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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불타는 일상, 휘청이는 거리와 사람들…1980년대 이스트빌리지에서 지금을 만나다! 릭 프롤 ‘Cracked Window’

입력 2021-03-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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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프롤의 한국 첫 개인전 ‘Cracked Window’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붉은 벽돌의 브라운 스톤 주택이 늘어선 거리에는 마약쟁이와 알코올 중독자들이 밤낮으로 휘청거렸다. 크지 않은 바와 카페들은 연인, 친구 혹은 처음 만나 흥청거리는 이들로 넘쳐났고 작은 갤러리와 화랑들도 즐비했다. 

 

높아만 가는 실직률과 범죄율에 가난한 예술가, 마약쟁이 등이 몰려들었고 건물주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임대가 되지 않는 건물에 불을 질렀다. 연일 발생하는 화재로 깨진 유리창, 거스름 등으로 폐허가 된 거리는 궁핍했고 음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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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스트빌리지에서 활동했던 릭 프롤(사진제공=리안갤러리)

당시 사회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1980년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빌리지는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키스 헤링(Keith Haring), 마돈나(Madonna) 등 현재까지도 잘 알려진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저마다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예술가들의 거리였다.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삶의 막바지, 젊은 작가들과 영감을 주고받기 위해 드나들던 곳 역시 이스트빌리지였다. 그 거리에서 바스키아, 키스 헤링 등과 함께 활동했던 릭 프롤(Rick Prol)의 한국 첫 개인전 ‘Cracked Window’(4월 24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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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스트빌리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깨진 창틀은 릭 프롤 작업의 중요한 오브제였다.(사진=허미선 기자)

거리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깨진 창문 틀과 유리창을 활용한 캔버스, 만화적 화법, 여기저기를 칼에 찔린 사람, 그가 무겁게도 지고 있는 늘어진 사람들, 술병과 불타는 건물…. 

 

거침없고 자유로운 듯하지만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며 피폐하고 참혹하지만 유머와 희망이 깃든 릭 프롤의 작품은 1980년대 뉴욕 그리고 이스트빌리지의 풍경과 고통이 고스란히 자리잡고 있다.

릭 프롤은 바스키아, 키스헤링과 예술공동체 안에서 영감을 주고받으며 예술활동을 펼쳤던, 1980년대 이스트빌리지 예술가 중 많지 않은 생존 화가 중 하나다. 

 

이스트빌리지에서 자란 토박이 예술가였던 그는 어려서부터 목도했던 거리의 참혹하고도 위험한 풍경을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위트 넘치게 표현하고 있다.

거의 정 가운데 자리한 인물은 목 양쪽에 칼을 꽂은 채 욕조 위에 앉아 있다. 신발도, 옷도 찢겨진 채인 그의 어깨에는 붉게 변해버린 또 다른 인물이 칼에 찔려 축 쳐져 매달려 있다. 깨진 유리창, 피가 스민 바닥 등 폐허에 가깝다.

릭 프롤 작품이 가진 시그니처 구조의 시초가 된 ‘쿠아 호라’(Que Hora)를 비롯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14점은 낯선 이들에겐 섬뜩하고 괴기스럽지만 당시를 살았던 이들에겐 익숙한, 1980년대 뉴욕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Cracked Window’는 이스트빌리지 거리 어디서나 구할 수 있었던 ‘오브제’였다. 이는 릭 프롤 작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버려진 일상적 소재를 날 것 그대로 예술로 승화시키곤 했다. 

 

일상의 것들을 예술적 재료들로 활용하면서 특정한 의미나 상징을 부여하거나 구체화하기 보다는 추상적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을 대면하게 한다. 1980년대의 기괴한 풍경에서 2021년을 살아가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건, 그래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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