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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재부, 정권 바뀌자 손바닥 뒤집나

입력 2022-06-30 13:57 | 신문게재 2022-07-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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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진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앞으로 정부가 운영할 경제정책의 방향·기조가 담겼지만 그와 함께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기재부의 절절한 자기 반성이다.

기재부는 현 경제상황을 설명하면서 “최근 과도한 규제·정부개입 등이 기업의 자율성을 제약하면서 민간투자가 빠르게 위축”됐다고 적었다. 이어 “민간의 성장·고용 둔화에 재정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민간활력은 더욱 저하되고 일자리는 단기·재정·고령 일자리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쯤 되면 자기 반성을 넘어 자기 부정, 강하게 말하면 자기 모멸에 가깝다.

과도한 규제·정부 개입의 주체는 바로 기재부였고 성장·고용 둔화에 재정 중심으로 대응하는 일은 정부의 역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특히 단기·재정·고령 일자리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어제의 ‘성과’를 오늘의 ‘과오’로 만드는 ‘대범함’도 보인다. 기재부가 말하고 싶은 바는 ‘전임 정권(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 우리도 반대하는 정책을 억지로 했다, 앞으로 잘하겠다’로 이해한다.

정권 교체에 따른 이 같은 공무원의 자기 부정은 ‘영혼 없는’ 공무원의 숙명이기도 하다. 또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의지를 갖고 집행하려는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저항을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공무원의 자기 부정과 정권 교체마다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정책을 보는 국민은 피로하고 사회적 혼란도 만만치 않다. 공무원 책임감 약화와 의욕 상실을 가져오고 정책 지속성·일관성·신뢰성도 약화될 수 있다.

이에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경제·환경·노동·인권·교육 등의 분야에서 정권 성격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할 개혁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정부 부처에 일정한 자율권을 주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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