메리칸리그 MVP로 선정했다. 연속 안타 기록에 더 큰 가치를 둔 것이다. 저자는 이를 ‘가용성 편향’이라고 평가했다. 자주 기억이 있는 사건이나 현상을 실제보다 더 자주 일어났다고 오판하는 ‘인지적 환각’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저자는 1987년 MVP로 선정된 안드레 도슨과 1999년 아메리칸 리그 1루수 글든 글러브를 받은 라파엘 팔메이로를 예로 든다. 1986년까지 6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도슨은 막상 어느 팀에서도 계약 제안을 받지 못했다. 주는 대로 받겠다고 들어간 컵스에서 그는 1987년에 빅 리그 전 체 1위인 49홈런에 137타점의 맹타를 휘두른다. 팀은 꼴찌를 했지만 그는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꼴찌팀 선수로 내셔널리그 MVP에 오른다. 승리기여도가 전체 야수 중 19위에 불과했음에도 타격 기록과 함께 백지위임 후 역경을 이겨낸 그의 스토리에 많은 표가 간 덕분이었다. 필메이로는 그 해 거의 1년 내내 지명타자로 출전했음에도 1루수 골든 글러브를 받았다. 거의 모든 경기를 1루수로 출장했던 1997년과 1998년에 수상한 경력이 불러온 환상이었다. 본인도 수상 소식에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여기에 데릭 지터까지 거론한다. 어떤 수비 지표를 들여다봐도 평균 이하의 유격수였음에도 5회 글든 글러브를 수상한 데릭 지터에 대해 “이미 명예의 전당 행이 사실상 확정된 프리미엄이 아니었느냐”고 꼬집는다.

* 결과 편향 “야구는 결과만 기록되는 경기” - 야구 역사에는 과정 대신 결과만 기록된다. 야구는 결과의 게임이라는 얘기다.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는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라는 에이스 두 명의 영웅적인 호투와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의 믿기 힘든 블론 세이브 덕분에 우승을 차지했다. 덕분에 초보 감독 밥 브렌리는 수많은 선수 기용 실패와 작전 실패에도 불구하고 월드 시리즈 우승감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월드 시리즈 4차전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고 이는 그대로 패배로 연결됐다. 당시 마무리 투수는 22살의 잠수함 투수 ‘김병현’이었다. 감독은 잘 던지던 실링을 내리고 9회가 아닌 8회에 그를 올리는 바람에 역전패를 당했다. 5차전에서도 4차전에서 61개 공을 던지고 패전투수가 된 김병현을 다시 9회에 마운드로 올렸다. 무조건 하루 휴식을 주어야 할 상황에서 결국 연장전 끝에 패배했다. 우여곡절 끝에 6,7차전을 이겨 우승을 했지만 리베라의 악송구 덕에 얻은 결과였다. 애리조나는 브렌리 감독과 이후 계약을 유지했지만 2004년 중반 29승 50패라는 리그 최저 승률의 부진에 빠지자 그를 전격 해고했다. 저자는 “야구는 좋은 과정이 좋은 결과를 낳고, 나쁜 과정은 나쁜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결과 편향의 게임”이라며 단순히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선수나 감독의 장점과 약점, 잠재력을 제대로 알아낼 수 없다고 말한다.

* 팀 내 최고의 타자는 2번타자? - 저자는 팀 내 최고의 타자에게는 2번 타자가 적격이라고 말한다. 세 가지 측면에서 기여도가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란다. 우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장할 기회가 많고, 한 경기에 타석에 들어설 횟수가 늘어나 출루 기회가 늘어나고, 타순이 내려갈수록 시즌 전체 타석 수는 줄어 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2001년 월드 시리즈에서 애리조나가 실수한 것 가운데 하나도 그해 시즌 57개 홈런과 출루율 0.429로 팀내 타선의 핵심이었던 루이스 곤잘레스를 3번 타자에 기용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보다 더 큰 실수는 그 앞 타순에 발 빠른 유격수 토니 워맥을 배치한 것이었다. 저자는 “아무리 발이 빨라도 1루는 훔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해 워맥의 출루율은 0.307로 규정 타석을 채운 내셔널리그 타자 77명 가운데 71위였다. 가장 출루할 가능성이 낮은 타자를, 가장 자주 타석에 들어서는 타순에 넣은 것이다.

