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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작소] 오래 전 ‘약속이행’ 박정자의 연극 ‘해롤드와 모드’

입력 2021-04-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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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와 모드
연극 ‘해롤드와 모드’ 모드 역의 박정자(왼쪽)와 연출 윤석화(사진제공=신시컴퍼니)

 

“누군가는 나이를 거꾸로 먹어 가면 어떠냐고 하는데…내가 이 나이를 먹느라고 얼마나 혼나고 힘들었는데 다시 거꾸로 가고 싶지는 않아요. 나이를 먹어서 편안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올해로 여든이 된 배우 박정자는 유쾌했고 진중했으며 여유로웠다. 그 나이 여든에 대해 “다를 것 같았는데 다르지 않다. (여든이 되면) 사실 제가 성숙할 줄 알았지만 여전히 미성숙인 채”라며 “이번 무대가 (앞서 했던) 6번의 ‘19 그리고 80’ ‘해롤드와 모드’ 보다 나으리라는 자신은 못한다. 굳이 여든이 아니어도 첫 연극을 시작했던 마음으로 무대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털어놓았다.

올해로 무대인생 59주년을 맞은 박정자는 그의 연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롤드와 모드’(Harold and Maude, 5월 1~23일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속 사랑스러운 ‘진짜’ 어른 모드와도 같았다.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참 감사하다, 모든 시간에, 모든 사람들한테 그리고 나한테까지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롤드와 모드’는 제가 7번째 만나는 작품입니다. 그때는 한회로 공연 끝낼 줄 알았어요. 저보다 더 이 작품을 좋아해주는 관객들을 만나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여든까지 해야겠다고 스스로 약속하고 주변에 일방적으로 얘기했죠.” 

 

박정자
연극 ‘해롤드와 모드’의 박정자(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번 ‘해롤드와 모드’는 박정자가 스스로에게 했던 그리고 그의 첫 ‘해롤드와 모드’(당시 제목은 ‘19 그리고 80’)의 제작자였던 윤석화가 박정자에게 했던 오래 전 약속으로 가능해졌다.

 

이번 ‘해롤드와 모드’의 연출로 나선 윤석화는 “(박정자) 선생님께 (연출을 맡아달라는) 프러포즈를 받은 건 10년 전 정도였다”며 “지금은 안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그럼 내가 여든이 됐을 때는 네가 꼭 연출을 맡아 달라’고 하셨다”고 털어놓았다.

“연출로서 자신감 보다는 선생님과의 약속, 우정으로 함께 하게 됐습니다. 2003년에 이 작품을 제작했고 (박정자의 ‘해롤드와 모드’) 처음과 끝을 함께 하게 됐어요. 이 작품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의 배우가 세대별로 포진돼 있죠. 모처럼 그 정원에는 고목도 있고 해롤드 같은, 아직은 묘목도 있어요. 40대, 50대 배우들까지 함께 하며 멋진 꽃밭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요.”

1971년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의 시나리오로 스크린에서 먼저 선보인 ‘해롤드와 모드’는 1973년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고 톰 존스(Tom Jones)가 대본과 가사를 쓰고 조셉 톨켄(Joseph Thalken)이 34개의 넘버와 음악을 엮어 뮤지컬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사회에 섞여들지 못하고 자살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와 유쾌한 80세 노인 모드가 만나 사랑하면서 진정한 삶에 대해 배우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1987년 김혜자·김주승 주연으로 초연된 후 2003년 ‘19 그리고 80’이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박정자·이종혁이 선보였다. 그 후 “박정자가 마음을 먹어야 공연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며 2004년, 2006년, 2012년, 2015년 무대에 올랐고 2008년에는 뮤지컬로도 관객을 만났다.

박정자와 첫 호흡을 맞춘 이종혁을 비롯해 무대배우로 시작해 ‘사랑의 불시착’의 ‘귀때기’ 정만복, ‘부부의 세계’ 손제혁, ‘나의 아저씨’ 도준영 등으로 이름을 알린 김영민, 88올림픽 굴렁쇠 소년 윤태웅, ‘동백꽃 필 무렵’ ‘상속자들’ 등의 강하늘 등이 해롤드로 분했다.

이번 ‘해롤드와 모드’에는 ‘렛미인’ ‘나쁜자석’ ‘엠 버터플라이’ ‘에쿠우스’ ‘베어더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등의 오승훈과 ‘인사이드 윌리엄’ ‘베르테르’ ‘스위니토드’ ‘니진스키’ ‘록키호러쇼’ 등의 임준혁이 해롤드로 박정자와 호흡을 맞춘다.  

 

2015 연극 해롤드앤모드_공연 사진 (1)
2015년 공연됐던 연극 ‘19 그리고 80’ 모드 역의 박정자(오른쪽)와 해롤드 강하늘(사진제공=신시컴퍼니)

 

“모드는 19세의 해롤드에게 ‘우리 매일 매일 새로운 걸 해보자’고 해요. 아직 살아있는 순간순간을 모드는 하나도 놓치지 않죠. 매순간 살아 있어요. 그 살아있음 그대로를 해롤드한테 몸으로, 언어로 가르쳐요. 그런 모드를 연기를 하면서 제가 배우고 있어요. 매순간 그리고 매일 새로운 걸 해보자 생각하죠. 저도 가끔 모험 아닌 모험을 할 때가 있어요. 옆에서 윤석화씨나 손숙씨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죠. 하지만 그 엉뚱함도 에너지로 바뀌어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요.”

이렇게 전한 박정자는 극 중 모드와 같은 나이인 80세를 맞으면서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 출연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굳이 마지막이어야 하는지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에 박정자는 “이제 더 이상 욕심이 없다. 가벼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래서 사뿐하게, 가뿐하게 ‘해롤드와 모드’ 무대에서는 이쯤해서 내려오는 게 욕심 부리지 않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요. 가볍고 싶어요. 다음엔 윤석화씨가 모드를 할지도 모르죠. 그럼 전 아주 즐겁게 그 모드를 바라볼 거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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