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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김종인, 대화> 김종인 곽효민

'여든살' 김종인이 '스무살 청년' 효민에게 전해주는 한국의 정치와 역사

입력 2021-0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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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생 정치인 김종인과 2000년생 젊은이 곽효민의 대화록이다. 부제가 ‘스물 효민이 묻고 여든 종인 답하다’이다. 효민은 “정치가 뭐냐”고 아빠에게 물었다가 “정치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라는 답을 듣고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이런 손주 뻘 젊은이에게 할아버지가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사회 그리고 역사를 알려주는 듯한 형태로 구성되었다. 김종인은 이 책에서 한국 정치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포용적인 정치 시스템 구축’을 제시한다. 더불어 무소불위의 한국형 대통령제에 대해 ‘대수술’을 촉구한다.



* 긍정보다 부정에 에너지를 더 쓰는 한국인들 - 김종인은 “사회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더 많이 발굴하고 알리는 일에 힘 쏟아야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긍정보다는 부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한다.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 이름은 잘 모르면서 그렇게 친일파에만 집중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 같은 모욕적인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회자되는 것도 가슴아파 한다.

* “이승만은 재선까지만 했어야…” - 이승만이 다른 것은 몰라도 이념과 외교, 국제관계에 있어 탁월한 현실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김종인은 평가한다. 그래서 통일정부 같은 이상주의 혹은 좌익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빨리 단독정부를 선택하는 탁월한 판단을 했다고 평가한다. 유엔총회에 따라 총선거를 치름으로써 6.25 전쟁이 났을 때 유엔군이 즉각 참전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초대 대통령이 외교와 국제 정세에 밝았다는 것은 대한민국 수립의 측면에서 광장한 행운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만, 이승만이 1956년 정도까지 재선 정도만 하고 대통령직을 그만 두었다면 미국의 조지 워싱턴처럼 ‘건국의 아버지’로 기억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우리 초기 내각이 ‘친일파 내각’이었다고? - 남북한의 초기 내각을 비교하면서 일각에서 ‘남한은 친일파들, 북한은 독립운동가들’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김종인은 “엉터리”라고 일축한다. 대통령 이승만이 독립운동을 했고, 초대 국무총리 겸 국방부장관 이범석 장군은 청산리전투를 이끌었다. 재무부 장관 김도연과 내무부 장관 윤치영, 법무부 장관 이인, 농림부 장관 조봉암도 모두 독립운동으로 투옥되거나 고초를 겪었다. 사법부 수장이었던 김병로(김종인의 조부)와 제헌국회 부의장 신익희 역시 독립운동가였다. 김종인은 “대한민국은 엄연히 독립운동가들이 세운 나라”라며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 거물 정치인들이 홀대했던 제헌 국회 -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보면 의원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는 대형회의장이 두 곳이 있다. 원래 상하 양원제를 도입하려 했던 제헌국회 때의 경험 탓에 혹 다시 도입할 수도 있을 지 몰라 ‘상원’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제헌국회가 만들어지던 시기에는 정치인들이 정당 활동이나 삼권분립, 입법절차 등에 대한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졌었다”고 말한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각각의 독립적인 국민의 대표라고 생각하지 않고, 몇 백 의원 중 한 명 정도로 생각한 탓에 “내 격에 맞지 않아”라며 정작 거물급 정치인들이 출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내각제에서 막판에 갑자기 대통령제로 선회하다 - 이승만은 당시 우리 의회 수준을 불신한 것 같다고 김종인은 말한다. 국내외 정세로 볼 때, 나라의 혼란을 피하려면 대통령 중심제를 실시해 강력한 집행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승만은 야당 지도자인 김성수와 신익희, 그리고 헌법 초안을 만든 유진오 등을 따로 불러 협박 아닌 협박으로 각개격파를 시도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 헌법은 국회에서 통과하기 며칠 전에 갑작스럽게 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제헌헌법에 담았던 내각제 원안의 흔적으로 총리제도가 그대로 남아 대통령-부통령-총리로 이어지는 옥상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원래 국회에서 추진하려던 내각제 개헌안에 이승만이 제시한 직선제 개헌안이 뒤섞여 이른바 ‘발췌개헌안’이라는 이름까지 듣게 되었다.