* 야구 경기에서의 잘못된 ‘집단 사고’ - ‘다음 타자의 보호 효과(Lineup Protection)’라는 게 있다. 다음 타순에 강타자를 배치하면 앞 타자들이 득을 본다는 개념이다. 다음 타자를 의식해 정면승부를 걸 것이고 치기 좋은 공을 던질 확률이 높다는 가정이다. 저자는 이런 근거 없는 거짓과 미신이 야구계에 너무 많다며 이른바 ‘진실 착각 효과’라고 말한다. 어떤 내용을 반복해 들으면 뇌가 더 쉽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더 잘 치는 타자를 의미하는 ‘클러치 히터’에 대한 신화도 같은 이유로 비판한다. 어떤 타자가 클러치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강하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인상’이지 ‘능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얘기를 듣는 타자들은 상황에 관계없이 위대한 타자였으며, 다른 상황에서처럼 클러치 상황에서도 잘 쳤을 뿐이라고 말한다. ‘핫 핸드(Hot Hand) 즉, ’최근 상승세‘ 역시 허구라고 지적한다. 최근 몇 경기의 성적이 앞으로의 활약을 예측할 근거가 된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같은 집단 사고를 전형적인 ’체리 피킹‘, 즉 마음에 드는 데이터만 고르고 마음에 안드는 데이터는 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 고졸 투수를 무조건 뽑으면 안되는 이유 - 해마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는 2~10명 정도의 고졸 투수가 지명된다. 잠재력이 만개했을 때 얻을 이익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보다 훨씬 크다는 믿음 때문이다. 저자는 데이터를 보면 1라운드에서 고졸 투수를 피해야 하는 것이 명확하다고 진단한다. 리스크는 크고 보상은 그저 그런 선택이라며,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고졸 투수에 연연하는 것을 그는 ‘기저율 무시’라고 부른다. 눈 앞의 특정 대상에 집중하느라 그 대상이 속한 전체 집단에 대한 데이터를 부시하는 오류를 말한다. 물론 가끔의 정말 예외들이 있긴 하다. 캔자스시티는 2002년 전체 6순위로 잭 그레인키를 뽑았다. 2006년에 LA다저스는 전체 7순위로 클레이턴 켜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저자가 1985년부터 2012년까지 모든 1라운드 지명 결과를 통해 고졸 투수들과 다른 선수들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로도 고졸 투수의 성공 확률은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FA(자유계약) 구원투수와의 장기계약은 금물? - 메이저리그의 많은 구단들이 구원투수들에게 3~4년짜리 계약을 제안한다. 저자는 이 가운데 FA 구원투수와의 장기계약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구원투수들과 맺은 장기 계약의 역사는 매우 암울하다. 21세기 들어 17명의 구원투수들이 4~5년의 장기 계약을 맺었는데, 이들 중 성공사례라 할 만한 사례는 2001년 시즌 전에 뉴욕 양키스와 재계약한 마리아노 리베라가 유일하다고 전한다. 그는 계약 시간 4년 동안 WAR 12.4를 적립했다. 저자는 1990년부터 2018년까지 뛴 모든 구원투수들을 대상으로 특정 시즌을 잘 던진 다음에도 잘 던진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했다. 50이닝과 FIP(수비 무관 평균 자책점) 3.00 이하를 좋은 구원투수 시즌의 기준으로 잡을 경우 이 두 기준을 충족한 투수가 다음 시즌에도 그럴 확률은 놀랍게도 50% 미만이었다. 전체의 4분이 1이 FIP 3 미만의 시즌 다음해에 평균자책점이 4를 넘었다. 7%는 7점을 넘기기도 했다. 좋은 시즌을 2년 연속 보낸 투수들로 한정해 봐도, 다음해에도 잘 할 확률은 여전히 50% 미만이었다.

* 투수 혹사의 아름다운 예외 ‘놀란 라이언’ - 투수 혹사는 부상과 밀접한 인과관게가 있다. 청소년 투수 476명을 연구한 결과, 한 시즌에 던진 투구수는 팔꿈치 및 어깨 통증의 빈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저자는 투수 혹사 방지의 가장 큰 적으로 대학 코치들을 언급한다. 많은 대졸 투수 유망주들이 학창 시절 혹사의 여파로 쓰러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혹사에도 불구하고 예외가 있으니 바로 놀란 라이언이다. 그는 1974년 6월14일에 13이닝 동안 58명의 타자를 상대로 235개의 공을 던졌다. 볼 넷 10개에 삼진은 19개를 잡았다. 17번이나 10이닝까지 던졌고, 그 가운데는 43세 때 기록도 있다. 저자는 놀란 라이언을 ‘아웃 라이어’라며 존경을 표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을 잊게 만드는 위대한 예외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를 ‘생존자의 끝판왕’이라고 극찬한다.

* 최신 데이터만으로 예측하는 위험 - 개리 매튜스 주니어는 2006년 시즌 전만해도 통산 타율 0.249에 승리 기여도 9.6의 준수한 백업 외야수였다. 그런데 은퇴가 가까웠던 31살에 경이로운 시즌을 보내게 된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그는 0.313 타율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세운다. 여기에 ‘더 캐치’라고 명명할 정도의 멋진 외야 홈런성 타구 캐치 까지. 그 장면은 중견수 수비의 모델로 꼽혔고 마침 그해 FA를 맞은 그에게 5년 총액 5000만 달러의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에인절스로 이적한 첫 해에 그는 0.252/0.323/0.419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고 수비력은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2009년에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됐다. 그를 스카웃했던 단장은 이미 사임한 뒤였다. ‘FA로이드를 제대로 맞고 대형 계약을 얻는 저니맨’ 윌리 블레어도 비슷한 사례다. 팀들이 FA 직전 성적을 과대평가해 패착을 둔 좋은 사례다. 샌디에이고는 1996년 12월에 그렇고 그런 그를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했는데 여기에서 1997년에 16승 8패의 대박을 친다. 잘 던지기도 했지만 생애 최고의 득점 지원을 받은 덕분이다. FA를 앞두고 있던 당시 그는 게임당 5.2점의 지원을 받았다. 결국 신생 애리조나의 창단 멤버로 3년 105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지만, 곧 ‘먹튀 FA 계약’이라는 오명을 듣게 된다.

