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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극 ‘두 교황’ 신구·정동환 “누구에게나 다가올 삶의 순간들, 가장 종교적이고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구원”

[人더컬처] 연극 ‘두 교황’ 신구·정동환

입력 2022-09-12 18:00 | 신문게재 2022-09-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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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정동환
연극 ‘두 교황’의 신구(왼쪽)과 정동환(사진=이철준 기자)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을 반복하고 후회하고 고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연극 ‘두 교황’(10월 23일까지 한전아트센터)은 바티칸 역사상 처음으로 자진 퇴위를 준비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신구·서상원·서인석,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 역 신구의 말처럼 부끄러움과 자괴, 어쩌면 매순간 맞이하는 ‘생각의 감옥’, 나답게 살고자 하는 삶과 이런저런 이유로 지켜야만 하는 삶 사이의 딜레마 그리고 물러섬에 대한 이야기다. 

 

“생각의 감옥 역시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어리석은 행동을 했거나 옳게 판단하지 못했을 때 그런 생각을 하죠. 그러나 생각의 감옥은 당시에는 몰라요. 알면 그렇게 행동하겠어요? 그래서 후회가 가는 지나간 일들은 반복 안 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연극 두 교황
영국 ‘두 교황’ 중 에필로그 장면. 성녀 마르타의 집 교황의 사저에서 베네딕토 16세 신구와 프란치스코 교황 정동환이 함께 축구를 보고 있다(사진제공=에이콤)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극작가 안토니 맥카튼(Anthony McCarten) 작품으로 자진 사임을 공표하며 바티칸에 파란을 일으킨 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정동환·남명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19년 페르난도 메이렐레스(Fernando Meirelles) 감독, 안소니 홉킨스(Anthony Hopkins), 조나단 프라이스(Jonathan Pryce) 주연의 넷플리스 영화로 만들어져 큰 울림을 전한 ‘두 교황’은 그렇게 ‘종교’의 표면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두 교황 신구
연극 ‘두 교황’의 베네딕토 16세 역의 신구(사진=이철준 기자)

◇극 중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처럼


“구구절절 마음에 들어요. 자신의 반대되는 쪽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걸 우리에게 확인시켜주는, 신구의 화합이라고 해야할까…그런 걸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내용들이 구구절절 이 안에 있죠.”

이렇게 전한 프란치스코 역의 정동환은 ‘두 교황’을 두고 “장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떤 말은 듣기 거북하지만 너무 거룩하고 감사한 말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구원은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작품 안에 있는 것들이 가장 종교적이고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게 아닌가 싶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정동환은 “당시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 교황님 나이가 신구 선생님, 저와 같다”며 “따질 것도 없이 가장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덧붙였다. 신구와 정동환은 나이 뿐 아니라 캐릭터와의 성격 부합도, 더불어 그 극명한 차이까지 꽤 닮아 있다.

 

신구는 “내성적이고 뒤로 물러나 있고 등 극 중에 베네딕토가 자신의 성격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며 “저는 좀 보수적이어서 베네딕토 같다면 정동환씨는 좀 자유스럽다. 그런 면에서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 교황만큼이나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동환은 “선생님과 제가 만나진 게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와의 만남 같다”며 “실제로 그런 차이가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

“선생님과 저하고도 어쩌면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는데도 존경하고 존중심을 가질 수 있는 건 이 연극이 가진 내용과 같아요. 저는 선생님을 굉장히 존경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어요. 어려서부터 선생님의 영향을 받고 여지껏 연기생활을 해오면서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하루하루 남다른 존경을 느끼는 건 저와 같아서가 아니라 다르기 때문이죠.”   

 

두교황 정동환
연극 ‘두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역의 정동환(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정동환은 “종교적 신념보다는 인간이 가진 보편적 신념에 틀을 맞춰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을 정치인들이 꼭 보면 좋겠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우리는 갈등이 심한 사회에 살고 있죠. 그 갈등 해소의 길은 어디에나 있다는 게 이 연극이 가진 가장 큰 주제 같거든요. 저희는 연기를 한다기 보다는 이 연극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유명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음에도 굳이 ‘두 교황’을 연극으로 봐야 하는 이유죠.”


◇생명과도 같은 연극 “연극은 연습이야!”

두 교황 신구
연극 ‘두 교황’의 베네딕토 16세 역의 신구(사진=이철준 기자)

 

“올해가 배우 인생 60주년이라는데 지나고 보니 어제 같고 새로 시작하는 연극 같고 그렇습니다. 건강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래요. 그런대로 견디고 있습니다.”

전작인 연극 ‘라스트세션’ 공연 기간에 “생각지도 않은 심부전으로 댓세 입원을 했던” 신구는 “평생 건강을 잘 유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가게 돼서 놀랐다. 예전 같지는 않다. 나이도 있으니 여러 가지 삐걱거리긴 한다”면서도 공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두교황 정동환
연극 ‘두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역의 정동환(사진=이철준 기자)

“하지만 어떡합니까. 내가 좋아하고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니 책임감을 가지고 하고 있습니다. 연극은 음식처럼 좋아하고 말고가 아니예요. 생명과도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나와 꼭 맞는 작품만을 하는 건 아니에요. ‘두 교황’도 그래요. 전문용어를 외우고 이행하느라 고통스러워요. 종교 얘기를 전문용어로 깊숙이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죠.”  

 

이어 “하지만 모르는 세계, 사람 이야기도 제가 살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걸 바탕으로 새로 만들어내는 것처럼 반가우면서도 두려움을 가지고 하고 있다” 전한 그의 대본에는 빼곡한 메모와 노팅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게 신구는 팀에서 가장 먼저 대사를 외우는 배우이자 연습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배우다. 

 

“연극을 이끌어가는 특별한 재주는 없어요. 그저 극본에, 연습에 충실하면 잘 발현되지 않을까 믿을 뿐이죠.”

신구의 이 말은 정동환이 꼽은 신구의 최고 어록이자 신념인 “연극은 연습이다”와도 일맥상통한다. 정동환은 “처음 연습실에서 오셔서 한 말이 ‘연극은 연습이다’였다”며 “그것이 선생님 인생을 여기까지 오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하니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신구와 정동환을 비롯해 ‘러브레터’의 박정자와 오영수, ‘아트’의 이순재·박근형·백일섭 등 무대에서의 원로배우 활약상을 글로벌스타로 부상한 방탄소년단에 빗대 ‘방탄노년단’으로 표현하는 데 대해 신구는 “살다 보니 언제 나이가 이렇게 됐는지 새삼스럽다”며 “원로배우들임에도 관객들이 봐주시니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교황-3
연극 ‘두 교황’의 신구(왼쪽)과 정동환(사진=이철준 기자)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니 그 반열에 낀 게 고맙긴 합니다만 의도적으로 모여서 작업을 한 게 아니에요. 각자 자기생활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열심히, 최선 다해 노력한다고 밖에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 결과가 좋으니 고맙죠.

 

더불어 신구는 이 작품이 마지막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자연인으로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면서도 이런 대작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새삼 느끼지만 마지막 작품으로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건강이 따른다면 (이후로도 연극에) 참여할 생각이지만 알 수는 없어요.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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