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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김윤 "정부, 공공의료 투자 안하고 거리두기에 의존…국민 피해커져"

[인터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윤 교수
"정부, 의사집단 눈치보기보다 국민 필요한 공공의료 설계해야"

입력 2020-12-28 15:15 | 신문게재 2020-12-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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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윤 서울의대 교수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연건캠퍼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인터뷰는 마스크를 한 상태로 진행했고, 동의를 얻어 잠시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사진촬영을 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 밀려서 병상 동원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여요.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는 유약한 정부, 힘이 없는 정부죠”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과대학에서 만난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내린 병상동원 행정명령에 대해 이 같이 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10개월, 이미 지난 2~3월에 병상 부족으로 환자들이 사망하던 대구·경북 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간 병상 확보에 미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정한 상급종합병원 최소 1%, 국공립병원 1% 이상이라는 중환자 병상 동원 기준도 이후 1000명 이상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는 부족해 질 수 있다.

“특히 요양원,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서 노인환자수가 늘어나도 병상은 부족해지겠죠. 이는 중환자가 얼마나 생기느냐, 병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약간의 변수가 생길 수 있어 그 다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25일 1241명 발생해 또 다시 최다를 기록했다. 최근 확진자가 1000명 대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확진자 급증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병상 부족 문제는 결국 공공의료가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의료에 있어서 공공병원을 새로 짓고 규모를 키우는 시설의 확충, 그 병원에서 일할 의료 인력의 확충, 그리고 공공병원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관리운영체계 등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중에서도 의료인력 문제가 특히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난 7~9월에 논란이 된 의과대학 정원문제와 관련해서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의과대학 정원 문제를 전기나 수도 같은 사회의 주요 기반에 비유했다. 김 교수는 “전기나 수도가 잘 안되어 있으면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처럼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병상이 부족하면 의료시스템을 아무리 잘 설계해도 잘 작동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정부의 중장기적 관점이 녹아든 ‘공공병원 병상 확충방안’에서도 인력 수급 대책은 빠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병상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가운데 지난 13일 부랴부랴 장기적 관점의 공공병원 병상 확충방안을 마련했다. 신축, 개·증축을 포함해 총 20개의 지방의료원을 확보키로 하면서 신축 병원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국고보조율은 10%포인트 확대하는 등 일부 고무적인 내용이 포함됐으나 여기서도 병원에서 일할 의료 인력 확보 계획은 없었다.

김 교수는 “의사가 배출되기까지 의과대학 들어가서 전공의까지 6년, 전문의까지 하면 10년, 군대에 다녀오면 13년이 소요되므로 의과대학정원을 먼저 늘려 부족한 인력을 만들어놔야 가능한 계획입니다.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어요. 의협이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병상 확충방안에 의료인력 문제가 빠진 이유는 지난 9월 4일 이뤄진 의협과 정부의 합의 때문이다. ‘9·4 의정합의’로 인해 의료 인력의 수급과 관련한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의-정 협의체’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앞서 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던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보건의료위원회도 9·4 의정합의로 좌초됐다. 2019년 11월부터 노사정과 전문가들이 모여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인력 문제를 논의해 합의문 초안이 나왔으나 의사파업이 일어나면서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태도가 돌변했다. 관련 논의를 의정협의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의문 작업은 중단됐다.

“공익위원들과 공익위원안만이라도 담아서 발표를 하자고 얘기를 했어요. 경사노위에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논의를 해왔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고, 더불어 경사노위가 정치적 ‘립서비스’를 하는 기관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김윤 서울의대 교수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연건캠퍼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인터뷰는 마스크를 한 상태로 진행했고, 동의를 얻어 잠시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사진촬영을 했다.

 

정부의 공공의료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도 넘어야 할 산이다. 통상 공공의료에 대한 재정 투입은 손해로 비쳐지지만 김 교수는 경제적 논리로 따져도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경제적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9월 13일 일주 평균 하루 신규확진자 130여명 수준에서 한 달간 2단계를 유지했어요. 거리두기는 경제적으로 수조원의 피해를 입히는데 만약 그 단계에서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충분했다면 1단계로 내렸어도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공공병원 위주로 병상대응하면서 치료역량이 부족해지고, 자꾸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하게 되는 겁니다.” 김 교수는 지난 2차 대유행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다. “거리두기 단계를 한 단계 낮춰 한 달 동안 유지하는 돈이면 지방의료원을 확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 돈을 안 쓰려고 하는 거예요.”

실제 KB증권은 지난 7월 25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 예상되는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에서 3단계가 각각 2주간, 한 달 시행되면 연간 성장률이 각 최소 0.2%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올해 GDP는 연간 1900조 규모로 0.2%포인트 하락 시 경제적 손실은 3조8000억원이고, 0.4%포인트 하락 시 손실은 7조6000억원에 이른다. “산업이나 다른 분야에는 투자 대비 효과가 안나도 계속 투자를 하면서 공공의료에 대해서는 너무 습관적으로 돈을 안 쓰려고 하는 기획재정부가 태도는 바뀌어야 해요.”

김 교수는 정부가 의사집단보다는 국민들의 필요를 기반으로 공공의료를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우리 사회가 전문과목별로 몇 명의 의사를 필요로 하는지와 상관 없이 병원·학회의 요구대로 정원을 정해오던 문제, 의료인들의 지역별·직종간·병원간의 임금격차 문제로 양질의 의료인력이 공급되지 못하는 문제 등 과제가 산적해있다. 이는 모두 국민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는 것과 연결된다. 결국 탄탄한 공공의료 체계, 기본이 중요한 것이다. 김 교수는 “정책결정자들, 언론, 국민들이 문제를 잘 이해하고 해결 할 수 있도록 일종의 환경을 만드는데 앞으로도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 김윤은 누구

김윤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0년 서울의대 예방의학과를 졸업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부단장, 복지부 전자건강기록(EHR) 핵심공통기술연구개발사업단 단장을 지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을 지냈으며, 최근까지 심평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또 2019년 11월 발족한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의대정원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선후배 관계나 동료의식이 강한 의사 사회에서 ‘다른 목소리’를 강하게 내왔다. 그 탓에 대한의사협회(의협)와는 지속적으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의협은 김 교수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



글=용윤신 기자 yonyon@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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