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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나는 누구일까?

입력 2021-03-29 14:01 | 신문게재 2021-03-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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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나는 누구일까? 나는 인류의 평등을 지향한다. 부자나 가난한 자에 관계없이, 명예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및 지역과 국가를 막론하고 만인이 평등해지길 바란다. 나아가 국가나 공동체간의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길 바랬다. 그런데 나를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평등은 양극화와 불평등, 혐오, 차별을 낳는다.

나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를 지향한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저임금 노동인력을 무기로 급격하게 글로벌 시장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대규모 저임금 노동인력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토대로 성장을 누렸고 중국은 빠르게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지금까지 축적한 대규모 자본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중심의 기술혁신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역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제사회의 협력과 균형을 교란했다. 나는 미국과 중국의 균열로 대표되는 현 시대를 다시 분열과 탈세계화의 방향으로 그 역사적 흐름을 바꾸려 한다. 나로 인해 세계는 보다 독립적이고 분열되고 경쟁적인 정치·경제·사회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나는 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경제·안보 곳곳에 덮인 베일을 벗겨내려 한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과 간과된 위험을 세상에 드러나게 하고 싶다. 개인적 사생활은 물론 심지어 교도소 내부까지 드러내고 싶다. 감춰서 좋을 건 없으니까. 안타깝게도 나로 인해 최근 몇 년간 고안된 규범과 제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었다.

나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곤 한다. 지난 10년간 독재주의의 길을 채택한 국가의 수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민주주의의 길을 채택한 국가의 수를 넘어섰다. 일부 독재자들은 나를 핑계로 권력을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기회로 사용하고 있다. 나를 피해 선거가 연기되고 공공 집회가 금지됨에 따라 민주주의 규범이나 제도가 약했던 나라들은 서서히 독재주의 국가형태로 정부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나는 많은 부분에서 경제 디지털화를 가속화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상가는 문을 닫았지만 아마존,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는 번창해왔다. 원격근무, 원격의료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널리 보급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의학 연구와 제조업 분야의 3D디자인과 인공지능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혁신을 가속화시켰다.

나는 이처럼 변화 지향적이다. 그런데 그 변화는 즉시에 그리고 헌신적으로 변해야 한다. ‘나중에’ ‘나만’이라는 생각으로 변화의 속도를 무시하면 아베 신조나 도널드 트럼프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 나는 가끔 변이도 일으키는데 평균 전파력이 약 57퍼센트에서 70퍼센트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아일랜드 시인이자 소설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변화 지향적인 나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유행이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추한 것이어서 우리는 6개월에 한번씩 바꿔줘야 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코로나19’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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