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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강익구 원장 "노인일자리 창출, 혈세 낭비 아닌 노인들에 주는 최고의 선물"

[인터뷰] 강익구 노인인력개발원 원장
노인일자리, 국민연금 사각지대 빈곤노인 소득 보충을 위해 시작
국내 노인 숫자 2035년 1800만 될 것…전체 노인의 10.5%까지 필요해
노년 진입을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위한 노력도 지속

입력 2021-02-22 13:55 | 신문게재 2021-02-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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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노인들에게 혹독한 한해가 될 전망이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치명률이 높은 코로나19 특성상 노인의 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만난 강익구 원장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노인일자리 사업을 살피고 있었다.

 

개발원은 지난해 대면 위주로 진행하던 사업들의 상당수를 비대면으로 바꿨다. 노노케어와 같이 노인참여자가 또 다른 노인들에게 안부를 묻고 도시락을 배달하던 사업들의 경우 집 앞에 도시락을 걸어놓고, 안부전화를 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은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일 같이 시골 노인 분들한테서 전화가 와요. 언제 공동작업장을 다시 하냐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노인들이 공동작업장 나가서 수다 떨고 동네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 받았으니까요.” 얼마 안되는 수당마저 끊기면서 참가자들의 생계가 곤란해진다는 의견이 나오자 개발원은 수당 선지급에 나섰다. 강 원장은 “수당 선지급과 더불어 지역상품권을 추가로 더 드리기도 했지요.” 이렇게 선지급된 부분은 노인일자리 참여자 전체 재정지원사업 목표 인원의 60%에 달하는 32만4450명에게 총 881억11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선지급액만큼 추가활동을 진행하는 식으로 유연히 대처했다.

 

이렇듯 어느 새 수많은 노인의 삶에 깊이 자리한 개발원은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에 탄생했다. 노인일자리 참여인원은 꾸준히, 큰 폭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74만명까지 늘었다. 이는 개발원 설립 당시 모델로 삼았던 일본의 실버인재센터 회원수(71만명) 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주요 활동 중 하나인 공익활동은 독거노인이나 조-손 가정 노인 등 취약 노인 가정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 및 생활 안전 점검을 해주는 노(老)-노(老)케어, 복지시설·공공의료시설 등 지역사회 내 필요한 공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시설봉사 등이 있다. 사업 참여자들은 기초연금 수급자로 한정되며 하루 3시간 이내 월 30시간 이상을 일하고 월 활동비로 27만원을 현금으로 지급받는다.

 

다만 개발원이 진행 중인 여러 일자리 사업 중에서 법상 노동자로 분류되는 사업들이 고용동향 발표에 포함되면서 ‘정부가 돈을 풀어 취업률 부풀리기를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강 원장은 노인 일자리를 “복지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사업 자체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빈곤노인의 소득 보충을 위해서 하는 사업입니다. 개발원이 국민연금공단의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출발했던 이유이기도 하지요. 국민연금은 사회보험방식의 제도이기 때문에 완전 고용을 중심으로 설계가 돼 있다 보니 비정규직 임시직과 같이 사대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절반가량이 연금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을 보충하는 의미입니다.” 

 

강 원장이 지적한 바처럼 한국의 노인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빈곤 문제에 대한 해결은 요원하다. 노인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803만명에서 2040년 1666만명으로 20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18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4%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14.8%의 3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인터뷰]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런 탓이 노인일자리 관련 예산은 점점 늘고 있다. 올해 노인관련예산은 국비만 약 18조8900억원이다. 이중 기초연금 관련 14조9414억원을 제외하고 나면 노인일자리 관련 예산은 1조3152억원(33.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강 원장은 노인일자리가 앞으로 더 늘어나야 한다고 봤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정책 대상이 되는 분들은 2035년까지 158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공익형과 같이 빈곤한 노인 대상으로 하는 재정지원일자리 사업만 해도 전체 노인의 10.5%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인 숫자는 2025년이면 1000만, 2035년이면 1800만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노인 인구의 68%는 일자리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드려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우리나라는 출생인구보다 사망인구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를 겪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출생자 27만6000명, 사망자 30만7000명이 되면서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특히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강 원장은 “생산가능 인구의 부족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역량이 있는 노인들의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이 같이 학력 수준이 높고 다양한 욕구와 역량을 보유한 ‘신노년 세대’가 노인층에 진입하는 시기에 맞춰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 

 

신노년 세대는 1955년에서 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 말로 기존의 노인들보다 학력이나 개인 역량이 크다고 평가된다. 이들이 지난해부터 노년층에 진입함에 따라 개발원도 기존 공익형 일자리와 구분되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2019년 2만개에서 시작해 지난해 3만7000개로 늘었다. 올해는 4만5000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인터뷰]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18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 한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 원장은 신노년 세대가 생산가능 인구로서의 역할할 수 있다고 봤다. 보육교사를 보조하거나 생활지도를 하는 아동 및 청소년 서비스 지원, 새터민 등 정서지원을 통한 정착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개발원은 신노년 세대의 활동 기회를 확대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직업훈련을 통해서 충분히 생산성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또 필요한 상황입니다.”

 

전국적으로 60+교육센터는 26곳이 있으며 지난해에는 일자리를 원하시는 노인들에게 상담, 교육, 일자리 연계 등 일련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노인일자리 통합지원센터가 서울·대전·전주에 신규 설치됐다. 다만 강 원장은 이에 대해 “일자리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직무 전환을 위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인들의 욕구에 맞게 맞춤형 교육 훈련과 전직서비스를 많이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것이다.

 

“신노년들은 자기의 전문 역량을 살려 해왔던 일을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싶기 때문에 그런 쪽의 욕구 충족을 시키기 위해서는 신노년  맞춤형 아이템 발굴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뿐 아니라 직업훈련 교육 역량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고 관련해서 고용노동부 중장년 희망일자리센터 고용센터도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본부 설립과 교육 센터 등이 중요하다. 강 원장은 특히 지역 본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이라는 것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개발원은 그 일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의무를 맡고 있습니다. 지역과 일자리 현장과의 전면이 넓어야 하는데 우리 생각한 대로 지역 조직이 크게 확대가 안 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 역점 사업은 지역조직을 확대하는 노력이었고 그 과정에서 지난해에 세 개 지역본부 강원, 전북, 경남 지역본부가 신설됐고 올해 노인일자리 참여자 절대수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본부 신설할 예정입니다”

 

오는 6월 말에 임기를 마치는 강 원장은 한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전담기관에 대한 법적지위를 빨리 만들어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현행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하고 있으나, 지속가능한 노인일자리 정책 추진 및 내실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인일자리 법률안이 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중 근거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곳은 개발원이 유일하다. 이 부분이 남은 임기 동안 강 원장이 집중할 내용이 될 예정이다.

 

강 원장은 마무리하며 “코로나 이후 정보기술(IT)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만들더라도 공동작업장이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 사회경제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함께 일하고 같이 웃고 떠드는 그런 일상이 엄청나게 소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라도 노인일자리는 이 땅의 어르신들에게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주는 아주 고마운 선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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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강익구 원장은 누구

강익구 원장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6대 원장이다. 1976년 청평전기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마쳤다. 이후 숭실대학교 노사관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를 했다.

1998년에서 2008년까지 한국노총 홍보본부장을 역임해 노사문제에 대한 관심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에서 2017년까지 10년간 개발원에서 지역본부장, 취업지원실장 등의 현장 경험을 쌓은 뒤 2018년 제6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개발원 근무 경력 덕분에 내부 업무 이해도가 높은 원장으로 꼽힌다.

 


글=용윤신 기자 yonyon@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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