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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오리발 귀순’ 전모 들어보니 ‘참담’…전문가들 “軍, 구조적 문제 직면”

“부대 줄고 작전 반경은 늘어나는데 군병력은 그대로…정치적 목적 달성만 남아”

입력 2021-02-23 15:23 | 신문게재 2021-02-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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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듣는 서욱 국방부 장관
사진은 지난 1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연합)

 

23일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이른바 ‘오리발 귀순’ 사건은 전모는 참담했다.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잡힌 북한 남성이 북한 해상에서 우리 지역으로 넘어올 때까지 우리측 군 해안 감시카메라·경계용 폐쇄회로(CC)TV에 총 10회 포착됐지만 이 중 8회는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해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 발표에 따르면 북한 남성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남쪽 해상으로 이동한 지난 16일 오전 1시 5분부터 1시38분까지 해안감시카메라 4대에 이 남성의 모습이 다섯 차례 포착됐다. 이 때 알람(팝업) 등 2회의 경고음이 발생했는데도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해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남성이 해안으로 상륙해 전방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울타리 경계용 CCTV에 추가로 다섯 차례 포착됐지만 감시병이 인지·식별한 것은 마지막 두 차례뿐이었다. 민통소초 감시병이 같은 날 오전 4시16분쯤 CCTV를 통해 이 남성을 인지한 뒤 상부 보고가 이뤄져 작전 병력이 투입됐고, 군은 작전 개시 3시간여 뒤인 오전 7시27분쯤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북한군인지도 모르는 불특정 인원이 3시간여 동안 영해와 영토를 휘졌고 다니는 동안 우리 군은 신병 확보를 위한 작전은 물론 식별조차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또 있다. 북한 남성이 오전 1시40분에서 1시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는 해당 부대에서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다. 해당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가 있었고, 그 중 하나의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탈북민 김모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과해 월북한 이후 국방부는 일선 부대에 수문 및 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경계 작전 실패는 물론 상급부대 지시 불이행 등 총체적인 군 기강해이가 지적된다.

이러한 군 경계 작전 실패 등의 군 기강해이는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철책 귀순’, 2012년 ‘노크 귀순’과 마찬가지로 육군 22사단 관할 구역에서 일어났다. 탈북자의 월북 문제 등 그간 군 기강해이를 지적 받아온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 경질되고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 교체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군 안팎에서는 잇따라 터진 군 기강해이 문제가 비육사 출신인 국방부 장관의 리더십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었다. 그러나 육사출신인 서 장관 재임 기간에도 이러한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국군 수장의 리더십 문제를 떠나 군의 기강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전문가들은 총체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육군 대령 출신인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해당(오리발 귀순)부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군의 총체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경계 작전을 담당하는 초병과 그들을 관리하는 초급 간부들의 잘못만이 아니다”라며 “부대는 줄고 남아 있는 부대가 이를 떠맡아야 하면서 작전지역은 넓어지는 과정에서 병력 충원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해당 부대의 경계 작전 반경이 100km를 넘는다고 한다. 이 부대 말고도 곳곳에서 유사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군의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설정된 병력 감축의 목표 달성만 강조하는 정치권과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일선 지휘관을 문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부터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예고된 참사”라면서 “인구 절벽이라면서 군 복무기간은 단축하고, 부족한 병력 수를 맞추기 위해 현역 판정 비율을 높이는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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