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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백종원 "식당 창업하려면 장사 안되는 곳부터 먼저 가봐야"

[브릿지 초대석]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입력 2019-04-18 07:00 | 신문게재 2019-04-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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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사진제공=더본코리아)

 

세계를 누비는 무역왕을 꿈꾸던 한 청년이 연간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사업가가 됐다. 사업이 쫄딱 망해 빚이 17억원이 넘은 적도, 딜러가 되어 차를 팔러 다닌 적도 있었지만 꾸준한 도전 끝에 자수성가했다. 더본코리아, 더본차이나, 더본아메리카 3개 법인을 이끌고 있는 백종원(53) 대표 이야기다.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등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만 21개다.

백종원 대표를 만나 그의 사업이야기와 한국 외식업과 자영업이 처한 상황,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5일 더본코리아 집무실에서 만난 백 대표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시작은 치킨집이었다. 대학생이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사장님의 권유로 덜컥 압구정 치킨-호프 가게를 맡아 운영하게 된다. 튀긴 치킨을 배달하는 것이 완전 대중화되지 않았을 시절, 백 대표는 주변 아파트 단지 수와 배달시 드는 비용을 계산했다.



압구정 아파트 촌의 배달 수요는 상당했다. 그 때부터 직접 만든 전단지를 복사해 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치킨 튀기는 기계를 5대로 늘려야 했다. 매출이 갑절로 뛴 것이다. 백 대표는 3년간 가게 3개를 운영하며 인수금 상환은 물론 15억원대 자산가로 성장했다.

“당시 치킨집을 운영하시던 분은 할머니 사장님이셨는데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지셔서 가게를 제가 인수하게 됐죠. 당시 돈이 없으니 매출을 올려서 인수금을 갚는 식으로 할머니가 양해를 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백 대표는 1993년 원조 쌈밥집을 내놓으며 본격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1994년에는 더본코리아를 설립했고 곧바로 세계를 누비는 꿈을 위해 목조 주택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그의 사업에 위기가 닥친다. 소비 위축과 대출 문제로 주택, 외식업이 한꺼번에 망하고 자신의 수중에는 17억원의 빚과 쌈밥집만 남은 상황.

백 대표는 ‘평생 소원이던 미식의 천국, 홍콩이나 가보고 죽자’는 마음으로 향한 그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받는다. 홍콩에서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재기 과정은 혹독했다. 한겨울에 식당 홍보 전단지를 돌리다가 아파트 경비원에게 쫓겨나기 일쑤였다. 새벽부터 가락시장에서 장 보고 하루 종일 식당 일을 하면서 일수(원금과 이자를 매일 상환)를 갚아나갔다. 자동차 기름값이 없어 집에서 식당까지 1시간30분씩 걸어다녔을 정도로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는 “그때 고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굉장히 성숙해졌고 겸손해졌다”고 털어놨다.

“빚만 남은 상태에서 가게를 운영해야 하니까 절박했죠. 내일은 손님이 얼마나 올까 생각하면 갑갑했어요. 그나마 저는 음식 감각도 있고 운이 좋아 다시 일어섰지만 다른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명예퇴직 후 어쩔 수 없이 식당을 열어 기댈 때도 없고…. 장사에 첫발을 딛는 사람들을 이끄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게 됐죠.”

그 후 백 대표는 승승 장구했다. 1998년 한신포차를 시작으로 2002년 본가, 2004년 해물떡찜0410, 2005년 새마을식당, 2006년 빽다방, 홍콩반점 등 내놓는 아이템마다 대박을 치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몇 해전부터는 방송에도 진출해 요리 노하우와 식당 운영 노하우를 대주에 전파해 이제 그는 전 국민이 아는 유명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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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사진제공=더본코리아)

최근 장안의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백 대표는 ‘골목상권’과 번화가 상권이 다르다는 주장을 줄곧 펴고 있다. 과연 뭐가 다른지 물어봤다.

“골목상권은 권리금도 거의 없는 뒷골목이에요. 정말 영세상인들이 장사를 하는 곳이죠. 반면 상권이 번화한 먹자골목은 누구든지 경쟁하는 곳이에요. 규제도 없고요. 대기업 프랜차이즈이든 자영업자든 권리금 수억 원을 내고 맛으로 정면 대결하는 곳이 바로 먹자골목이예요.”