* 의회민주주의들의 오점들 - 1954년 총선 후 새로운 헌법 개정안이 제출된다.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제 조항을 없앤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승만 종신집권을 위한 맞춤형 개헌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악명 높은 ‘사사오입 개헌’이 벌어진다. 203명 의원 중 찬성표가 3분의 2 이상인 136명을 넘어야 가결되는데, 찬성이 135명에 그쳤다. 그러자 다음날 반올림하면 135명으로 통과가 가능하다며 일방적으로 가결선언을 해 버렸다. ‘의회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칭송받는 영국조차 의사당 안에서 칼부림이 벌어져 의원이 죽는 사태까지 있었다. 영국 의사당에 가면 볼 수 있는 ‘소드 라인(Sword line)이 증거다. 상하원 의사당 바닥에 붉은 색 줄이 길게 그러져 있는데, 칼을 꺼내더라도 이 선은 넘지 말하고 그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 안보에는 ‘설마…’가 없다 - 김종인은 “안보에는 설마는 없는 것”이라며 “100만분의 1 확률이라도 일어날 가능성에 철저히 대책을 세워놓는 것이 안보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기본 자세“라고 강조한다. “적의 선의를 기대해서도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최근 논란이 일었던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그런 분이 있었기에 지금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그는 단순히 ‘한국을 지켜낸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대한민국을 지켜낸 영웅’이라고 칭송한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공과’를 나눠 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백 장군이나 우리나라 건국을 이끈 인물들에 대해선 전혀 다른 일방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하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 “한미동맹은 미국에 굴욕적 조약” -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 진보진영이 “굴욕적 계약”이라고 주장하지만 김종인은 “실상은 미국에 굴욕적인 조약”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자동으로 참전할 수 있도록 조약을 체결해 달라고 우리가 요구해 관철시킨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최대한 활용해 방위하는 것이 비용도 가장 적게 들고 안전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한미연합 방위력이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가치를 결코 무시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북한이 쓸 데 없는 자주국장 같은 것을 내세우며 국방비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는 사이에 우리는 거기에 들어갈 비용을 경제발전에 쏟아 부을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 이승만은 친미(親美) 아닌 용미(用美)주의자? - 김종인은 “이승만은 친미를 한 것이 아니라 용미를 한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라, 미국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미국을 ‘찜 쪄 먹듯’ 다루었던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을 다루는 술수에서는 앞으로 어떤 대통령도 이승만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 역대 정권의 ‘실속 없고 소리만 요란했던 정책들’ - 김종인은 국가 운영에 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정권을 잡게 되면 불필요한 일을 벌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1962년 2차 화폐개혁을 예로 든다. 부패한 자유당 관료들이나 부정 축재자들, 심지어 화교들의 숨겨놓은 돈까지 단번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헛된 기대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두환 때 500만호 주택 건설, 노태우 때 토지공개념, 김영산 때 금융실명제나 역사 바로세우기, 김대중 노무현 때 부동산 대책과 행정수도 이전, 이명박 때 4대강 사업, 박근혜 때 창조경제, 문재인 때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소득주도성장 등이 모두 ‘실속은 없으면서 소리만 요란한 일’들이었다고 비판한다.

* “경제발전의 8할은 국민의 땀과 노력 덕분” - 김종인은 ‘박정희 집단’이 무언가 경영은 해 본 사람들이라고 부분 수긍한다. 군인들의 집권으로 민주주의는 한층 꺾였지만 군인이라는 집단의 조직력과 효율성이 경제발전 초창기에 기여한 측면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경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의 이면에는 이승만 정부 시절에 시설재 중심으로 자금을 운영하면서 민간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경제력을 집중시켜 놓았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8할은 국민의 땀과 노력의 공로”라고 강조한다.

* “새로운 독재 ‘연성 독재’를 경계해야 할 때” - 김종인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커다란 위기를 겪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우리나라도 대통령 권력 중심으로만 움직이고 있다며, 그런 절대권력을 절제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의회가 행정부의 시녀 역할만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치 과거 대통령의 권력을 보필했던 ‘유정회 국회’처럼 되어 버렸다고 혹평한다. 그런 면에서 현 집권당도 박정희 정권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고 일갈한다. 그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민주주의를 가장한 연성(軟性) 독재’를 든다. “그래도 지금이 과거보다 낫지 않느냐”는 식으로 현실을 합리화하는 논리로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겉으로는 민주주의자인 척 하면서 실제로는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당파주의로 일관하는 ‘연성독재’를 견제하는 일이 민주주의 발전에 큰 과제라고 말한다.

