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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려대 안암병원 박종훈 병원장 "대한민국 의료 디자인 씽킹 필요하다"

[브릿지 초대석]

입력 2019-04-25 07:00 | 신문게재 2019-04-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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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원장은 인터뷰 내내 환자 안전과 신뢰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사진=고려대 안암병원)

“개인적으로 국내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잉진료’와 ‘의료사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과제입니다.”


22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만난 박종훈 병원장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진단했다.

‘과잉진료’는 사실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다. 대한민국 의료기관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소임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적인 측면 때문에 불필요한 진료를 발생시킨다. 의료사고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환자 중심 시스템과 안전한 수술과 진료가 필요하지만 병원은 환자 유치 경쟁에만 몰입하고, 한정된 의료진으로 많은 환자를 받다보니 의료사고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박 원장 설명이다.

박 원장은 “현재 대한민국 의료의 가장 핵심은 과잉진료와 의료사고다. 이 두 가지가 의료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환자보다 병원 경영에 신경 쓰면서 과잉진료가 발생하고, 의료사고도 많은 환자를 받다 보니 나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박 원장은 ‘환자 중심 병원’과 ‘신뢰’를 연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1월 고려대 안암병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취임식에서도 △가장 안전한 병원 △정직하고 신뢰 할 수 있는 병원 △연구 분야 집중투자 △함께하는 즐거운 병원 등 중점 과제를 실현함으로써 국민과 환자에게 신뢰받는 안전한 병원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약 한달전 출연했던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에서도 수혈사고와 의료사고 등 의료계 민감한 현안 문제를 짚으면서 “선진 의료는 최신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안전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의료 문화에 대한 자신의 일관된 생각을 전했다.

 

무수혈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박종훈 원장
무수혈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박종훈 병원장.(사진=고려대 안암병원)

 

박 병원장은 과잉진료와 의료사고를 없애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환자 중심 병원이 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병원장은 “병원들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환자 중심 병원으로 바뀌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더욱 공급자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지금이라도 공급자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 병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 ‘공선사후(公先私後)’

‘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사적인 일은 뒤로 한다.’ 박 원장 집무실에 액자로 자리잡은 이 사자성어는 그의 좌우명이다. 환자 안전과 신뢰에 대한 그의 확고한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같은 의지는 고스란히 고려대 안암병원에 묻어난다.

지난 2018년 10월 고려대 안암병원은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4차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국내 병원 사상 최초다. JCI 인증은 병원 의료프로세스를 환자의 안전에 가장 큰 가치를 두는 평가다. JCI 인증을 받은 병원은 가장 안전한 병원으로 평가받는다. 안암병원은 지난해 316개의 엄격한 인증기준과 1271개 항목에 달하는 최신개정판으로 심사를 받아 4차 인증을 획득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이 가장 안전한 병원이라는 것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의료 현장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 의술 중 하나인 수혈에 대해서도 박 원장 신념은 확고하다. 무조건적인 수혈이 아닌 수혈을 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는 환자에게는 대체 치료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

박 원장은 “한국 병원들은 수혈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수혈은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부작용 위험을 가지고 있다”며 “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을 활용해 최대한 수혈을 피해 부작용 및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박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최소수혈외과병원을 준비하기 위해 각 진료부서와 지원부서 등 다양한 파트의 협력으로 무수혈센터를 개소하고 프로토타입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아시아 최초 최소수혈외과병원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취임식
지난 2018년 1월 고려대 안암병원장으로 취암한 박종훈 원장이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고려대 안암병원)

 



◇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대한민국 의료는 디자인 씽킹이 필요하다. 현재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환자 중심에서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박 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와 안암병원에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자인 씽킹은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 하소 플레트너 회장이 만들고 미국 스탠퍼드 디스쿨이 확산시키고 있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론이다. 실제로 고려대 안암병원은 병원의 모든 시설과 프로세스에 디자인씽킹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디자인씽킹혁신센터 개소를 계획하고 있다.

안암병원이 도입한 디자인씽킹은 수요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혁신이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치료받고 나갈 때까지의 과정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모든 유무형 요소들을 분석, 문제점을 발견하고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 의료서비스 전달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즉, 환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근본적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함으로써 병원을 신뢰받는 병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박 원장이 꿈꾸는 안암병원의 미래는 현재 건립중인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에 펼쳐질 전망이다. 센터는 가상현실 VR, 최첨단 IT를 활용한 스마트 호스피털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의료 환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 원장은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오는 2022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센터 안에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게 무엇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걱정스런 마음을 전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 혁신이 있더라도 의료 기본이 되는 것은 환자 안전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신뢰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운
고려대 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사진=고려대 안암병원)

◇ ‘미래 10년’


4차산업혁명시대에 발 맞춰 고려대 안암병원은 정밀의학연구 수행 등을 통해 연구중심병원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전략프로젝트 정밀의료사업단을 수주했고,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건립 등 미래의학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펼치고 있다.

박 원장은 조심스럽게 고려대 안암병원의 긍정적인 미래 10년을 내다보고 있다. 병원 평가 기준이 규모가 아닌 의료의 질과 환자 평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환자가 기대하는 의료서비스의 수준, 의료기관에서 얻을 수 있는 환자 기대와 우리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가 얼마나 부합하는지 파악하고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어느 병원에서도 치료하지 못하는 어려운 질병과 수술을 맡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4차 의료기관, 최종의료기관으로서의 역량과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며 “한 단계 더 나아가 최소수혈수술과 같이 진정한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함으로써 의료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암병원은 환자 안전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고 전문가 정신이 투철한 교수들이 많다. 연구중심병원 중에 최고로 평가받고 있고 연구생태계를 조성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환자 안전을 대한민국 의료 문화로 뿌리내리게 할 선구자 역할을 수행하고, 규모의 잣대를 넘어 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아 국민에게 신뢰받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송영두 기자 songzio@viva100.com

 

◆ 박종훈 원장은

 

박종훈 고대 안암병원장은 1965년 생으로 198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울산대에서 생화학 석·박사를 마쳤다. 정형외과 근골격계 종양을 전공했으며, 안암병원 적정질관리위원장, 진료부원장, 의료원 대외협력실장, 의무기획처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 국방부 정공사상심의위원 및 의무자문관,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사, (사)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으며, 대한수혈대체학회 정책이사를 맡으며 최소수혈수술의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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