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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익공유제 입법, 기업 의견 또 묵살되나

입력 2021-02-07 14:56 | 신문게재 2021-0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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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에서 이익공유제 관련 법안 처리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자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추진되지만 기업의 반응은 자발적이지 않다. 제품 경쟁력, 마케팅, 트렌드, 규모, 업황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있는 기업의 이익에 대해 코로나 사태와 연관성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부터가 난제다. 성과급 논란이 잘못 옮겨 붙어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의 표적이 될지 걱정하는 기업까지 있다. 시비를 떠나 비현실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코로나19로 매출이 늘어난 대기업이나 금융권, 일부 플랫폼 기업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곧바로 이익을 공유하자는 논거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설령 고매한 이상을 실현하는 일일지라도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갈 기업 이익이 다른 곳으로 흘러갈 경우엔 주주 가치 훼손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주 인식 조사에서는 주가 하락이나 배당 감소 때는 집단소송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47.2%나 됐다. 주주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뜻이다. 부작용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외국계 기업에 적용되면 투자자나 국가 간 소송(ISD)에 휘말릴지 모르고 한국 기업에만 적용할 때는 역차별로 나타날 수 있다. 재정만으로 코로나19 양극화를 막을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는 이해되는 바가 있다. 하지만 반도체나 가전 대기업과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기업, 카드와 같은 금융사를 납득시키는 것은 다른 사안이다. 시장원리에 부적합할 때는 더욱 그렇다. 지금이라도 기업 의견을 묵살하지 않으면서 주주, 노사, 협력회사 등의 입장까지 배려하는 것이 순리다.

다중대표소송제, 소수주주권 강화 등에 이익공유제 소송 리스크까지 가중된다고 가정해보자. 굳이 해야 겠다면 그 제도화에 매달리는 대신, 기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에 따른 성과공유제를 활용하는 다른 방안도 닫혀 있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은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2월 입법을 목표로 밀어붙이기 시작할 때 자발적 참여는 정치적 수사로 형해화할 것이다.

이익공유제 법제화는 사실상 강제를 의미한다. 바람직한 것과 낙인찍듯이 ‘수혜’가 잘못인 양 실제 시행하는 것 사이엔 간격이 엄존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이익을 공유하라고 강제하는 순간, 괴리는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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