이렇게 상황이 다르니 준비기간부터, 투자규모. 경쟁하는 방식까지 모두 달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식당을 하려는 이들은 자신이 골목장사를 할 것인지 번화가 먹자골목에서 장사를 할 것인지부터 확실히 정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런 그에게 식당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일단 자기가 창업하려고 하는 일을 자기가 좋아하는 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명감이 아닌 그냥 좋아하는 게 핵심이죠. 사람만나는 거, 먹는 거, 음식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진득하게 되새겨 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한다. 그 다음이 철저한 준비다.”

그러면서 그는 창업을 준비할 때 꼭 해야 하는 일로 장사가 잘 안 되는 곳을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장사 전 문전성시를 이루는 식당을 가면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당장이라고 뛰어들고 싶어하는데 먼저 거기 가면 안된다. 안되고 있는 데를 가야 할지 말지, 자기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명확해진다”는 게 그의 말이다.

더본코리아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지만 영업팀도 없고 전화로 프랜차이즈 신청을 안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백 대표는 “진정으로 음식을 사랑하고 식당을 하고 싶은 사람들만 점포를 열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식당 일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바쁘고 고된 일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본사의 조언은 자칫 갑질로 비칠 수 있어서 조심스러워요. 열정을 가진 분들만 본사의 진심을 알겠죠. 그래서 우리는 더본의 브랜드와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만 점주로 모시기 위해 충분한 설명명과 공감을 얻은 후 가맹점주로 모십니다” 

실제로 본가, 해물떡찜0410,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등 더본코리아가 보유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 중에서 단기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점포가 증가한 곳은 빽다방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점포 수 100개를 넘어서는 데 3~4년 이상 걸렸다.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필수공급물품 원가공개, 로열티제도 도입, 가맹본부의 갑질 등 다양한 이슈가 맞물려 발생하며 변화의 변곡점에 서있다. 그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할까.

“프랜차이즈는 100m를 가장 늦게 달리는 사람을 잘 끌고 가는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레시피를 알려줘도 잘 못 따라 하는 가맹점도 있어요. 그분들이 제대로 하도록 유도해 평균치를 맞춰야 합니다. 본사의 수준과 가맹점 수준도 같이 높아져야 하는 거죠. 그게 어느정도는 맞아야 브랜드가 오래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변화는 가맹본부만 다그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과 가맹본부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요즘 외식업계의 화두는 해외진출이다. 더본코리아는 해외 9개국에 8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해외에 진출하려는 외식업체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중국에서 현지에 맞는 한식을 만들진 않았어요. 그냥 한국음식 그대로 가져갔죠. 맵기 정도 등을 그대로 가져가서 한국의 맛은 이렇다 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바꾸었죠. 이렇게 한국의 색깔 을 고수한 것이 주효했는지 해외 우리 매장들은 대부분 흑자를 내고 있어요. 어디를 가든 자기 색깔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에게 묻자 출판사 창업을 기획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음식을 공부하고 연구하려는 사람도 많고 나만의 개성있는 식당 창업을 꿈꾸는 사람도 많은데 생각보다 콘텐츠가 없다”며 “그것을 정리해서 외식업 관련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 출간된 외식 관련 책들 중에서 내용이 좋은데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소개하는 일도 하고 싶단다.

“출판사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 사업도 가능하다. 현재 강의를 동영상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데 출판사를 만들어 이것을 좀 다듬어 가치있게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는 백 대표는 “결국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지 싶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이 나면 상장을 해서 사업 규모를 한 층 더 키워보고 싶어한다. 그런 욕심은 없는 걸까. 그에게 더본코리아의 상장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회사의 모든 브랜드를 내가 만들어서 인지 아직 체계가 안 잡혀있고 병렬식 구조”라며 “내 욕심을 차리고 돈 벌려는 게 아니라 이 구조를 체계적으로 바꾸기 위해 상장을 추진 중이긴 한데 아직 시기 상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한 2년은 걸릴 것 같다”고 말한다.

자영업자 1000만 시대. 백종원 대표의 말은 어떤 이들에게는 소중한 조언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성공한 자의 오만으로 비쳐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두가지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가와 자영업자를 생각하는 공익적 인간. 그의 거침없는 말에는 오늘도 경쟁에 내던져진 수많은 식당 사장님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김승권 기자 peac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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