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새문안通

[새문안通] 포퓰리스트 서울시장, 노땡큐

입력 2021-02-02 14:09 | 신문게재 2021-02-03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이번 보궐선거로 38번째 서울시장이 나온다. 그동안 서울시장 85년 역사에는 이명박, 고건, 조순, 양택식, 장기영 이기붕, 윤보선 등 알만한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초대 시장은 알려져있지 않다. 그가 정치적이지 않아서였을까?

초대 서울시장은 김형민으로, 1946년 경기도에 편입돼있던 한성부 부윤 자리를 맡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취임 2개월 후 과거 잔재를 없애기 위해 한성부를 경기도에서 분리해 이름을 서울이란 순 한글로 바꾸고 특별시로 만들었다.

당시 석유상이였던 김형민의 나이는 39살이다. 전북 익산 출신인 그는 일찍이 미국에 유학해 독학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그런 인연으로 해방 후 미 군정 시절 당시 하지 사령관 권유로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처음 수차 거절하다가 일제 잔재를 지우면서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부윤 자리를 맡았다. 김형민 시장은 서울시로 이름을 바꾼 것 외에도 일본식 도로 이름인 정(町) 대신에 을지로, 율곡로, 세종로, 충무로, 충정로 등 지금 사용하고 있는 도로 이름으로 바꿨다. 충무로의 당시 지명은 혼마찌(本町)다. 퇴계로는 소화마찌(昭和町)로 일본 연호에서 따온 도로명이다.

우리 역사 속 위인들을 도로명으로  되살린 것이다. 이순신, 이이, 이황, 을지문덕, 민영환, 원효, 정도전 등등.

그는 1948년 미 군정이 끝나고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면서 스스로 물러나 석유상사인 삼일사 사장으로 돌아갔다.

얼떨결에 맡은 시장자리였지만, 짧은 시간에 일제의 잔재를 털어내는 역사에 남는 일을 했다. 요즘 일제 적폐청산이니 하며 생색내기 요란을 떨고 있지만, 옛 부터 많은 정치인들은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그런 일들을 해왔다. 이번엔 소리 없이 일하는 포퓰리스트가 아닌 서울시장이 나오길 바란다.

- 榮 -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