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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인공호흡기’ 단 ‘다다익선’ 3년만에 재가동 “지금 관람객들과 백남준의 즐거운 협연을 위해!”

입력 2022-09-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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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작가

 

“1003대의 모니터로 제작된 ‘다다익선’은 규모 면에서만이 아니라 내용도 백남준 작가의 대표성을 띨 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시설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등재돼 있지 않았었죠. 불행하게도 오래 가동되다 불이 꺼진 상황에서 원형 보존과 신기술로의 교체, 철거 3가지 방안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했습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전언처럼 3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한 끝에 ‘원형 보존’을 결정하고 보존·복원에 돌입했던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15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의 제막식을 시작으로 3년 만에 재가동됐다. 9월 15일은 1988년 ‘다다익선’이 최초 가동된 날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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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일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이 3년만에 재가동됐다(사진=허미선 기자)
“원형 보존의 문제점은 모니터가 단종돼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 발달로 TV모니터가 대체되면서 ‘다다익선’에 사용된 모니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다다익선’은 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에 기획·제작된 작품으로 1003대의 TV브라운관 모니터(CRT모니터)로 구성됐다. 2003년 모니터 전면 교체를 시작으로 30여년 간 부분 수리를 반복하다 2018년 2월 전면 보존·복원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각지에서 CRT모니터를 섭외·확보해 브라운관 정밀진단 후 손상된 737대를 수리·교체하고 더 이상 사용이 어려운 상단의 6인치, 10인치 브라운관 모니터 266대는 외형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평면 디스플레이(LCD)를 제작해 교체했다. 더불어 쿨링시스템을 보완하고 8개의 영상작품을 디지털로 변환·복원해 영구 보전하기도 한다.

윤범모 관장은 “그간 보존처리 과정을 2023년 백서 형식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국제무대에서 좋은 자료로 역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비디오 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하나의 견본이 되기를 바란다”고 의미를 짚었다.

‘다다익선’의 보존·복원을 주도한 권인철 학예연구사는 8편의 영상작품 디지털 복원에 대해 “아날로그 원본 영상을 프레임단위로 복원 및 디지털 변환했다”며 “6개월의 시험운전 결과 1, 2시간이면 온도가 상승하는 걸 확인했다. 작품 안정성을 위해 주 4일, 2시간씩으로 가동시간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다다익선’에) 사용된 브라운관 모니터는 이미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언제 망가져도 이상할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상태입니다. 인공호흡기를 달아놓은 상태죠. 이에 여분의 모니터를 확보 중이지만 이 역시 노후된 것들이라 수명 연장을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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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 즐거운 협연’(Merry Mix: The More, The Better, 2023년 2월 26일까지) 아카이브 기획전(사진=허미선 기자)

 

‘다다익선’ 재가동과 더불어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Merry Mix: The More, The Better, 2023년 2월 26일까지) 아카이브 기획전도 진행된다. 전시의 부제인 ‘즐거운 협연’은 백남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전한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이 만나는 협연” 그리고 “구세대와 신세대의 즐거운 만남”이라는 데서 따온 표현이다.

이 전시에서는 ‘다다익선’ 뿐 아니라 이 하나의 설치작품을 위해 테크니션, 예술가, 정부, 행정가 등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많은 아카이브 문서들 200여점과 구술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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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 즐거운 협연’(Merry Mix: The More, The Better, 2023년 2월 26일까지) 아카이브 기획전(사진=허미선 기자)

 

‘다다익선’을 설계한 건축가 김원, 백남준 작가와 오래도록 호흡을 맞춘 이정성 테크니션, 뉴욕 영상을 제작한 폴 개린(Paul Garrin), ‘다다익선’ 모니터 운영요원으로 근무한 안종현 전 대우건설 직원, KBS 위성쇼 ‘세계와 손잡고’ 방송을 진행한 박윤행 PD, 예산확보부터 행정을 총괄한 기계기사 남중희, ‘다다익선’ 최초 설치를 총괄한 유준상 전 국립현대미술관 한예실장 등의 생생한 증언들을 들을 수 있다.

더불어 1984년 백남준이 귀국해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팬들을 만나고 선친의 산소를 찾는 여정 등을 따르는 영상 ‘한국으로의 여행’(Trip to Korea) 그리고 지금의 작가들이 백남준에게 어떤 영향을 어떻게 받았는지를 표현한 신작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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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 즐거운 협연’(Merry Mix: The More, The Better, 2023년 2월 26일까지) 아카이브 기획전(사진=허미선 기자)

 

이날치의 음악감독 장영규가 백남준이 직접 연주한 곡을 한국 고전 심청과 춘향의 심경에 비유해 표현한 사운드 설치작 ‘휘이 댕 으르르르르 어헝’(2022), 영상감독 이미지의 ‘바이 바이 얼리버드’(2022), 이원 중계기를 이용한 조영주의 라이브 퍼포먼스 ‘디어 마이 아티스트’(2022), 미디어아트의 복원을 주제로 한 이종덕의 미디어설치 작품 ‘다다익선’(2020)을 비롯해 백남준의 지인인 이은주가 포착한 그의 자연스러운 초상사진과 미공개 음원을 선보인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지희 학예연구사는 “30여년이 지나서까지 남아 있는 ‘다다익선’을 통해 2022년의 관객들이 백남준 작가와 즐거운 협연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이 전시가 그 협연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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