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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행운을 실력으로 착각 말라

입력 2021-03-25 17:00 | 신문게재 2021-03-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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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엄길청 경제저널리스트/국제애널리스트

이건 분명 인류 공통의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을 일이다. 기록이 없고 통계가 없는 일이지만 빙하기 엄습도 이런 공포와는 달랐을 일이다. 코로나는 마치 먹구름이 몰려오듯이 우리 앞으로 차근차근 다가왔으며 모든 나라와 모든 지역을 짓밟았다.

윌리암 글래서는 정신치료의 방법을 연구하면서 인간의 욕구에 대한 다섯 가지의 구분을 제시한 바 있다. 생존의 욕구, 힘의 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자유의 욕구, 즐거움의 욕구로 구분한 것이 그것이다. 코로나는 이 다섯 가지를 모두에게서 심리적으로 앗아갔다.

그나마 좀 여유 있는 정부를 가진 나라들은 나라 돈으로 이 문제의 여파를 대증적으로 다루어오고 있다. 요즘에는 선진국부터 백신을 맞기 시작했지만 지구촌의 집단 트라우마가 어디로 튀어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 눈의 띄는 것은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보이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와, 유럽연합의 중국에 대한 인권 비난의 입장이다. 중국이 가진 오래된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코로나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국이다.

그런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은 돌변하고 있다. 어디서는 채권금리가 오르고, 디지털자산들이 급등을 하고, 주식시장에 초보투자자들이 그득하다. 이 중에서 돈의 문제는 그 후유가 좀 다르다. 금융시장이 한번 크게 잘못되면 한 순간에 무너지고, 없는 사람들이 주로 다치고, 국가도 어찌 도울 수도 없다. 따라서 채권금리가 오른다고 마냥 두어도 문제이고, 비트코인도 삐끗하고 잘못되면 제도권의 돈으로 연결이 된다.

그래서 잘못되면 나라마다 한껏 오른 주가의 장래가 걱정이다. 주식은 어디에도 보증서가 있거나 담보가 있지 않는 위험자산이다. 그리고 기업을 상대로 만든 회계권리 자산이지만, 실제로 주가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노는 풍랑 같은 존재이다.

주식투자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장면이 바로 인플레 현상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소에 따져놓고 있는 입장에서 때때로 주식시장에서 이 기준수치를 오버하는 시세장면이 나오면 이 때가 사실은 가장 증시가 호황일 때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에 언젠가는 다시 그 시세가 거품이 되어 주가가 가라앉는 날이 온다. 그리고 대부분 많은 초심자들이 여기서 난생 처음 주식을 사보고는 오래도록 물리게 된다.

또 시세가 크게 오르는 시장을 그런대로 잘 대응한 사람들도 반대로 크게 내리는 시장을 만나면 잘 대처하기가 참 어렵다. 어쩌다 생긴 자신감이 현명함을 덮어서 생기는 일들이다. 시장이 좀 빗나가도 이미 벌어 놓은 수익으로 여유를 가지고 있어서 좀처럼 손절을 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주식투자의 진정한 수익은 대세의 오르내림을 거듭거듭 다 겪고 난 뒤의 인생 종반의 성과로 말해야 한다, 오늘날 워렌 버핏을 위대한 투자자로 보는 이유도 그가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하여 미소냉전, 베트남전쟁, 중동전쟁, 1,2차 오일쇼크, 블랙먼데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코로나펜데믹 등을 다 견디어 내고도 긴 세월을 양(+)의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큰 시세의 주식시장에는 항상 행운을 만난 젊은 뉴 페이스들이 나타난다. 개중에는 한 때 찾아온 각자의 행운을 특별한 실력으로 알고 온 인생을 걸고 광폭의 투자인생 행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코로나 이후에도 이런 젊은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운의 끝은 누구도 모른다.

결국 추론이 가능한 일은 어느 정부나 돈을 쉽게 거두어들이거나,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은 아주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투자시장에서 이미 생존의 길을 트려는 젊은이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금융시장의 자산투자는 상당수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재택 일자리로 들어오는 중이다. 도시부동산에도 이런 기류가 감지가 된다.

여기서 통화 공급의 확대를 제기한 현대통화론(MMT)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피케티란 학자가 주장한 보편적 자본금의 지급에도 생각이 미친다. 돈의 사단은 돈으로 막아야 한다면 그런 생각들도 공론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

 

지금은 어느 정부도 돈을 관리하고, 물가를 다루고, 금리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투자에는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학문적으로 연구한 기본은 세 가지이다. 잘 분산하고, 장기수익을 겨누고, 여유 있는 자기 돈으로 하라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는 투자호사가들은 함부로 분석하지 말 때이다.

엄길청 경제저널리스트/국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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