* 3할 타자는 1000번 나와 300개 안타 치는 선수 - 저자는 “3할 타자란 정확히 10타석마다 안타 3개씩을 치는 타자가 아니라 1000타석에 들어오면 약 300개의 안타를 치는 타자”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감독은 선수 기용 방법을 지난 몇 경기 혹은 몇 주 동안의 성적에 의존해 결정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가장 최근의 데이터 대신, 시즌 전체 혹은 지난 시즌까지 포함해 더 오랜 시간의 데이터를 근거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뜨거운 선수의 기용은 50년 가까이 새로운 사고 방식에 저항해 온 전통적 지혜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최신 편향의 사례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최근 데이터의 ‘잡음’을 제거하고 더큰 샘플의 데이터를 중시하는 게 교과서적이라고 옹호한다. 우리 세대 최고의 교타자 가운데 한 명인 토니 그윈은 명예의 전당 멤버지만 505타석에서 삼진을 18번밖에 안 당하고 0.321이라는 고타울을 기록했던 1998년에 7경기에 걸쳐 19타수 무안타에 그친 적도 있다고 상기시킨다.

* ‘현상유지 편향’의 희생양 페드로 마르티네스 - 보스턴 레드삭스의 그래디 리틀 감독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 7차전에서의 치명적인 실수로 내내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당시 선발투수는 당대 최고 투수인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였다. 리틀 감독은 8회에 마운드에 올라 투수 교체할 것처럼 행동했으나 결국 마르티네스에게 그대로 맡기게 된다. 문제는 투수가 한 경기에서 같은 타자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기록이 나빠지며, 특히 4번째 상대할 때는 난타당할 확률이 급증한다는 것이었다. 이 날도 승리를 목표로 한 선발투수에 대한 배려였지만 이런 배려는 이날 역효과를 낳았다. 이른바 현상유지 편향에 빠져 교체를 하지 않음으로써 경기를 망쳤다. 뭔가 얻음으로써 생기는 즐거움보다 같은 양을 잃어버렸을 때 받는 고통이 더 크다는 ‘손실 회피’의 현상유지 본능 때문이었다. 이는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의 가치를, 외부의 객관적인 평가보다 높게 매기는 ‘소유 효과’ 같은 착각으로 연결된다. 보스턴의 우승 가뭄은 1947년 베이브 루수에서 시작한 ‘밤비노의 저주’가 되어 이후 18년이나 더 이어졌다.

* 메이저리그 최악의 초대형 계약 ‘앨버트 푸홀스’ - 저자는 현대 메이저리그에서 모럴 해저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앨버트 푸홀스의 FA 계약을 언급한다. 미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초대형 계약 중 하나라로 비판한다. 에인절스는 FA를 앞둔 2011년부터 성적이 떨어지고 있던 푸홀스와 41세까지 계약을 맺었다, 그 해 그는 생애 가장 낮은 WAR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타자가 되었다. 이후 2019년 중반까지 시즌별 WAR은 줄곧 마이너스치에 머물렀다. 문제는 에인절스가 푸홀스와 계약한 날 좌완투수 CJ윌슨과 5년 7750만 달러, 그리고 1년 뒤에는 조시 해밀턴과 5년 1억25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이런 장기 계약 때문에 에인절스는 전력강화에 쓸 돈이 모자랐고, 결국 현역 최고 스타들을 보유하고도 약팀에 머물렀다고 평가한다.

* 피트 로즈의 비겁한 변명 - 피트 로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 안차를 기록한 안타 왕이다. 1986년 8월에 명예롭게 은퇴했지만 그의 명예는 3년 만에 추락했다. 1989년 8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로즈가 감독 혹은 선수로 참여한 경기에 부당 베팅을 한 사실을 밝혀내고 영구제명 처분을 내렸다. 로즈는 처음에는 부인했다. 그러다 결국 사실을 시인하는 책을 내고 오히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일관되게 “나는 신시내티 경기, 그것도 우리가 이기는 경기에만 돈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팀이 이기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무엇이 잘못이냐는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규정 21조 d의 2항을 보면 ‘경기에 돈을 건 선수, 심판, 구단 관계자, 리그 관계자는 영구제명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어느 팀, 선수를 대상으로 했는지를 막론하고 베팅은 무조건 불법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따라서 피트 로즈의 영구제명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주인과 대리인의 이해관계 불일치‘ 이론이 나온다. 마이클 젠슨의 1976년 논문에 나오는 이 이론은 두 사람이 모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면, 대리인은 언제나 주인의 최고이익을 위해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로즈의 경우 베팅한 날은 상대 에이스에게 더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등 치열하게 승리를 노려야 했지만, 베팅을 하지 않은 날에는 조금 느슨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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