* 사법부 독립을 위한 대법원장의 역할 - 조부인 김병로 대법원장과 이승만 대통령 간 일화가 나온다. 1954년 이승만이 횡령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정치인 몇 명을 가두라고 했는데 법원이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승만이 노발대발하며 난리를 치자 김병로는 “대통령도 법 앞에서는 국민이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판결에 불만이 있으면 언론에 떠들 것이 아니라 절차에 따라 항소하라”고 맞섰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사법부에 감히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자, 3권 분립 하의 사법부 독립 정신을 일깨워준 것이다. (이 얘기를 김종인은 최근 김병수 대법원장에게 또 같이 해 주었다). 김종인은 “우리나라는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니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사법권 독립과 삼권분립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사법개혁은 거대한 사기극” - 김종인은 “박정희 정권 때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던 사법부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많이 나아졌으나, 정작 사업개혁을 하겠다는 문재인정부 들어 오히려 사법부 독립이 다시 무너져 버렸다”고 비판한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선 사법농단이니 사법거래니 비판하더니 자기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사법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그는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입법부를 청와대가 장악해 청와대 나팔수, 대변인, 거수기 역할만 하게 만들고 아예 청와대 보좌진 출신들만 수두룩하게 공천시켜 놓았다고 비판한다. 더더욱 독립성을 보장해 주어야 할 사법부도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검찰까지 수족으로 부릴 만한 사람들, 특정 써클 소식 인사들만 몽땅 채워넣어 사법부를 완전히 점령해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라면서 “훗날 역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책보다 삼권분립을 어떻게 망가트렸는지를 더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살아있는 권력은 손 못대게 하는 검찰개혁 - 김종인은 “검찰이 검찰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강조한다. 죄를 지었으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위에 관계없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검찰개혁이라고 말한다. 과거 검찰이 정권의 시녀였다면, 개혁된 검찰은 살아있는 정권에도 칼을 들이대는 그런 검찰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총장을 임명할 때는 천하제일 청렴한 총장인 것처럼 치켜세우더니. 막상 자기 권력에 칼을 들이대니 천하에 악랄하고 음흉한 자인 것처럼 매도해 버렸다며 비판한다. 나아가 “검찰이 자기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청와대가 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공을 펼친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박정희 정권을 비난할 자격이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는다.

* ‘어미새 대통령’의 약탈 행위 유감 - 우리나라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의 보스’로 군림하면서, 자기가 은혜 입은 정치세력을 먹여 살리는 ‘어미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맹공을 편다. 심지어 라디오 방송 진행자와 작은 연구소 연구원 자리 하나까지 청와대 권력이 간섭하면서 친정부 인사들 판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한다. 능력과 상관없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이런 행태를 그는 ‘약탈’이라고 표현한다. “오로지 정치권력의 힘으로 사장이나 이사 자리를 꿰차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압력을 넣는 행위가 약탈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군사정부 시절에도 청와대는 장차관 인사까지만 관여했는데 지금은 ‘좀스럽다’고 할 정도로 퇴행적인 정치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소득주도성장’ - 김종인은 “시장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세금을 걷고 재정을 운용하고 법률과 제도를 만들고 정비하는 일이 정부의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정책 수단을 통해 분배 문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정부가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단순히 임금이라는 하나의 측면에서 바라보다 단세포적인 대응을 해 실패한 것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일갈한다. 그는 “임금을 올려 분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한계가 분명한 정책이고. 정부가 할 일을 시장에 떠넘기는 꼴”이라며 “소득이 성장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열매로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상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를 주도한 경영학 교수(장하성)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자기 이론으로 온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경제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는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고 주중대사로 갔다”며 “무능한데다 양심도 없다”고 비난한다.

