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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라벨 생수에서 찾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입력 2021-02-23 14:02 | 신문게재 2021-0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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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벨 생수가 마트 매대에 속속 등장한 것은 친환경 경영 관점에서도 상징적인 일이다. 라벨(상표띠)을 없애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효과를 사소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체 용기류의 47%를 점유하는 플라스틱 용기 비율을 조절하려면 생산 단계부터 줄여가야 한다. 브랜드조차 인쇄되지 않은 자체 상표 투명 페트병을 출시하는 일부 편의점이나, 생산단계부터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일부 생수업계의 참여는 마중물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국내 유통가에 불어오는 바람이 아직 ‘종합적’이지는 않다. 전국 가맹점과 함께 플라스틱 라벨을 분리 배출하는 BGF리테일이나 세제 리필스테이션을 선보인 신세계백화점의 행보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수거, 재생 페트에서 바이오 페트에서 플라스틱 대체 용기 활용, 새활용(업사이클) 등 전 과정을 포괄하는 그린 홀 프로세스(Green Whole Process) 경영까지 가는 길은 사실 단순하지 않다. 그런데도 주목되는 이유가 있다. 탈 플라스틱 비전이 최근 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을 포괄하는 ESG경영 실천과도 맞물려 파급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이를 경영 화두로 삼은 기업들은 플라스틱을 넘어 온실가스 저감, 녹색 구매와 환경친화적 소매 전환 확대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환경이나 사회, 지배구조까지 가지 않고 플라스틱 정책 하나에만 전략적으로 집중해도 국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1위 수준인 현실에서 실익이 작지 않다. 플라스틱 사용량 20% 감축 계획도 기업이 선도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난해는 비대면 분위기로 감축 정책이 역방향으로 향한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대기업과 유통가의 움직임이야말로 생산, 유통, 소비, 재활용 전 단계에 걸쳐 친환경 사회를 앞당기기에 괜찮은 신호들이다.

환경 문제만 봐도 플라스틱은 그 정점에 있다. 따라서 촉매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미세먼지, 기후변화와 동시 발생하는 대확산이라는 신데믹(syndemic) 개념에 플라스틱을 함께 넣기도 한다. 국가 신용등급 연계성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ESG 경영이 23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공식 선출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철학인 점도 새 주목거리다. 무라벨 생수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은 자원순환 제품 공동 개발과 마케팅 협업 등 제휴 행보에 많은 게 달려 있다. 생수병 하나에서 필(必)환경시대 필수 덕목인 ESG 경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리라는 기대를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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