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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22년 최저임금 심의, 현실화보다는 안정화 택하길

입력 2021-04-01 14:02 | 신문게재 2021-04-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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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 절차가 1일 공식적으로 막이 올랐다. 노사 입장차로 진통이 예고된다는 것이 하나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소득주도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 내 마지막 심의인 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국면이다. 전년도 인상률이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바닥을 친 사실까지 겹쳐 접점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들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해졌다. 8월 5일 고시 시한까지 가지 않고 처리되도록 타협의 묘를 발휘해주길 먼저 당부한다.

아무래도 심의는 동결 또는 삭감과 대폭 인상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맞부딪칠 공산이 크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피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 사이에서 난항이 불가피하다. 16.4%와 10.9% 고공인상하다가 2.9%와 1.5%로 편차가 커졌던 것도 타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작년에 최저임금도 못 받은 임금 노동자 비율이 역대 두 번째였다는 분석이 있다. 이 가운데는 노무관리 등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경영난에 기인한 사례가 많다. 아직 닥치지 않은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결론을 좀 일찍 내리면 최저임금 현실화보다는 안정화에 더 무게가 실려야 할 것이다. 차등화도 필요하다,

저임금 업종일수록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임시·일용근로자는 영세 사업장에 많다. 이런 업종에서 일자리가 대폭 줄면 평균임금은 오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이를 설명해준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낮아진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이 사문화된 배경에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사업장이 있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은 고용대란의 직격탄이 됐다. 저임금 노동자를 챙기려면 이 인과관계를 잘 생각해야 한다. 임금 지급 능력을 외면하면 양극화 해소와 경제 선순환은 가상 속 계획으로만 그대로 남게 된다.

노동자의 생활 향상, 노동력의 질적 개선과 궤를 같이하는 노동존중사회는 이상이 아닌 현실에 발을 올려놓을 때 달성이 가능하다. 최저시급이 2017년 6460원에서 2021년 8720원까지 4년간 누적 인상되면서 노동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 양대 노조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이미 물거품이 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너무 의식하다 보면 타결까지는 지금 예상되는 험로만이 남는다. 동결하든지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경제 회복의 전제인 코로나19가 내년에 종식된다고 단언할 수 있는 방역 상황도 아니다.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역할이 이번처럼 중요한 때도 없는 것 같다. 당분간은 속도 조절로 최저임금을 안정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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