* “경제민주화란 결국 포용적 성장” - 원래 신자유주의란 ‘자유주의는 존중하되 국가의 역할을 긍정하자는 것’이 기본 모토였다고 한다. 가급적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놓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는 얘기다. 신자유주의 대표 이론가라는 하이에크나 프리드먼 조차도 정부의 역할을 일체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종인은 “자본주의는 시장경제와 의회민주주의를 양 대 축으로 움직인다”며 자신이 강조해 온 ‘경제민주화’ 역시 시장 질서 확립과 포용적 사회 환경 구축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포용적 성장이 곧 경제민주화”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가 ‘작은 정부’와 ‘큰 정부’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강력한 기득권자 ‘대기업 노동조합’ - 우리나라 노동조합, 특히 대기업 노조는 가장 큰 혜택을 누리며, 갈수록 강력한 기득권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작 혜택을 누려야 할 사람은 그 혜택에서 멀어지고, 형편이 좋은 사람들만 갈수록 나아지는 ‘진보의 역설’이 생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가 되지 않아 OECD 가입국 중 꼴찌인데, 300인 이상 사업장 노조 조직률은 50%가 넘는다. 반면 300인 이하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2%가 채 되지 않고 30인 미만 사업장은 0.1%에 불과하다. 대안으로 그는 ‘산업별 노조’를 제안한다. 한국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과 조화에 지금 같은 기업별 노조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노조가 사회 진보를 가로막는 수구적 존재로 작용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 “기본소득은 복지정책 아닌 경제정책” - 김종인은 “지금은 부의 원천이 완전히 달라진 시대”라고 말한다. 노동 만을 생산력의 근원으로 바라보는 시대가 아니라, 갈수록 지식이 생산력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시대가 어떻게 바뀌는지 모르고 여전히 근로시간 단축을 진보의 핵심 어젠다처럼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들은 법규를 지켜나가면서 탄력적으로 노동력을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 너도나도 중소기업이나 창업을 회피하고 대기업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근로 탄력성이나 유연성을 얘기하면 ‘노동착취’로만 연상하는 경향이 여전하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요즘은 기술혁신이 양극화를 재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정부가 생산력이 높아질수록 재분배의 기능과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 “보수가 더 기본소득 도입 챙겨야” - 김종인은 기본소득 논란과 관련해 ‘청년 기본소득’의 실험을 제안한다. 2030 청년들이 근로의욕을 잃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해 최소한 생계유지가 가능하도록 해 주자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면서 나중에 전면적인 기본소득을 실시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실증적으로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그는 “나랏돈이 국민의 혈세이니 최대한 조심해 다루어야 하며, 무임승차 가능성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에 지나치게 집착해선 일을 못하니, 일할 때는 선이 굵어야 한다”며 전향적인 제도 시행을 촉구한다. 나아가 “기본소득은 좌파나 사회주의적 발상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다가오는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수주의자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하고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 “대통령이 직접 외교 챙겨야 하는 시대” - 김종인은 이제 대통령이 직접 외교를 책임지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의미에서 외교부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외교 분야에 과난 대통령의 역할과 능력도 재고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대통령의 외교 능력이나 국제 감각 같은 것이 대통령을 뽑을 때 중요한 판단 요건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를 움직이려 해도 외교 능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거시적 관점에서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우리가 ‘경제는 중국’이라며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면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 같으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국제 관계 역학 속의 현실 감각을 주문한다.

*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균형외교- 중국이 북한을 끝내 지켜주려 하는 이유를 그는 “북한이 무너지면 북중 국경에 그만큼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북한의 현상 유지가 중국에는 이익이라, 북한이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중국은 북한 편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친중 친미를 떠나 이제는 둘 다와 친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본적으로는 양측의 이해를 구하는 원만한 외교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모든 것을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견지에서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 같으면 전통적인 한미관계를 설명하고, 미국이 오해할 것 같으면 우리의 현실적인 입장을 설명해 어느 한 쪽으로 경도되는 것 같다는 뉘앙스를 주지 않도록 할 것을 주문한다.

* “포용적 성장이 최고의 통일정책” - 김종인은 우리에게 통일은 독일의 경우처럼 ‘벼락같이’ 찾아올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그는 독일이 통일했을 때 서독의 GDP가 1조 4000억 달러 정도로 지금 우리 수준과 비슷했다며, 우리도 통일이 된다면 비슷한 규모의 재정을 북한에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경우 나름 통일에 대한 포부가 있었지만 결국 북한에 실컷 이용만 당했음이 확인되었다”며 원만한 통일을 이루려면 우리 경제와 사회를 더욱 포용적으로 발전시켜 놓아야 하며 그것이 최고의 통일 준비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더욱 포용성 있게 성장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통일 준비라는 얘기다.

* 연예인 캐스팅하듯 정치인 되는 사람들 - 김종인은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이 되는 코스는 대체로 어떤 우연한 기회에 “정치나 해 볼까?”하고 뛰어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길거리 캐스팅된 연예인처럼 정치인이 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정치를 준비해 왔다는 정치인들도 잘 들여다보면 좀 유명한 정치인 보스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계파 정치만 잔뜩 배운 사람들이 많다고 씁쓸해 한다. 그러면서 “갈수록 자기 꿈을 가진 정치인이 없다”고 탄식한다. 전문성도 문제지만 포부나 이상이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들 의원 배지나 한번 달아보자고 목을 메고, 뚜렷한 자기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선 굵은 정치인’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한다.

* 대통령이 갖춰야 할 5가지 조건 - 김종인은 대통령의 자질로 다섯 가지를 든다. 첫째, 개방에 대한 인식. 개방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안보에 대한 관점이다. 국방 안보 뿐만아니라 보건의료 등 사회적 의료체계나 각종 사회안전망 같은 ‘내적 안보’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셋째, 다양성에 대한 이해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을 원만하게 조정할 능력이 없으면 올바른 리더십이 아니라고 말한다. 넷째,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다, ‘정치는 8할이 경제’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섯째는 교육에 대한 의지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며 교육 문제 해결에 남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기 임기 중에 확실히 성과가 나지 않기에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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